[단독] HMM 해상노조 단체로 회사 떠나나…"파업 막혀 사직"

입력 2021-08-22 12:35   수정 2021-08-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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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노조, 정오부터 쟁의권 찬반투표
쟁의행위 찬성시 파업 대신 사직서 제출
"세계 최대 해운사 MSC로 단체 이직"
쟁의권을 확보한 HMM 해상노조(선원노조)가 오후 12시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쟁의행위가 찬성으로 나올경우 해상노조는 파업 대신 MSC로 이직을 위해 단체 사직서를 제출한단 방침이다. 선원법상 쟁의행위 제한으로 파업도 쉽지 않은 만큼, 파업 대신 HMM을 떠나겠단 것이다.
수출 기업들이 선복량(적재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내 유일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 해상노조가 단체로 회사를 떠날 경우 사상 초유의 물류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해상노조는 오늘 낮 12시부터 23일 낮 12시까지 24시간에 걸쳐 조합원 45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23일 오후 나올 예정이다. 노조와 사측 간 입장차가 큰 만큼 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해상노조는 "지금 남은 선원들이 가정을 잃어가면서 한국해운의 물류 대란을 틀어막았다"며 "쟁의행위가 찬성으로 나온다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로의 이직을 위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못지키면서 아이들은 `아빠없는 아이`로 배우자는 `과부`라고 손가락질 받다 이혼하고,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내는 무의미하단 설명이다.
이에 해상노조는 내일 오후 12시까지 진행되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될 경우, 파업 대신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단 방침이다. 선원법상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법으로 근무를 강제하는 상황이라 파업이 어려운 만큼, 단체로 회사를 떠나 이직을 하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해상노조와 HMM 사측은 앞서 지난 20일 7시간에 걸쳐 중노위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쟁의조정에 실패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해상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조정 중지는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클 때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도 앞서 19일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는 23일쯤 파업 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HMM 사측은 지난 18일 노조에 임금 8% 인상,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를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교통비 월 10만원 인상과 복지카드 포인트 전 직원 연간 50만원 인상 등도 포함됐다. 당초 HMM 사측이 제시했던 임금 5.5% 인상, 성과급 100% 지급 조건보다 일부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육상노조와 해상노조 조합원 모두 앞서 노조가 요구한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와 사측의 최종안이 간극이 크다고 봤다. 노조는 “임금을 25% 인상해도 중소 해운사보다 평균 임금이 적은 상황"이라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과 관련해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HMM의 10년차 과장급 임금평균(급여와 상여액 합산)은 2018년 기준 5900만원 정도다. 회사 측 공시자료는 이보다 약간 더 높아 1인당 평균 68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다.
회사 공시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도 세계 8위 HMM이 세계적인 해운업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유사업종인 현대글로비스가 8600만원, 고려해운이 920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HMM의 임금이 업계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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