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GS그룹이 인수한 국내 보톡스 1위 업체 휴젤을 상대로 이르면 다음 달 특허 소송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대리했던 유명 로펌을 선임해 휴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 전망입니다.
정재홍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웅제약과 보톡스 원천 기술 도용을 놓고 몇 년간 치열한 공방을 펼쳐온 메디톡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자 국내 보톡스 1위 업체 휴젤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메디톡스는 지난 3월 미국에 자사 보톡스 제품 품목 허가 신청을 한 휴젤을 상대로 이르면 다음 달 특허 소송을 시작합니다.
애플, 화웨이와 스마트폰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변호했던 지적재산권 전문 세계적인 로펌 퀸 엠마뉴엘이 전방에 나섭니다.
메디톡스는 앞서 퀸 엠마뉴엘 선임 이유에 대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해 해외 진출하는 기업들로부터 정당한 권리를 되찾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메디톡스가 휴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메디톡스는 균주 출처를 놓고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기술 도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법적 공방에 집중하는 사이 휴젤은 국내 보톡스 시잠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GS그룹의 인수로 휴젤의 성장 전망이 더 밝아지자 본격적인 소송으로 시장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휴젤 측은 "보톡스 균주도 공정도 모두 자체 기술"이라며 "이미 GS컨소시엄도 해당 리스크를 모두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의 휴젤 특허 소송을 예고된 결과로 받아들이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퀸 엠마뉴엘 선임을 통한 메디톡스의 대대적인 선전포고에 아예 사업을 철수하는 업체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보톡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던 오스템임플란트는 보톡스 제품 상표 등록까지 마쳤지만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웅제약에 이어 휴젤을 다음 타깃으로 삼은 메디톡스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보톡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메디톡스가 세계적 로펌인 퀸 엠마뉴엘을 선임하고 첫 소송의 타깃으로 휴젤을 택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현재 휴젤이 진입을 추진하는 시장은 미국입니다.
약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10%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유럽과 함께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데다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휴젤이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 심사에 착수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년 미국 시장 진출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당초 미국 최대 톡신 회사인 엘러간을 통해 내년 목표로 신경독소후보 제품(MT10109L)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메디톡스로서는 휴젤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좀 전에 공시가 났는데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 계열사)과 체결한 신경독소 후보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고 해당 제품에 대한 애브비와의 개발과 상업화가 중단됐다고 메디톡스는 밝혔습니다.
앨러간을 통해 미국 상업화를 하려 했지만 앨러간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미국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휴젤이 GS그룹에 인수가 되고 엘러간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휴젤의 미국진출을 사전에 막으려고 한다는것이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앵커>
보톡스 하면 중국시장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시장을 먼저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글로벌 톡신 시장이라고 하면 미국과 중국, 유럽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만큼 중요한 시장이 중국인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 등을 포함한 의료미용업계 불법퇴치 방안을 발표하는 등 단속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일례로 자국민 안전을 위해 보툴리눔 톡신 등 의약품 따이궁(보따리상)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중국에는 이미 휴젤이 진출해 있는 상황입니다.
일찌감치 중국 보톨리눔 시장에 진출한 휴젤은 현지 중국 휴젤 법인을 통해 중국 관리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사환제약과의 유통파트너십을 발휘해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중입니다.
이에 반해 메디톡스는 아직 중국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메디톡스는 중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허가 품목이 없고요. 메디톡스는 현지 3상 임상을 완료하고 보건당국의 허가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휴젤이 진출해 있는 중국보다는 더 큰 시장인 미국에서 휴젤의 진입을 선제적으로 막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메디톡스가 현 시점에서 세계적인 로펌을 선임하고 지적재산권을 강화한다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메디톡스는 올해를 재도약 원년의 해로 정했습니다.
국내 소송은 남았지만 대웅제약과 5년여에 걸친 기나긴 소송도 올해 어느정도 끝을 맺으며 소송리스크도 덜었고요.
그러면서 올해 2분기 실적 또한 지난 2019년 3분기 이후 7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또 주요 제품들의 국가출하가 승인되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수출이 다시 가능해지고 다양한 파이프라인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진출한 화장품 등 신사업들도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여기에 지재권을 강화함으로써 메디톡스는 재정비를 하고 한단계 도약한다는 계획인 겁니다.
<앵커>
앞으로 메디톡스가 지재권을 강화하면서 휴젤 이외에 다른 기업도 타깃이 될 것 같고요. 이로인해 시장의 다른 기업들도 긴장할 것 같습니다.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보톡스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메디톡스는 `퀸 엠마뉴엘` 선임 이유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하거나 출시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보내는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해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 독일 멀츠의 `제오민`,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중국 란주연구소의 `BTX-A` 등 4개가 있습니다.
상업화에 성공한 보툴리눔 균주 기원을 보면 두 개로 압축되는데요.
해외에서는 2개 종류의 균주로 단 4곳만이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한 반면 국내에서는 우후죽순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 출시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종근당,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파마리서치 등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초 메디톡스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기업들을 상대로 균주 유전자 서열 정보 공개를 촉구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단 2종의 균주로 4개 제품이 개발됐는데 국내에서는 통조림이나 마굿간, 돼지사육장 등에서 균주가 발견됐다는 경쟁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메디톡스가 어느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만큼 업계에선 대응 방안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며 대응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앵커>
네 메디톡스에서 시작된 지재권 강화로 새로운 보톡스 전쟁이 이어지며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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