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백만장자 26만명"…美 퇴직연금의 비밀 [부자되는 퇴직연금술⑦]

지수희 기자

입력 2021-10-07 17:25   수정 2021-10-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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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퇴직금 매칭제도'로 퇴직연금 적립금 확대
    美 퇴직연금 자산 내 TDF 비중 급성장
    韓, 디폴트 옵션·세제혜택 등 정책 뒷받침 절실
    <앵커>

    부자되는 퇴직연금술 기획 보도 오늘이 마지막 시간입니다.

    미국은 `401K`라는 퇴직연금 제도 덕에 은퇴 후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위 연금 백만장자가 26만명이나 되는데요.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노후자금을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제도기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한국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를 통해 노후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수희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퇴직연금 100만 달러`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1억원 규모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바로 401K입니다.

    `401K`는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로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확정기여형(DC)과 비슷합니다.

    특히 직원 적립금의 최대 100%를 회사가 추가로 적립(matching contribution)해 주는 정책은 근로자 은퇴자금 축적의 주된 유인책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근로자가 매월 500달러를 은퇴자금으로 적립하면 회사가 500달러를 추가로 적립(회사정책별로 상이)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100%수익을 낸 상태에서 추가 운용을 통해 은퇴자산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간 1만9500달러(2021년 기준, 약 2200만원)까지 세제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회사 적립금 이상의 자금을 추가 적립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11년 째 거주하는 류형택 씨도 세제혜택의 최대한도까지 퇴직연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류형택 / 미국 IT회사 근무 : 초반에는 미국와서 여기 연금제도를 잘 몰라서 조금씩 넣었습니다. 그 때는 회사에서 매칭해주는 부분이 얼마 안됐어요. 지금은 회사에서 스폰서 해주는거랑 상관 없이 최대 한도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401K가 세금절약을 많이 하게 되고 이게 복리니깐 10년 20년까지는 큰 금액이 아닌데 20~30년이 넘어갈 수록 복리로 금액이 커지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수익률이) 50%는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미국은 퇴직연금계좌에 1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11억5천만원 이상 들어있는 `연금 백만장자`가 26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020년 3분기 기준 / 출처:피델리티)

    이렇게 미국인들이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된 이유는 퇴직연금을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운용`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정책 기반에 생애주기에 따라 알아서 자산배분을 해주는 타겟데이트 펀드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앤디 버든 / 캐피탈그룹 아시아태평양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 미 정부는 국민들의 노후자금 마련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401K라고 판단했습니다. 미 연방정부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확정기여형(DC)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주 정부도 (제도적으로) 회사가 제공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퇴직금을 모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전에는 많은 직원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은퇴계획에 대해 싸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자동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7년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운용이 어려운 근로자들 대신 금융사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 제도 덕에 연금자산이 증시로 흘러들어 자본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은퇴자의 수익률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은퇴시기에 맞춰 투자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타겟데이트펀드(TDF)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실제로 미 401K 자산 가운데 TDF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30%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4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토마 폴라웩 / 티로프라이스 멀티에셋솔루션 아시아태평양 헤드 : 미국의 퇴직연금 시스템은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지난 20년간 진화해 왔습니다. 이 기간동 안 DC형 퇴직연금에서 타겟데이트전략이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저축·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소위 마켓 타이밍(상승·하락을 예측해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는 투자 행위)을 하기 위해 잘못된 시기에 투자를 환매, 재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겟데이트전략이 이러한 마켓타이밍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은 한국 투자자들도 연금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앤디 버든 / 캐피탈그룹 아시아태평양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 한국인들은 현금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퇴자금을 만드는데 현금은 도움이 안됩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수익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간 동안 계속 손실을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해야합니다. 주식은 양호한 수익을 주기 때문에 은퇴 포트폴리오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S&P500 1년에 10%정도 떨어지고, 5년~6년에 한번은 20%이상 떨어지는 하락장도 있었지만 결국 더 높이 상승했습니다.]


    [토마 폴라웩 / 티로프라이스 멀티에셋솔루션 아시아태평양 헤드: 은퇴 전까지 연간 0.5%p만큼의 초과 수익률만 낼 수 있다면 은퇴 후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5년치 만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0.5%p라는 수치는 사실 그렇게 큰 숫자로 보이지 않지만, 은퇴 이후의 상황이 되면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는 매우 달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자산운용사들도 미국의 주요 퇴직연금 운용사와 손잡고 타겟데이트 펀드(TDF)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美티로프라이스, 삼성자산운용- 美캐피탈그룹, 신영자산운용- 美머셔, IBK자산운용- 美프린시플글로벌 등)

    특히 TDF가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은퇴시기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알아서 배분해 주기 때문에 운용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에게도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과 세제혜택 확대 등의 정책적인 뒷받침과 함께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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