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를 전환하면서 자가검사키트 사용률이 급증한 가운데, 양성과 음성 정확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검체 속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시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PCR 검사와 달리 검체 속 바이러스 여부만을 따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은 PCR 검사의 보조적 수단으로 인정해 오던 신속항원검사의 전국 확대 시행을 결정했다.
낮은 정확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집계된 신속항원검사의 가짜 양성(위양성률)은 24%가량으로 파악됐고, 가짜 음성(위음성)은 정확한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 자가검사키트 정확도, 측정 주체별로 `천차만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임상자료와 개인 사용에 대한 사용 적합성 평가 자료를 제출받아 심사하고 있다.
현행상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감염된 사람을 양성으로 판별하는 비율)는 90% 이상, 특이도(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음성으로 판별하는 비율)는 99% 이상을 충족해야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항원 방식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총 5종으로 각각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래피젠, 젠바디, 수젠텍 제품이다.
에스바이오센서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11개 제품을 평가를 했는데, 2개 제품이 승인됐고 민감도는 95.3%"라고 밝혔다.
휴마시스도 지난해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국립대학과 연계해 임상 평가를 진행한 결과 민감도는 93.3%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 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다.
특히 감염 초기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 양이 적어 정확도가 더욱 낮다고 분석했다.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보다 적어도 1,000~1만배 이상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서울대병원 연구팀 연구 결과에서도 신속항원검사의 특이도는 100%를 보였지만 민감도는 17.5%로 낮았다.
● "PCR 검사보다 정확도 훨씬 낮아"
실제 신속항원검사 사용을 통해 확인된 결과는 어떠할까.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4개 지역(광주, 전남, 경기도 평택과 안성) 선별진료소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진행한 신속항원검사는 총 8만 4천건이다.
이 중 0.8%인 687건이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이들을 PCR로 재차 검사한 결과 76.1%인 523건만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으로 나온 이들의 23.9%가 `위양성`인 셈이다.
이는 정확도 99% 이상인 PCR 검사와 큰 차이가 난다.
● 불안한 `가짜 음성`... 정부 "소수의 위음성 문제는 감수해야"
정부는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도 신속항원검사로 검사 체계를 돌린 이유에 대해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하며 PCR 검사로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꼽는다.
확진자가 급증해 PCR 검사가 밀리게 되면 감염 초기에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짜 음성(위음성)’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를 무증상자에게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 감염 초기 환자는 위음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을 격리할 수 없어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속항원검사는 오미크론 감염 후 초기 1-3일 동안 감염력이 있는 대부분의 환자를 놓친다"며 "미국 질병관리통제본부(CDC)의 국장인 워렌스키 박사도 최근 신속항원검사가 음성이라도 감염력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며, 감염력이 없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로 놓친 감염자) 두세 명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이렇게 사회 전반의 감염을 놔두게 되면 결국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으로 옮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위음성인 상황에서 방역패스를 주게 되면 카페 등 다중시설을 이용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위음성 비율을 아예 계산하지 않고 있다.
임숙영 중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음성예측도는 신속항원검사 음성 결과를 받은 사람이 PCR 검사를 받아야 그 결과값을 알 수가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러한 조치까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성예측도는 특정 검사법에서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일 경우 그 사람이 실제로 감염자가 아닐 확률이다.
현실적으로 음성 예측도 자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다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 현재 실제 감염자가 신속항원검사상 음성으로 나와도 마땅한 후속 조치가 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신속항원검사 음성의 경우에는 상당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며 "양성자가 음성으로 나오는 확률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반장은 “(신속항원검사) 음성은 일단 ‘음성으로 인정해 간주한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부 나타나는 소수의 위음성은 감수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가짜 양성` 문제도 상존
실제 신속항원검사 결과 데이터 상 24%가량으로 드러난 `위양성율`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신속항원검사 양성 건이 PCR 검사 음성으로 23.9%가 나온 이유는 검사법에 있어서 정확도의 한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검사법 변경 초기 검사 방식과 검사 시간 등이 준수되지 못해 위양성 경향이 높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검사를 진행하는 자가검사키트 특성 상 이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위양성이 많아질 경우 불필요한 PCR 검사, 자가격리와 경구 치료제 과소비 등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영국 학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가 위양성 학생이 속출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대규모로 검사를 시행하면 위양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확도 올리기 위해선 `시기별 반복 검사·정확한 사용` 필수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여러 차례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일반인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로 직접 하면 정확도가 10~20% 더 떨어진다"며 "자가항원검사는 80% 이상의 감염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검체 채취 위치와 숙련도 때문에 자가검사키트와 전문가용 제품의 민감도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천 교수는 "항원 검사는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최소 두 번은 하는 게 기본"이라며 "증상이 나타난 날 양성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틀 이내에 한 번 더 해야 양성이 잘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느껴진다면 다시 검사받을 것을 권장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신속항원검사는 완전히 정확한 검사는 아니기 때문에 위양성과 위음성의 문제가 있다”며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다 안심하지는 마시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준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혹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호흡기 클리닉 등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고,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의심이 된다면 다시 한번 검사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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