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지도자들 경락한 제재 경고
푸틴, 전략핵무기 훈련 참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향해 강력한 제재 경고를 쏟아낸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략핵무기 훈련을 참관하며 힘을 과시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등 돈바스 지역에서는 연일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사흘째 격화해 언제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양측의 휴전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포격전 등으로 휴전협정(민스크 합의) 위반 사례가 지난 18일 1천500여 건 발생한 데 이어 19일에는 2천여 건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반군은 각각 상대방이 먼저 포격을 가해 응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19일 오전 우크라이나군 포탄이 자국 영토인 로스토프에 떨어져 폭발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임박을 경고한 가운데 이틀째 이어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향해 한목소리로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크고 전례 없는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금융 기관과 핵심 산업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방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는 자국 문 앞에서 더 큰 나토의 발자국을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미국은 경제 제재에 그치지 않고 나토 동부 지역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높은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러시아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인과 회사를 제재할 것"이라면서 "이는 그들이 런던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병력 철수 신호는 아직 없으며, 충돌의 위험은 실재한다고 거듭 주장하며 러시아에 전쟁 준비 중단을 촉구했다.
서방 지도자들은 강력한 경고와 함께 러시아에 위기 해소를 위한 대화를 나서라고 촉구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가 앞서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강조하고 서방도 러시아의 안보 요구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됐다며 거듭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러시아에 나토·러시아위원회를 통해 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이날 뮌헨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 길에 들어서라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참석해 "폭격이 시작되면 여러분(서방)의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침공이 임박했다고 확신한다면 지금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뮌헨에서의 긴박한 외교전 속에서도 앞서 예고한 전략 핵무기 훈련을 참관하며 서방에 힘을 과시했다.
그는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러시아의 이번 훈련은 서방 국가들의 군대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기 위해 면밀히 계획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크렘린궁은 전날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라는 요구에 동의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이번 훈련계획을 발표했다.
전쟁 위기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에서 벗어나려는 피란 행렬과 세계 각국의 탈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시아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6천600여 명이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여성과 어린이 등 70만여 명을 대비시킨다는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정부도 이날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나토도 우크라이나 주재 사무소의 업무는 계속 정상적으로 수행한다면서도 수도 키예프 주재 직원을 서부 리비우와 브뤼셀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이유로 오는 21일부터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오데사를 오가는 항공편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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