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3,787건 통보
부친이 대표로 있는 법인의 돈으로 서울 강남 등지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고 기업자금대출금을 전용하는 등 위법행위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3월부터 작년 6월까지 전국의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 7만6천107건 가운데 이상 거래로 분류된 7천780건에 대해 자금조달계획과 거래가격 등을 정밀조사한 결과, 총 3천787건의 위법 의심 사례가 적발돼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편법증여나 법인자금 유용 등으로 국세청에 통보된 사례가 2천6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가격을 높이거나 낮춰 신고한 `업·다운계약` 혐의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된 경우가 1천33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대출용도 외 유용 등으로 금융당국과 행정안전부에 통보된 사례는 58건, 불법전매·법인 명의신탁 등이 의심돼 경찰에 통보된 사례는 6건이었다.
적발 사례 중에는 이른바 `아빠 찬스`를 사용한 편법증여 의심 사례와 법인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편법증여 의심 사례 중 증여의 규모가 가장 큰 사례는 서울 용산구에서 나왔다.
30대 A씨는 용산의 한 아파트를 77억5천만원에 매수하면서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 12억5천만원에 대한 출처는 소명했지만, 나머지 64억원의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는 A씨의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편법증여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판단해 A씨의 거래 관련 자료 일체를 국세청에 넘겼다.
20대 B씨의 경우 부친의 지인으로부터 서울 소재 아파트를 11억4천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고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매수인 B씨 대신 그의 부친이 채무 인수 등 모든 조건을 합의했으며, B씨는 인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 사례에 대해 명의신탁이 의심된다며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혐의가 확인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강남 소재 아파트를 29억원에 매수한 C씨는 부친이 대표로 있는 법인으로부터 6억9천만원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나 법인자금유용과 편법증여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국세청은 통보 자료를 분석해 탈세 혐의가 확정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할 계획이다.
이번에 적발된 고가 주택의 위법 의심 거래 대다수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361건이 적발돼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서초구(313건)와 성동구(22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209건), 서울 송파구(205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해당 지역들은 단순 위법 의심 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 의심 거래 비율도 높았다. 이 비율은 강남구(5.0%), 성동구(4.5%),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서울 용산구(3.2%)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가장 많은 편법증여 의심 거래의 경우 30대가 1천26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액수가 10억원 이상인 사례는 24건으로 조사됐다.
또 미성년자 중 가장 어린 5세 어린이는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편법으로 증여받아 고가 주택을 매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출 관련 규정을 위반한 편법대출의 경우 은행권에서 31건, 제2금융권에서 27건이 각각 확인됐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거래 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며 특히 법인의 다주택 매수 행위나 미성년자 매수 및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 간 직거래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기획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