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26% 폭등…정부, 비축유 442만 배럴 방출

입력 2022-03-05 07:26   수정 2022-03-0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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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회원국 6,171만배럴 방출
국제유가(WTI) 2008년 이후 최고치
미국·유럽, 이란핵합의 복원 시도
이란산 방출시 유가 안정 가능성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 IEA와 협의해 비축유 442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IEA 회원국들은 앞서 지난 1일 열린 장관급 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유 가격 급등뿐만 아니라 공급 차질 발생 가능성도 심화됐다고 보고 총 6,171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을 계획하고 있으나 공급 부족분을 충족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IEA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IEA 회원국 간 후속 논의를 거쳐 우리나라의 방출 규모는 442만 배럴 수준으로 결정됐다.
미국은 총 방출물량의 절반가량인 3천만 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비축유 방출은 지난해 12월 미국, 일본 등과의 공동 방출에 동참한 이후 석 달 만에 추가적으로 시행하는 조치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을 통해 국내외 석유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에너지 자원이 지정학적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미국 등 IEA 회원국들의 결의에 같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아울러 이번 방출 이후에도 국가별 IEA 석유비축량 권고기준인 90일 이상분을 상회하는 물량을 보유해 추가적인 석유 수급위기 발생시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악화 우려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현지시간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가격은 전날보다 8.01달러, 7.44% 오른 배럴당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2008년 9월 22일 120.92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에 올랐다.
한 주간 WTI 가격 상승폭은 24.09달러, 26.30%로 1983년 4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주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WTI 가격은 40.47달러 올랐으며 상승률은 53.81%를 기록했다.
서방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는 소식에 핵 위협 우려가 고조된 점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라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이에 즉각 지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백악관은 휘발유 가격 상승 우려에 해당 조치에는 신중한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한 강력한 금융 제재로 시장에서는 이미 러시아 석유에 대한 수입 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많은 트레이더가 러시아와의 거래로 제재를 위반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를 취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는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핵 합의 복원이 며칠 내로 타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4일 보도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핵합의 복원 협상이 타결되면 자신은 협상장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유럽연합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전화통화에서 "서방이 우리의 남아있는 레드라인을 받아들일 때 빈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외무부 성명이 밝혔다.
성명은 이어 "외무장관들이 빈에 모여 최종 합의를 발표하는 것은 효율적인 경제 보장을 포함해 이란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온전히 존중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악시오스는 가장 큰 난관으로 이란 핵에 대한 IAEA의 조사 문제를 꼽으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란 방문 기간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방식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를 미국의 외국 테러조직(FTO)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는 이란의 요구도 난제로 꼽힌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미국을 비롯한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과 체결한 것으로, 이란은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동결·축소하고 서방은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합의 탈퇴와 함께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살렸고, 이란은 합의에서 금지한 핵활동을 진전시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만약 서방 당사국과 이란과의 핵 합의가 복원되면,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커 원유시장에 이란산 원유가 풀리게 된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복원 협상이 며칠 내로 타결될 경우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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