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에 '오픈소스' 규제 검토하다 보류…'탈취'는 적극대응 기조
젠슨황·올트먼, 워싱턴서 로비 경쟁…"美中 회담까지는 전략적 모호성"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산업 생태계를 어떤 형태로 조성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미국의 기술력 우위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큰 목표는 공통분모다. 각론에서 추격자인 중국을 견제하는 규제론과 자율적 혁신을 추구하는 경쟁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메타 등 주요 AI 개발사들과 머리를 맞댄다. 최근 발생한 AI 모델의 외부 해킹 같은 보안 문제가 주제지만, 다른 현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 행정부에선 백악관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마이클 크라치오스 과학기술정책실장,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AI 관련 '큰 그림'에 관여하는 인사들로 꼽힌다.
이들의 당면 과제는 AI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미국의 선도적 지위를 지키는 것이다. 중국 AI 기업 문샷의 모델 '키미 K3' 출시로 논란이 불거진 오픈소스 AI 모델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한때 행정부 내에선 규제론이 우세했다. 오픈소스 AI 모델을 만드는 중국 기업들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리거나,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크라치오스 실장을 필두로 한 실리콘밸리 출신 전문가 그룹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미국의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며 저울추는 다시 '균형점'에 왔다.
이같은 논의의 기저에는 모델 코드와 구조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또는 모델의 가중치 계산값을 공개하는 오픈웨이트(open weight)를 둘러싼 미 빅테크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깔렸다.
폐쇄형 AI 모델을 개발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규제론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경쟁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오픈AI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오픈웨이트 모델과 폐쇄형 모델 모두 AI 접근을 민주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개방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픈소스 AI 모델에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그리고 오픈소스 모델을 출시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구글이 반대편에 섰다.
이들은 오픈소스 모델을 통한 경쟁이 미국의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면서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컴퓨팅 시스템을 방어하는 데도 유용하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전직 상무부 관리인 크리스토퍼 파디야는 양측의 충돌이 본질적으로 AI 산업의 '돈'(수익 모델)과 '힘'(시장 지배력)을 둘러싼 "철창 내 혈투"라고 NYT에 표현했다.
그는 "(AI 시장이) 소수의 대기업이 지배하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돼야 하는지,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개방된 시장'이 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사의 미래가 걸린 AI 거대담론을 놓고 미 행정부 내 여론을 유리하게 형성하기 위해 워싱턴 DC에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지난주 와일스 비서실장, 크라치오스 정책실장 등과 만나 AI 시험·평가를 규율하는 제도적 틀에 대해 논의했다.
엔비디아의 제슨 황도 비슷한 시기 연방 상원의원들을 두루 접촉했다. 그를 만난 마크 워너 의원(민주·버지니아)은 오픈소스 규제가 "램프에서 나온 지니"를 다시 집어넣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와 업계에서 뜨거운 이번 논쟁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는 중국이다. 업계에선 9월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는 행정부의 입장이 뚜렷하게 세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다시 그것(AI)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담판 전까지는 미 행정부도 AI 규제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으로 접근하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키미 쇼크'로 불거진 중국 AI 기업들의 미국 기술탈취 논란에 대해선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NYT는 짚었다.
키미 K3가 앤트로픽의 AI 모델 페이블을 '무단 증류' 방식으로 사실상 베꼈다는 주장에는 미 행정부도 동조했으며, 베선트 장관은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탈취를 규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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