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타겠네"…뒤덮은 검은 연기에 '아비규환'

입력 2022-03-05 18:12   수정 2022-03-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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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용의자의 토치 방화로 인해 강원 동해시 도심 전역이 검은 연기이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강릉 성산면 송암리 산불을 제외하고 강릉 옥계·동해, 삼척, 영월 모두 진화가 진행 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탓에 당국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강릉 옥계에서 난 불이 동해로 급속하게 번지면서 도심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있다.

강릉 옥계에서 시작해 동해 묵호로 번진 산불은 `주민들이 무시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A(60)씨의 `토치 방화`가 발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1시 7분께 옥계 남양리 인근에서 시작된 불을 마을 주민의 목격하고 곧바로 신고했다. 하지만 불은 거센 강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

발생 후 불과 1시간 30여 분인 새벽 2시 40분께 동해시 망상동 만우마을 주민들은 대피 안내 문자를 받았다. 마을 인근까지 번진 화마로 인해 주민들은 잠에서 깨 몸만 겨우 빠져나와 대피했다.

새벽 3시 34분께 긴급 대피 문자는 괴란, 심곡, 기곡마을 주민으로 확대됐다. 동해시는 수송 버스를 투입해 해당 마을 주민들을 동해체육관 등 9곳의 대피장소로 숨 가쁘게 실어 날랐다.

이어 새벽 4시 23분 동해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전 직원 비상 소집령을 내렸다. 그사이 대피 문자는 승자, 느릅재, 신흥, 비천, 큰발한 지역 주민에게도 전달됐다.

특히 오전 7시 1분께는 화마가 발한동 아파트까지 위협하자 도시가스 차단 예고 방송까지 내보내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일출 후 오전 7시 25분께 헬기 투입과 함께 불길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화마가 울진과 삼척, 영월, 강릉 성산과 옥계 등 5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진화 헬기도 분산 투입되는 바람에 동해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화마가 숲을 삼키면서 내뿜은 메케한 연기는 발한동 일대 아파트를 휘감았다. 묵호동과 송정동, 북평동, 부곡동, 삼화동 등 도심 곳곳에서도 진화인력 투입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오후 1시께 동해 시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강릉 방향으로 바라본 도심은 잿빛 하늘로 뒤덮여 햇빛을 완전히 가렸다. 그즈음 대피 방송과 사이렌이 도심 전역에서 울렸고, 시야 확보조차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의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고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불이 시내 야산과 주택가까지 내려오면서 주민들은 집에 물을 끼얹으며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주민은 "강릉 옥계에서 시작돼 밤새 번진 산불이 도심 곳곳의 아파트와 주택가를 집어삼킬 듯 위협하고 있다"며 "일몰 후에는 헬기 진화가 어려워 불도 못 끄는데…"라고 걱정했다.

오후 4시 30분 현재 화마가 집어삼킨 시설은 64곳에 48개 시설에 달한다.

주민들이 일몰 후 진화 헬기 투입이 불가능해 주불 진화가 어려워지면 기세등등해진 화마가 날뛰며 도심과 주택가를 덮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파트와 주택가의 도시가스를 차단한 채 동해시에서 마련한 대피장소에 속속 모였다. 현재까지 대피한 주민만 520여 명이다.

동해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전국에 알려야 한다"며 "변수는 바람으로, 밤이 되면 바람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주택가 등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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