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 살아있나요?"…우크라에 전화하는 러 가족들

입력 2022-03-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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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내무부가 운영하는 핫라인(상담전화) `우크라이나에서 살아 돌아오라`에 걸려온 러시아 병사 가족과의 통화 내역을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벌써 6천 통 이상의 전화가 쏟아졌다. 러시아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로스토프온돈에 이르기까지 각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미국, 유럽에서도 전화가 오기도 한다.

"실례합니다만 제 남동생 관련해 문의 좀 드리려고요", "제 남편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여기가 사람이 살아있는지 알 수 있는 곳이 맞나요?" 등 대화 내용에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의 절박함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핫라인을 통해 러시아 가족 수십 명을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병사들과 연결해줬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통화 내용으로 미뤄 보면, 러시아가 자국 내 전쟁 관련 여론을 얼마나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러시아 병사들은 자신들의 군사 계획이나 우크라이나 배치 이유를 알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 내용은 아울러 러시아 군인들이 가족들과의 의사소통을 거부당했다는 보도를 뒷받침한다고 CNN은 전했다.

핫라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파병된 러시아 군인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예비군 훈련 또는 군사 훈련을 위해 파견됐다고 말했고, 이들 중 다수는 전쟁 직전인 2월 22일 또는 23일에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한 러시아군의 아내는 핫라인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국경을 넘은 2월 23일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고, 키이우(키예프)로 간다고 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다며 흐느꼈다.

미 버지니아에 거주한다는 마라트씨는 러시아에 있는 친척을 대신해 사촌의 안부를 문의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사촌의 신분증 사진을 봤다고 했다.

이 채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에서 교전 중 숨지거나 다친 러시아 병사들 또는 포로로 잡힌 이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곳이다. 여권 사진, 이름, 인식표, 부대 이름 등의 정보가 올라온다.

마라트씨는 친척들이 러시아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직접 핫라인에 전화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며 "러시아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겁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 핫라인은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러시아인에 대한 선전 목적도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러시아 병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전쟁 반대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핫라인 운영자 크리스티나(가명)는 "우선 러시아 군인들이 가족들을 찾는 것을 돕고, 전반적으로는 이 전쟁이 끝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진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가 사태를 멈추길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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