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 못받는 한국증시…"싱가포르서 배워라" ① [코스피 1만시대 도약 과제]

박해린 기자

입력 2022-03-28 19:18   수정 2022-03-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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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허브로 새롭게 부각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들은 연이어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작된 2019년을 전후해 세계적인 기업들은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중심으로 보고 이곳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설치했습니다.
    [최운열 /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홍콩 같은 데가 미중 마찰에 의해서 금융 중심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거기에 가 있는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로…인프라가 좋고 규제수준이 선진화가 됐다.]
    왜 이렇게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둥지를 트는 걸까.
    기업 친화적인 조세 정책들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힙니다.
    싱가포르의 최고 법인세율은 17%로 우리나라가 25%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습니다.
    만약 신설 법인이라면 설립 후 3년까지 일반과세대상 소득의 10만 싱가포르 달러에 대해 75%의 세금을 면제해 줍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증여세, 그리고 상속세가 없다는 점도 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사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은행 등 금융사들에 대한 조세 혜택은 더욱 풍부합니다.
    싱가포르는 금융사들이 국제거래를 통해 얻는 역외소득에 대해 어떠한 세금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기업이 새로운 금융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을 할 경우, 그 비용에 대해 최대 5년 동안 소득공제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싱가포르 전체 금융기관 153곳 가운데 149곳, 즉 97%가 외국기업입니다.
    싱가포르가 마련한 강력한 조세 정책에 기업들은 매료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
    <앵커>
    코스피 지수의 도약을 위해 우리 자본시장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살펴보는 심층기획 `코스피 1만시대, 혁신 자본시장이 이끈다, 첫 시간입니다.
    오늘은 2019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박 기자, 앞서 문형민 기자 리포트를 보니 싱가포르, 기업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기자>
    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부유하게 된 건지 성장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번 심층기획의 첫 주제로 싱가포르의 사례를 택한 겁니다.
    먼저, 문 기자 리포트에서도 보셨듯 법인세율은 물론이고 싱가포르는 증여세, 양도세, 상속세도 없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 재투자가 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세정책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이나 보조금도 많고요.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국경 간 경계를 넘는 실시간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싱가포르에 진출하면 인도나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하는 게 수월해지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향해 발길을 내딛는 겁니다.
    <앵커>
    자본시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가지 예로 지난주 증시프리즘 시간에 제가 `테마섹`의 블록딜 소식에 셀트리온의 주가가 급락했다, 라고 말씀드렸었죠.
    테마섹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입니다.
    정부가 100% 소유한 투자기관으로 5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큰손`인데요.
    100% 정부 소유지만 동시에 회사법을 적용받는 일반 상업 투자회사입니다.
    따라서 국부펀드인데도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해외 자산과 외국기업 투자에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시장 성격이 다른지 알 수 있죠.
    싱가포르 증시 자체도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데, 실제로 현재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열에 셋 이상은 해외 기업입니다.
    즉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쉬울뿐더러 정책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시장을 만들어주다 보니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 문형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문형민 기자>
    싱가포르는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의 증시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 ‘버핏 지수’로 알아보죠.
    버핏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을 말하는데요.
    먼저, 우리나라의 버핏 지수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말 기준, 128.8%로 집계됐고 최근 4년간 평균 버핏지수는 105%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증시 선진국가’들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166%로 높은 수치를 보였고요. 캐나다는 145%, 일본은 123%, 영국과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100%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증시 선진국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국가는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의 최근 4년간 평균 버핏 지수는 무려 194%에 달했습니다.
    싱가포르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거죠.
    그렇다보니 싱가포르 증시는 해외 기업들의 상장이 유난히 활발합니다.
    지난달 기준 싱가포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모두 672곳인데. 해외 기업만 229곳으로 전체의 34%에 이릅니다.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이 0.6%에 불과하고. 아시아 증시 선진국인 일본은 1%, 홍콩은 3%로 집계됐습니다.
    싱가포르 증시가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상장 문턱은 비교적 낮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몰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에 해당되는 싱가포르 카탈리스트 시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장에 입성하려면 증권거래소가 아닌 민간 스폰서의 자체 검토를 거치게 되고 정해진 상장요건도 따로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식투자자들을 매료시킬 인센티브도 확실해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는 시장이 됩니다.
    싱가포르 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 자본소득세는 물론 배당소득세와 주식양도세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해서는 싱가포르와 같이 관련 정책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합니다.
    [강삼모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싱가포르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 금융 체질을 선진화 시켜야 하고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나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추진해야 그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싱가포르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는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에, 이 지수에 한국 증시가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기자>
    즉, 싱가포르의 사례를 우리 시장에 적용해본다면, 기업에게는 법인세 완화 등 각종 조세 정책에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고 개인투자자에게는 소득세나 주식 양도세 등을 폐지해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향의 정책 개선이 가장 쉽고 빨리 우리 자본시장의 경직성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관련해서 학계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전상경 /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이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말이죠. 투자자들이 장기 저축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고 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자본조달의 기능에도 애로점을 갖는 거죠. 투자자가 생각하기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은 우리가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기업의 재무 정책에 대한 내용들도…]
    <앵커>
    박 기자, 우리는 오히려 내년부터 5천만원 이상 양도 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걷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저평가된 우리 증시에서 양도세까지 걷게 되면 투자자들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단 불만이 나오니까 윤석열 당선인은 이를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건 국회 합의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현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참고로 시장에선 폐지보다는 유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룰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게 MSCI 선진 지수 편입 이슈인데요.
    새 정부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게 외환시장 개방 문제입니다.
    국내 증시는 현재 외환 거래를 9시부터 오후 3시반까지만 할 수 있는데 MSCI는 24시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IMF를 겪었던 우리 정서에선 외환시장의 완전 개방은 쉽지 않은 선택이죠.
    싱가포르의 사례를 배워 스와프 한도를 걸거나 실물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 투기적 거래에 한정해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또 하나의 관건으로 지목되는 공매도 전면 재개도 형평성 강화 등의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으로 가야한다는 지적입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인터뷰 차례로 들어보시죠.
    [이상호 /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가장 걸리는 게 역외환율시장 오픈입니다. 24시간 열어달라는 것이죠. 과거처럼 외환시장을 열었다고 해서 경제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원화 거래 규모가 더 늘어나서 거래량이 늘어나서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자본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일시적인 하락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굉장히 좋은 겁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이 되면, 공매도 전면 허용 등으로 일시적인 하락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의 주식시장자체가 퀀텀 점프, 굉장히 크게 상승한다는 것이죠. 지금보다는 아마 30~40%이상 크게 증가할 것이고, 주식 투자하는 분들한테도 긍정적입니다.]
    즉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퀀텀 점프하기 위해선 싱가포르 처럼 기업과 투자자들 모두에게 친화적인 방안으로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싱가포르,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시장이군요.
    `코스피 1만 시대, 혁신 자본시장이 이끈다` 제 1편,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박해린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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