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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리치(young rich)' 한국 젊은 부자들…금융사 직원보다 금융지식 높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4-18 07:51   수정 2022-04-18 07:55



재테크 시장은 여러 기준에 의해 달리 정의되지만 돈을 번다는 면에서는 질이 좋은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곳이다. 특히 우리처럼 중진국 이하에 속한 국가일수록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갈수록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고 국가의 녹(錄)을 받고 사는 공무원들에게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요즘 관심이 높은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보면 크게 보면 증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그리고 ‘OO개미’라고 부르는 개인 투자자로 구분된다. 이 중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으로 선택한 기업은 전문적인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들이 철저하게 분석한다. 심지어는 해당 기업의 임직원보다 그 기업에 대해 더 상세하게 아는 경우가 많아 아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채용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경제신문, TV, 인터넷, 유튜브 등과 같은 매스컴이 추천하거나 주식투자에 밝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주식을 귀동냥해서 사게 된다. 이 때문에 정보의 질과 양적인 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엄청나게 뒤질 수밖에 없게 되고 수익률도 떨어졌다. 주식에 투자하면 할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퍼준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이런 속성을 갖고 있는 재테크 시장을 외면한 채 돈을 벌겠다고 성급하게 뛰어드는 사람의 경우 그때그때 좋아 보이는 주식과 부동산을 사게 되고 주변에서 ‘어떤 주식이 좋다더라’, ‘어떤 지역에 개발 계획이 있다더라’ 하면 귀가 솔깃해져서 장기간 보유하지 않고 이내 교체해 투자에 따른 이익보다 비용만 많이 치르게 된다. 요즘 들어 부쩍 관심이 높아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는 더 그렇다. 오히려 ‘투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처음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익을 얻다 보면 마치 세계적인 투자 구루가 된 것처럼 다른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첫 투자 성공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되고 심지어는 여윳돈 이외에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투자횟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손실액이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재테크 관련 책이나 재테크 강사,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에서 추천하는 방식대로 주식을 사든가, 부동산을 매입하면 어쩌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성공할 확률이 아주 적다.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재테크를 접근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부자, 그중에서 ‘영 리치(young rich)’라 불리우는 젊은 부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일반인들과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일반인들이 여윳돈이 있을 때 흔히 돈을 불릴 수 있는 재테크 수단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보이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주식과 부동산, 채권, 달러, 금, 그리고 최근에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정도다. 다른 금융상품들은 재테크 수단들을 어떻게 혼합하느냐, 어떤 금융기법을 사용하느냐 등에 명칭만 달라질 뿐이다. 이런 속성을 감안하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재테크 기본 수단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은 적어진다. 특히 우리의 경우 주식과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마치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 할 정도로 대대적으로 광고에 열을 올리거나 판매 경쟁을 한다. 또 재테크를 저축처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기보다 단기간 빨리 성공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들의 광고에 쉽게 동요돼 가입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보유하는 통장이 많아 마음이 뿌듯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종 목표인 투자 수익은 커다란 성과 없이 오히려 통장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과정에서 애꿎은 창구 직원들과 싸우는 장면을 종종 발생한다.

잠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영업방식을 살펴보면 가장 이상적인 금융회사라 한다면 고객의 이익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생존하는 ‘포지티브 영업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이 전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남보다 뛰어난 인력과 전문지식, 그리고 고객지향적인 경영기법 등을 갖춰야 한다. 반면 가장 안 좋은 것은 고객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기만 배불리 먹고 사는 ‘네거티브 영업방식’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들이다.

논란이 소지가 있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객인 주변 사람들이 자주 당하는 사례를 들어 우리 금융회사들은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가를 판단해 보자. 최근처럼 금융이 실물보다 약 3배에 달할 정도로 커져 있어서 그런지 정책당국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변경시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무제한 통화공급을 추진한 이후 더 심해졌다.

만약 코로나 직후처럼 우리 경기가 어려워진다면 당연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내린다. 실제로 두 단계(한 단계는 0.25% 포인트) 이상 한꺼번에 빅 스텝으로 내렸다. 이때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내려야 기업과 개인들이 부담하는 금융비용이 줄어들면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게 한다.



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내리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비용에 해당하는 예금금리를 내려야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면 30분도 채 안돼서 예금금리를 내리는 대신 대출금리를 내리는 데 주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된다.

반대의 경우는 더 심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예금금리가 올라가야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출금리부터 올려 기준금리를 내릴 때보다 금융소비자에게 더 전가시킨다. 이 경우도 인플레이션 안정과 자산거품 해소 효과도 제한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예금금리를 올리면 수익이 감소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융회사들이 30분이 아니라 20분도 안돼 대출금리를 올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기업과 개인들은 서운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공유 경제가 요구되는 코로나 사태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더 심해져 배신감까지 들게 한다. 젊은 세대와 소상공인일수록 그렇다.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에 속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금융상품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가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추천하는 금융상품을 액면 그대로 믿고 따를 수는 없다. 이들이 추천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더라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판단할 수 있는 ‘금융 지식(FQ: Financial Quotient)’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복잡한 파생금융 기법을 토대로 이를 권유하는 금융인조차 제대로 모르는 금융상품이 나올 때는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영 리치,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금융사 직원보다 FQ가 높다는 점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 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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