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 화폐? '글쎄'…불붙는 통화 전쟁

이민재 기자

입력 2022-05-04 19:13   수정 2022-05-0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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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많은 투자자들이 관련 전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투자 대가들은 가상자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이민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세계 3대 투자가 중 대표 격으로 꼽히는 워런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최근 가상자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죠?

    <기자>

    버핏 회장이 가상자산에 쓴 소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한결같이 가치가 없다고 지적을 했는데, 며칠 전 한국경제TV가 직접 다녀온 버크셔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도 이들 다시 언급했습니다.
    지금 있는 비트코인 전부를 25달러에 줘도 사지 않겠다고 강조했죠. 옆에 있던 찰리멍거 부회장은 비트코인 가치가 0에 수렴할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가상자산을 `무쓸모, 무가치` 라며 비난한 건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버핏 회장이 주식을 통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코카콜라 등 기업들과 비교해 사고 파는 것 외에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겁니다.

    <앵커>
    다른 대가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지난해 가상자산을 매수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나요?

    <기자>

    소로스 회장은 지난 2018년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WEF)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거품이 껴 안정적이지 않다"고 혹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소로스펀드 가상자산 투자를 승인했고 지난해 돈 피츠패트릭 소로스퍼펀드 CEO가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양은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죠.

    위험 회피, 즉 헤지(hedge)를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일종의 실험에 그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는 최근 월가가 확신보다는 적극적인 투자자를 잡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과 맞물립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소로스 회장도 가상자산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한국경제TV에 출연한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선 영상을 보니 거래 수단으로는 괜찮은데 통화로 자리 잡긴 쉽지 않다는데, 속내가 무엇인가요?

    <기자>
    짐 로저스는 거래수단으로 긍정적이라고 한 점은 앞서 말한 최근 월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기존 가상자산이 통화가 되기 어렵다고 일축한 점은 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저스 회장은 기축통화 패권을 지켜야 미국 정부 입장에서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하는 가상자산을 통화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한 분석은 가상자산이 주목 받던 초창기부터 부각됐던 부분이죠. 당시에는 각 정부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보다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논의가 다소 이르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로저스 회장의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앵커>
    실제로 관련해서 정부의 움직임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3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과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 지시 관련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을 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을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유지하고 싶은 미국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동일한데 민간이냐 정부냐 차이입니다.

    가상자산이 점차 기존 화폐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만큼, CBDC 준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상자산이 운반의 편리함, 지속성, 희소성 등 화폐의 조건을 갖췄지만 각각의 코인에 대한 신뢰성과 가격 안정성 등 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CBDC, 특히 미국의 CBDC가 등장하면 기존 가상자산은 투자 대상은 될 수 있으나 통화로 자리 잡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CBDC가 현실이 되면 변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게 주로 거론됩니까?

    <기자>
    일단 기존 가상자산의 통화 기능이 다소 약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관련 가격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채택한 엘살바도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가상자산둘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가격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통화와 1대 1 호환을 하는 등 가격을 일정한 비율로 맞추는 형태의 코인입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에 투자 결정을 했었죠. 이들은 전략적 협력을 통해 가상자산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에 맞물려 전통적인 금융도 일대 변화가 예상됩니다.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가끔 현재 통용되는 페이, 신용카드와 CBDC가 다른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는데요. 둘 다 중앙 정부가 관리하고 디지털화돼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핵심이 블록체인 즉,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되느냐 여부입니다.

    현재 통용되는 디지털금융을 거래하려면 모두 특정한 기관 등을 통하게 돼있습니다. 신용카드는 단말기를 통해 결제 정보가 벤사 등 여러 곳을 거쳐 카드사에 전달되고 관리됩니다. 하지만 CBDC는 현재 가상자산과 같이 직접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내역은 중앙 서버가 아닌 여러 서버에 기록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현재와 같은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기관들은 자리를 잃게 될지 모릅니다. 또 현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하고 시중은행이 이용자들과 대면하는데요. 여기서 시중은행의 역할에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CBDC를 준비하는 주안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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