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팬데믹의 종말…"올해는 망했지만..."

정재홍 기자

입력 2022-05-06 13:35  



"올해는 사실상 망했죠..."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자조 섞인 이 말처럼 올해 1분기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은 하락세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5.9조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350억 원으로 35% 줄었다. 지난 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금호석유화학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4,490억 원)이 26% 줄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연간 4조 8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직전해 보다 108% 성장을 이뤄냈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도 같은 기간 각각 영업이익이 330%, 22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제품 등 플라스틱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분리 배출된 폐합성수지류(플라스틱)는 2020년 251만 톤(t)을 기록해 직전해인 2019년 131만 톤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이른바 `플라스틱 팬데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전세계 곳곳에서 닫혔던 일상의 문이 열리면서 제품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플라스틱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문을 굳게 닫았다. 설상가상 플라스틱 제품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현재 톤당 901달러(4/29)로 지난해 말(12/10: 톤당 703달러)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 석화업체 재정비 시간…"신사업 투자 강화"

증권가에서는 중국 봉쇄조치 완화 기대로 상반기보다 하반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드라마틱한 업황 반등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중국 봉쇄완화, 경기 부양책 출현으로 상반기 대비 한층 숨통은 트이겠지만, 공급과 유가 부담이 지속되는 한 의미 있는 시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거둔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업황 자체가 부진한 가운데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연간 7% 이상 성장해 5년 뒤 8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재활용플라스틱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2024년 1분기 완공 목표로 충남 당진에 연산 2만톤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로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계획이다. 불에 태우는 방식이 아닌 열기로 찌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했다.

해당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 무라 테크놀로지와 협업해 재활용 원료 수율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한다. 회사는 최근 옥수수 성분을 활용해 100% 바이오 원료로 기존 플라스틱과 동등한 물성을 지닌 제품을 개발하는 등 신소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2030년까지 재활용플라스틱 100만 톤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약 800억 원을 들여 울산2공장에 11만 톤 규모의 재활용 PET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재생원료와 더불어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망 핵심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4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10년 안에 관련 매출을 5조 원까지 키울 방침이다. 회사는 최근 미래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주목받는 리튬메탈 음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과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재생자원 시장은 이제 성장하는 단계여서 당장 수익이 되지 않아도 사업 군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난해 거둔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투자와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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