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대란'에 발동동…미 부모, 장시간 운전은 기본 고분분투

입력 2022-05-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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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공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굶기지 않으려 분유 확보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감소와 분유업체 애보트의 불량 제품 리콜 사태로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는 등 분유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월마트, 코스트코 등 소매업체들이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고 연방정부가 제조업체들에 증산을 요구하는 등 대책에 나섰지만, 상황이 조기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텍사스주 남부 도시 샌안토니오는 분유 부족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NYT는 전했다.

라틴계 저임금 노동자가 다수인 이 지역의 식료품점과 푸드뱅크의 이유식 선반은 텅 빈 지 오래고, 비영리 단체들은 저소득층에게 제공할 분유를 구하러 동분서주하고 있다.

알레르기성 식도 질환을 앓는 3살짜리 딸을 키우는 마리셀라 마케즈는 이틀 전 집안에 분유가 딱 1통밖에 남지 않자 평소보다 적은 양의 분유를 타서 딸에게 먹였다고 NYT에 전했다.

그는 특이 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한 특수 분유가 언제쯤 입고될지 알고 싶어 텍사스 내 공급업체들에 일일이 전화를 돌렸지만 허사였다.

그는 "업체들도 지금 당장은 분유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나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오션사이드에 사는 다리스 브라우닝도 생후 10개월 된 희소 유전병을 앓는 딸을 살리려고 응급실에 가는 것을 고려했을 정도로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그의 딸은 일반 유제품에 든 단백질을 먹으면 피를 토하기에 특수 제조 분유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딸을 진료하는 의사마저도 분유 제조법을 알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분유는 겨우 4통이다. 그는 NYT에 "정신이 나가서 울고 말았다"면서 "왜 우느냐고 묻는 남편에게 `우리 애들을 먹여 살릴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한탄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주 펠시티에 사는 캐리 플레밍도 생후 3개월 된 딸에게 정해진 양의 절반도 안 되는 분유를 먹이고 있다.

지금껏 분유를 먹으면서 9개 유제품에서 7가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딸에게는 `푸르아미노`(PurAmino)라고 불리는 저자극성 분유가 필요한데, 분유 품절 사태로 이 지역에서는 더는 이 분유를 살 수 없었다.

그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등 멀리 떨어진 상점과 약국까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끝에 뉴욕의 한 가게에서 245달러에 분유 4통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상황이 정말 무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분유 공급난은 미국 전역에서 악화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데이터셈블리`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전국적으로 분유 제품의 43%는 품절 상태다. 품절률은 1주 전에 비해 12%포인트나 높아졌다.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현상이 목격되는 가운데, 부모들은 분유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운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유아용 분유 조리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제조한 분유는 영양소 결핍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일부 어린이병원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엄마들에게 모유 양을 최대한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건강 문제로 모유 수유를 하기 어렵거나 모유를 유축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리콜 사태를 일으킨 애보트는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미국 내 다른 공장에서 분유 생산을 늘리고 아일랜드 공장에서도 제품을 출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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