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결국 디폴트 돌입…건국 이래 처음

입력 2022-05-1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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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가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공식적으로 돌입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2023년과 2028년 각각 만기인 스리랑카 국채의 이자 7천800만달러(약 1천억원)에 대한 지급 유예기간이 전날로 만료됐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 이자와 중국 관련 채무 1억500만달러(약 1천340억원)를 전날까지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스리랑카가 이제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말 스리랑카의 채권 이자 미지급 이후 이 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CC`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세 계단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장은 이날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선제적인(pre-emptive) 디폴트"라고 설명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채권자들에게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빚을 갚을 수 없다고 이미 알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위라싱게 은행장은 외부에서는 이것을 디폴트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기술적 정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채무 재조정 계획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곧 내각에 이를 제출할 것"이라며 6개월 후에야 빚을 갚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라싱게 은행장은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간 물가가 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한동안 경제 상황은 계속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리랑카의 대외 부채는 총 510억달러(약 65조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JP모건체이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약 70억달러(약 8조9천500억원), 5년간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약 250억달러(약 32조원)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외화보유액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또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부족이 계속되는 등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태다.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연료 부족 등으로 공립학교는 문을 닫았다.

이에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빌려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노력 중이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신임 총리는 전날 의회에서 세계은행으로부터 필수품 구매 용도로 1억6천만달러(약 2천50억원)를 받았다며 이를 연료 수입에 쓸 수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위라싱게 은행장은 이날 "세계은행에서 받은 금액 중 1억3천만달러(약 1천660억원)와 해외 동포의 외화 송금액 등으로 연료와 조리용 가스 수송 비용은 지불했다"고 말했다.

야권 지도자 출신인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 12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가 물러나고 새 총리가 임명되면서 정국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전국 곳곳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 9∼10일 9명 이상이 숨지고 300여명을 다치게 했던 식의 격렬한 충돌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대규모 전국 파업을 주도했던 전국노동조합연합 측도 국가의 안정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시적 파업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사진=신화/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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