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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 '제2 외환위기설'…상시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잡자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5-23 10:30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50원 넘어서면서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4월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추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그 수준은 한 단계 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요즘 대내외 외환시장의 상황이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해 4월 이후 달러 강세는 머큐리 요인에 의해 비롯됐다.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5.7%로 유로 5.2%, 일본 1.6%, 그리고 한국의 4%보다 높았다. 격차는 줄어들겠지만 올해도 이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달러 강세는 마스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뒤늦게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중앙은행(Fed)이 출구전략(테이퍼링→금리인상→양적긴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 추진과정을 보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이후 양적긴축까지 4년이 넘게 걸렸으나 이번에는 7개월로 단축된다.

<그림 1>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


Fed가 ‘성장 훼손’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급진적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대로 목표선인 2%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질적으로도 생활물가 중심으로 올라 미국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고통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주로 총수요 대책인 출구전략 추진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IMF·WB 춘계총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에 인플레이션은 총공급 요인에 기인하는 만큼 출구전략 추진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성격을 ‘일시적’이라고 고집할 당시부터 이 점을 간파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총공급 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해 왔다. ‘제2의 루빈 독트린’이라 불리는 ‘옐런 독트린’이란 용어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루빈 독트린이 전개됐던 1990년대 상황을 되돌아보면 1985년 플라자 협정 체결 이후 10년 동안 엔달러 환율이 267엔대에서 79엔대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일본 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 빠졌다.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은 일본 경제를 살리는 것이 자국 경제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엔달러 환율을 다시 148엔까지 끌어올렸던 것이 루빈 독트린이다.

루빈 독트린의 실체를 이해하면 옐런 독트린이 전개될 것인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강달러·수출주도국 통화 약세’ 통해 일본, 한국 등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공생적 목적이 강한 반면에 옐런 독트린은 강달러를 통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근린궁립화 성격이 짙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과도한 달러 가치 부양은 바이든 정부에게도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후의 버팀목은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가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0.75%포인트(p)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1990년대와 달리 이번에는 옐런 독트린이 전개될 가능성은 적다. 지금이 Fed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이 우려되는 지금이 달러 가치와 원달러 환율을 보는 시각이 가장 불안할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국인 자금이탈과 원달러 환율의 급둥세에 편승한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림 2> 한국 금융취약성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2년 3월)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 6개월이 다 돼간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때 크게 손상된 국제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한 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국익 간 상충될 때에는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이 보호주의로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과장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하기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시각이다.

특히 경제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문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상치 않아 왔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환경보호, 첨단기술 등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마찰이 발생해 왔다. 특히 환율 분야가 심하다.

바이든 정부의 환율정책은 무역정책과 보조를 낮춰 ‘이원적인 전략(two track strategy)’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키지 않는 국가의 통화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 놓지만 대미국 흑자국 통화에 대해서는 평가절상 압력을 가중시켜 시정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 수단 중의 하나가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이다.

<그림 3> 자유무역협정 규모 추이 <그림 4> 비관세장벽 추이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1988년 종합무역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환율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교역국이 최우선순위를 둬 대책을 강구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환율 조작국에 걸리면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에 의해 강력한 보복조치를 당하기 때문이다. 오직했으면 슈퍼 301조가 ‘전가의 보도’에 비유될 정도였다.

강력한 조치에 힘입어 무역적자가 개선되자 1995년 4월 ‘역(逆)플라자 합의(선진국 간 달러 강세 유도 협약)’ 이후 미국의 환율정책이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방향(‘루빈 독트린’이라 부름)으로 바뀌었다. 2015년까지 이어졌던 이 시기에 교역국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가 문제되지 않음에 따라 환율 보고서는 무의미해졌고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됐다.

미국 경제는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이클 베넷, 오린 해치, 톰 카퍼 등 3인의 의원이 주도가 돼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국 환율에 관한 규정(BHC 법안)이 대폭 강화됐다. 이 법이 바이든 정부의 환율보고서도 기본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림 5> 미국 수출, 수입, 무역수지(자료 : CEIC) <그림 6> 수출의 성장기여도(자료 : 블룸버그)


BHC법에 따르면 △대미국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흑자가 3% 이상 △외환시장 개입이 지속적이며 그 비용이 GDP의 2% 넘는 요건 순으로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심층 대상국(종전의 환율 조작국)’, 두 가지 요건만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감시 대상국’에 지정된다.

올해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이 되는 것은 한국의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정요건만을 따진다면 작년까지는 중국보다 더 안 좋은 국가다. 중국은 한 가지 조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만 걸렸으나 우리는 두 가지 요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과 GDP대비 경상흑자 3%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환율 보고서가 갈수록 다른 목적과 연계돼 악용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HC 지정요건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바이든의 의지(Biden’s volition)’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친중국 성향국가와의 무역적자 등에 따른 피해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rule)’을 주도한 국가다. ‘4% 룰’이란 글로벌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경상흑자가 GDP대비 4%를 넘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시장개입을 못하도록 한 국제간 합의를 말한다. 우리는 2013년부터 이 룰을 위배해 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북한과의 관계만을 고려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더 치중한다)’의 잘못된 대외정책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해왔던 각종 동맹국과의 관계 개선 정책에도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수출통제 부과 일보 직전까지 몰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 경제, 기술, 원전까지 포함한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 구축에도 합의했다. 올해는 우리도 BHC의 환율조작 세 가지 여건도 개선된다. 이를 토대로 한미 간의 상시적인 통화스와프 체결해야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고개를 드는 ‘제2 외환위기설’을 근본적으로 잠재울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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