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괜찮지만...변곡점에 선 소비

입력 2022-05-26 19:32   수정 2022-05-26 19:32

    보복 넘은 회복소비라지만…한쪽선 둔화 조짐도
    나간 돈은 늘었는데 사들인 건 그대로
    물가로 팍팍해진 삶…저소득층 부담 커져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 변곡점…기업도 하반기 대응 '고심'
    <앵커>

    기준금리가 연내 연 2.25%를 넘길 걸로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과 가계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킬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유통가에서는 소비 위축이 이미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알아봅니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일단 아직까지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 소비가 좀 살아나는 상황 아닌가요?

    <신선미 기자>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로 보면 일상이 회복되면서 소비 심리도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1분기 카드 사용을 보면, 승인금액은 1년 전보다 11.2% 증가했습니다.

    가계의 1분기 소비지출 또한 1년 전보다 4.7% 늘며 11년 만에 최대로 늘었는데요.

    하지만 소비행태를 보면 조금씩 지갑을 닫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상 회복에 따른 소비는 늘었지만, 큰 돈이 들어가는 전자제품이나 명품 등 사치재 소비가 크게 늘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인데요.

    전효성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전효성 기자>

    [오송은 / 서울 중구: 레저, 여행 쪽에 많이 소비를 할 것 같아요. 이제 밖으로 많이 나가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비할 수 있는…]

    [홍정우 / 서울 영등포구: 약속도 많이 잡히고요, 모임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비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기회가 많아지니까 아무래도 지출을 더 하게 되는 것 같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과 외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소비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최근 쇼핑 지출액이 늘었다"고 답하기도 했는데, 이유로는 ▲모임이 늘어서(40%) ▲집콕을 끝냈기 때문(20%) 등 일상 회복과 관련한 비중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소비가 고르게 느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소비회복을 이끈 건 ▲수영복(104.4%) ▲여행가방(77.5%) ▲썬케어(22.3%) 등으로, 대체로 단가가 낮고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입니다.

    반면 ▲가전(-15%) ▲인테리어(-12.1%) ▲조명기구(-11.7%) 등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의 매출은 꺾이는 추세입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내구 소비재를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소비를 이연하고, (경제) 상황이 좋아질 때 사겠다, 냉장고 당장 고장 나는거 아니니까. 100만원 쓰려고 했던 사람들이 10만원 쓰는 것으로 만족하는 거죠.]

    소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한해 2천만원 이상 물건을 사는 VIP 고객의 매출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52%, 33% 늘었고,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이보다 더 두드러졌습니다(2021년 80%, 2022년 64%).

    반대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금리인상과 고물가로 소비여력이 떨어지면서 ▲교육(-5.8%) ▲통신(-6.1%) ▲가정용품(-11.1%) 등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성진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예상보다 올해 경기가 안 좋아지는 건 맞죠. 인플레도 예상보다 오랫동안 길어지고 있고요. 지금 상황에서 스테그플레이션은 이미 진입했다고 봐야 되겠죠.]

    전문가들은 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이른바 `보복소비` 현상이 일부 품목과 계층에서만 집중되는 현상이 경기 부진을 알리는 신호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앵커>

    소비는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 품목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네요.

    물가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신선미 기자>

    가계를 덮친 물가폭탄까지 고려하면 소비는 사실 그대로입니다.

    1분기 소비지출이 4.7%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한데요.

    사들인 건 예전과 비슷한데 높은 물가로 지갑에서 나가는 돈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금액만 보면 소비가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인 셈이죠.

    특히 필수 소비로 분류되는 식료품 등의 지출도 1년 전보다 0.9%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거하면 오히려 1년 전보다 3.1% 감소했습니다.

    쉽게 말해 1년 전 3천원에 2개를 샀던 식품을 올해는 4천원을 주고 1개를 소비했다는 얘기입니다.

    주거·수도, 교통 등 삶을 꾸려나가는 필수 소비의 실질 지출이 모두 줄었는데요.

    사실상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단 얘기여서, 체감되는 삶의 질은 훨씬 더 떨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실제 오늘 기준으로 주유소 휘발유 경유 평균가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는데,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은행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리고는 있는데, 물가 상황은 오히려 나아지지 않는 걸로 보여요.

    오늘 기재부와 한은에서도 이번달 소비자물가상승률 5%에 달할 거라고 이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더 오를 가능성, 배제할 수 없겠는데요?

    <신선미 기자>

    실제로 물가 상승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생활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1% 올라 4개월째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생활에 필수적인 품목인 축산물과 수산물, 전력·가스들의 상승 폭이 커서 저소득층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 탓에 실제로 씀씀이도 줄인 모습입니다.

    1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 소비 성향(65.6%)은 1년 전보다 3.3%p 줄어들며 재차 역대 최저를 경신했습니다.


    <앵커>

    최근에는 미국의 양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타깃도 기대 이하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죠.

    거시지표보다 선행하는 유통 기업들의 실적에서 미국의 소비 위축을 확인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신선미 기자>

    현재가 소비의 변곡점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중요한 시점에 접어든 건데요.

    때문에 국내 유통기업들도 하반기 대응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보통 5월부터 하반기 계획을 세우는데, 대외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많단 건데요.

    오히려 불확실성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상황에 맞게 대응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하반기 전략을 세우기 보단 다양한 시나리오로 대응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지난 30여년간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가속화됐던 곱긍망의 글로벌화가 사실상 종결되는 변곡점이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대거 풀었던 돈들을 다 회수하고 거품이 낀 자산가격을 떨어뜨리는 단계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사실상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통화정책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물가가 시일을 다투는 상황인 것 같긴 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정부가 다음주초에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면서요?

    <신선미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안들을 좀 보면,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인하를 이달 연말까지로 6개월 연장하는 방안,

    1주택자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경유를 쓰는 운송사업자들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죠 식료품 등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밀가루 가격 상승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든지, 농축수산물과 식용유 등 수입품목의 관세를 낮춰주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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