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방치가 물류마비 불렀다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6-13 19:05   수정 2022-06-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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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와의 협상이 또 결렬됐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 산업 현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먼저 신재근 기자가 피해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신재근 기자>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철강업종으로 지금까지 7천억 원 가까운 피해를 냈습니다.

    제품 출하가 전면 중단된 포스코는 오늘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멈췄습니다.

    매일 2만 톤씩 생산되는 철강제품을 급한 대로 제철소 안 주차장과 도로에 쌓아뒀지만, 공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겁니다.

    못이나 나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선재제품의 경우 하루 7,500톤, 자동차 제조에 쓰이는 냉연제품은 하루 4,500톤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는 예상했습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부품 공급이 막히며 현대차 울산공장의 가동률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5,4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은 2,500억 원에 이릅니다.

    [정만기 /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완성차 업체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그대로 부품사에 영향을 줘서, 그렇지 않아도 적자 경영에 허덕이는 업체 일부는 위기를 넘기기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석유화학 업계는 일평균 출하량이 평소(7만4천 톤)와 비교해 10% 수준으로 뚝 떨어지며 5천억 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면서 주요 레미콘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어, 작업을 중단하는 건설 현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물연대가 반도체 원재료 물류까지 막겠다고 예고하면서, 반도체 업계도 혹시나 파업의 불똥이 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적재공간 한계에 다다른 생산 현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부터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앵커>
    이어서 산업부 방서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방 기자, 물류지연으로 산업계 전반이 마비될 지경입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겁니까?

    <기자>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전자에 대한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입니다.

    화물운송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운임을 결정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인데요.

    많은 분들 아시겠지만 화물차가 굉장히 크고 운전이 고됩니다. 화물 운전자들은 과로로 인한 사망 사고, 배차 시간 맞추느라 부과 받은 과속 단속 피해 등을 호소하고 있고요.

    이런 피해들을 막기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된 제도가 바로 안전운임제인 겁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한시적이었다는 거죠. 3년이라는 일몰 기한이 있었기 때문에 3년째가 되는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고요.

    따라서 화물연대는 이 제도를 유지해달라, 화주와 사측은 약속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앵커>
    화주 측은 왜 폐지를 원하는 거죠?

    <기자>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른 효과보다는 급증한 운임으로 인한 부담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화주들은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운임이 30%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화물 운전자들의 사망사고도 증가하면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죠.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운전자들의 졸음운전과 과적, 과속 경험이 감소했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 용역 조사를 봐도 제도가 시행된 2020년에 사업용 특수 견인차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 과적 단속 건수가 모두 줄기도 했고요.

    운임에 대해서도 운임을 현실화하기 위해 첫해에만 12.5% 올랐을 뿐, 지난해와 올해는 1%대의 낮은 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요? 누구 말이 맞는 겁니까?

    <기자>
    엄밀히 말하면 둘 다 맞습니다.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에 맞게 통계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해석 차이가 큰 운임에 대해서는 화주 측은 유가 하락으로 운임이 하락했을 때와 비교해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수치를 내세운 것이고,

    화물연대 측도 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고시 기준 수치로 반박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고유가로 인한 부담을 누가 지느냐에 따라 해석이 갈린 셈인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안전운임제 연장 논의나 실효성에 대한 판단을 조금 더 빨리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고유가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조금 더 일찍 안전운임제의 실효성이나 연장 여부를 따졌다면 파업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전운임제 자체는 국회 입법으로 도입됐지만 일몰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제도 시행 결과를 분석해 국회에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하기로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보고 의무가 있는 정부도, 보고를 받고 보완 입법 조치를 해야 할 국회도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안전운임제 도입 취지 중 하나는 유가가 오를 때마다 화물차주가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도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종 외에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화물차주들은 수입이 급감하는 것을 넘어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 화물연대의 요구에 안전운임제 유지 외에도 적용 품목을 확대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정부도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한동안 화물연대가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진작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게 더 아쉬운 부분이고요.

    현재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부라도 나서서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금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화물연대와 화주인데, 정작 네 차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건 화물연대와 정부거든요.

    그마저도 결렬돼서 파업이 무기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산업 현장의 피해는 지금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화주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화물연대와 화주 양측 모두의 합의를 먼저 이끌어낸 다음 법안 개정 등의 후속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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