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하반기 더 오른다…유통가도 '인플레이션 전쟁'

입력 2022-06-23 19:29   수정 2022-06-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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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더 오른다…물가 연5% 공포
    지갑 닫을라…유통단계 최소화하는 대형마트
    직접 채소 기르고…한우 사육에 경매까지 참여
    <앵커>

    휘발유부터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오르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소비자물가 상승률(5.4%)과 실업률(3.0%)을 더해 계산하는 `경제고통지수`가 이처럼 높게 나온 것은 물가 때문입니다.

    물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무서울 지경인데, 지난달 우리나라 생산자물가가 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생산자물가가 역대 최고라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기자>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데요.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5개월째 상승세인데다, 역대 최고치거든요.

    이 말은 소비자물가도 더 오를 거라고 예상해 볼 수 있는거죠.

    현재 6월 소비자물가가 6% 마저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 같은 흐름에 한국은행도 올해 연간 물가 전망치를 한 달도 안 돼 수정했는데요.

    종전 3.1%에서 4.5%로 대폭 올린데 이어,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물가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본 건데요.

    이미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나 한은의 전망치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오늘 "물가 불안심리를 조기에 억제하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7월에 빅스텝 하겠다` 이런 뜻이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은 총재는 "기업과 가계가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 `기대 인플레`가 3%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잡지 못하면 고물가 상황이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잡아보겠다` 이런 의미로 해석이 되면서 빅스텝 가능성도 커진 건데요.

    하지만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턱대고 올렸다가는 기업경기나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가계의 이자 부담과 1300원까지 치솟은 환율까지 고려해야돼 한은의 고심도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들의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물가잡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

    정부가 내놓은 물가안정 대책, 잘 작동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대책을 내놨지만 물가상승 원인이 대부분 외부 요인이라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물가 급등 원인을 보면 이상 기후와 작황 부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에 ‘푸틴 플레이션’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악화됐죠.

    원인은 알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내놓은 대책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단 목소리가 큰데요.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수입 품목에 제로(0%) 관세를 적용했지만, 돼지고기는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율이 0% 입니다.

    밀과 밀가루도 관세율이 각각 1.8%, 3.0% 수준이라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단 지적입니다.

    유류세 인하 카드도 내놨죠. 하지만 유가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서 전혀 체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1인당 1만원 한도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사업도 치솟는 물가 부담을 낮추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입니다.

    <앵커>

    이러는 사이 실제 장바구니 물가도 많이 비싸진 상황이죠.

    최근에는 `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란 의미의 장포족이란 말도 생길 정도라고요?

    <기자>

    일선 마트에선 수박 한 통 가격이 2만 원을 넘겼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20% 가량 오르며 이제 수박이 아니라 `금박`이라 불릴 정도인데요.

    제철과일마저 이렇게 비싼 걸 보면 ‘장보는 게 겁난다’는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도 조사 품목 가운데 80% 이상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144개 품목 중 119개가 올랐으니 거의 다 올랐단 얘기입니다.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6.7%)도 2008년 7월(8.1%),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오름세입니다.

    뭐 하나를 쉽게 장바구니에 못 담고 망설이게 되는 상황인데요.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어떤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영상 보시죠.

    [홍석은 / 서울 강서구: 요즘 장보기가 무서워요. 너무 값이 올라서…잡았다가 다시 놓고 그래요. 주부들이 생활비 줄일 수 있는 건 식비라서 덜 먹어야죠 뭐.]

    [박 모 씨 / 서울 강서구: 과일 값도 너무 비싸고. 고기는 많이 비싸서, 정말 한우는 사 먹기 힘들어요. 저희가 버는 것에 비해 돈이 많이 나가니까 진짜 힘들죠.]

    <앵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는데, 실제 체감하시기에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걸로 보입니다.

    과일도 비싸고 고기도 비싸면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거 아닙니까?

    근데 더 오른다고하니 큰일입니다.

    정부가 뾰족한 수를 못내놓다보니까, 아예 유통업계까 자체적으로 물가와 전쟁에 돌입했다고요?


    <기자>

    엔데믹에 맞춰 실적 반등을 노렸던 대형마트 3사가 물가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인데요.

    한 푼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에서 채소를 직접 길러,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 대응하는 한편,

    수입처 다변화와 유통단계 줄이기를 통해 가격 상승분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는데요.

    가격과의 전쟁에 나선 대형마트를 김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주의 한 참외 농장에서 기른 참외는 수확 즉시 대형마트로 향합니다.

    보통 농산물은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는데, 농장과 직접 계약해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다보니, 치솟는 물가에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25% 저렴한 가격에 참외를 선보였습니다.

    [임정균 / 홈플러스 농산 총괄: 현재 350개 신선농장 농가가 있는데요. 점차 품목을 확대해서 700개 농장까지 확대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채소를 직접 길러 공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마트는 이천 물류센터 옆에 스마트팜을 지었습니다.

    수확 후 인근 물류센터로 곧바로 이동해 신선도 유지는 물론 수송과 보관에 드는 비용도 큰 폭으로 줄였습니다.

    [오현준 / 이마트 채소 바이어: 스마트팜을 하게 되면 물량 수급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 가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적은 품목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롯데마트는 국민횟감인 광어나 연어 가격이 출렁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참치를 대량 구입한 뒤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선보였습니다.

    [조성연 / 롯데마트 수산팀 MD: 현지 업체들과 연락을 많이 했고, 사전 계약을 30번 이상 진행해서 이번에 물가 안정 참치회를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자, 고객들의 호응이 이어졌고 참치회 매출은 오히려 130%나 늘었습니다.

    고물가에 장 보기가 무서운 시민들.

    그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유통업계가 생산부터 매입까지 직접 뛰어들며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정부도 물가 대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업체들의 기지가 참 대단한데요?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직거래 형태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 눈에 띄는데,

    심지어는 직접 소를 기르기도 하고, 또 경매에도 참여를 한다고요?

    <기자>

    그야말로 대형마트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단 방증이 아닐까 싶은데요.

    롯데마트는 직접 한우 경매에 뛰어들었습니다.

    축산 MD(상품기획자)가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매매참가인` 자격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건데요.

    매주 한우 산지인 충북 음성과 경기 부천 축산물 공판장에서 열리는 경매에 직접 참여합니다.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건데요.

    기존 8단계의 유통 단계를 4단계로 축소시키면서 부위에 따라 가격을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직접 소를 기른다는 얘기는 뭐죠?

    <기자>

    킴스클럽은 직거래를 넘어 송아지를 직접 키워 판매하는 `유통` 실험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송아지 110마리를 매입했는데요. 올해 1000마리의 한우를 사육한단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한우 가격을 기존 대형마트 대비 20%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2년 안에는 킴스클럽 연간 한우 판매분의 절반을 직접 키워서 공급하겠단 목표입니다.

    가격도 확 낮추겠다고 밝혔는데요. 1등급 한우 등심 100g을 커피 한 잔 가격에 선보이겠단 겁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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