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14년 만에 손본다…대기업 유인책이 열쇠

신동호 기자

입력 2022-06-30 19:23   수정 2022-07-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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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계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 추진에 나섰습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죠.
    원사업자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상당수는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지난 2008년부터 도입이 검토됐지만, 시장 원리 훼손 등의 이유로 미뤄지다가 새 정부 들어 추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는데요.
    중소기업계의 숙원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IT바이오부 신동호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커졌죠.
    주로 원청사(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하도급사(중소기업) 사이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왔습니다.
    제품 제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는데, 납품 단가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회사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법 논의는 2008년부터 있었지만 번번히 좌초됐습니다. 14년 동안 논의가 됐지만 왜 여전히 진행중인지 임동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올해 초 76.08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현재 배럴당 109.78달러입니다.

    반년 동안 40% 이상 오른건데요.

    유가 뿐 아니라 천연가스 등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대폭 상승했습니다.

    원자재 값이 이처럼 올라 부담이 커져도 그동안 하청업체는 산업 생태계 구조상 을의 위치에 있어 원청업체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9곳에 달하는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제시된 것이 바로 납품단가연동제입니다.

    원자재 값 상승에 발맞춰 납품단가를 의무적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을 포함한 원청기업들이 가격에 강제로 개입해서는 안되고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해 무산됐습니다.

    결국 2009년,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정협의제만 도입되고 조금씩 개선돼 왔는데요.

    2018년엔 하청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깎다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됐고,

    2019년엔 하도급거래에만 적용되던 조정협의제도를 수위탁 기업간 거래까지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이 원청기업에 밉보이는 것이 우려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는데요.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67.5%는 조정 협의를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는데 가격 인상을 요구할 시 경쟁사에 납품처를 뺏기거나 거래가 단절되는 등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자재 값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가속화되자 정부는 올해 초부터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해 왔고 국회도 여야 모두 이견없이 법제화에 나서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오랜 기간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호소해왔던 중소기업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무려 14년 간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가 계속됐는데요.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앞서 봤듯이 처음 도입된 2008년 때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었고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지금과 비슷하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는 상황인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도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비슷해도 지금과 체감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의견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2년 이상이나 지속된 코로나 충격으로 중소사업자 피해가 특히 컸습니다.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 정한 계약서로 반년씩, 1년씩 변경 없이 그대로 가기가 어려운 비상 시기입니다.
    오르는 원자재 가격이 적기에 반영돼야 마음 놓고 제품을 만들어 원청기업에 납품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에 중소 제조업 209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 세 곳 가운데 두 곳(67%)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제도 시행을 꼽았습니다.
    결국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한 시점입니다.
    <앵커>
    중소기업인들에겐 납품단가 연동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습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으로 피해를 받는 중소기업들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정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부천에서 20년째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유병조 대표.

    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정부 표창장도 받을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최근 회사 운영이 심각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핵심 제품은 알루미늄 창호인데, 1킬로그램에 3천 원이었던 알루미늄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배 가까이 뛴 겁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대폭 늘었지만 건설사에서는 이 같은 상승분을 일부만 반영해 줬습니다.

    결국 유 대표는 개인 적금 6개를 깨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유병조 / 대원씨엠씨 대표 : 인건비도 주고 사무실 경비도 써야하는데 앞뒤가 안 맞잖아요. 저희 업계들이 아주 너무 너무 어려운 상태죠. 이러니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살기가 참 힘들죠. 정말 꼴랑꼴랑 물에 빠지기 직전이라고요.]

    중소기업들의 절규에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은 당론 1호 법안으로 납품단가연동제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TF를 구성하고 법안 통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성일종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저희 당에서 납품단가연동제를 약자를 위한 법안의 1호로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우선법안으로, 민생법안으로 지정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하겠습니다.]
    [송갑석 /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납품단가연동제 TF 팀장 : 물건들을 만들고 있는데 물건의 원자재 가격이 높아졌다고 하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그럴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올해 하반기 연동제 도입을 위한 기틀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영 장관은 어제(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합의될 수 있는 납품단가연동제가 작동하길 강력히 바란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만큼, 14년 간 이어진 중소기업계의 숙원과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앵커>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입법 논의를 계속 이어온다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인데요,
    하지만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가 급물살 탄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제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떤 부작용이 있는거죠?
    <기자>
    사실 납품단가 연동제에 반대하는 쪽의 핵심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저하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납품단가 연동제로 납품가가 오르면 대기업들이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원자재가격이 10% 상승했을 때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대기업이 납품단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4%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사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습니다.
    유명무실하다고 지적받아온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사실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히 개선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류성원 전경련 산업정책팀장 이야기 듣고 오겠습니다.
    [류성원 / 전경련 산업정책팀장 : 원자재 가격이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그거를 일률적으로 어떤 특정 원자재 시장 지표가 10% 올랐다고 똑같이 10% 올린다라는 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도와준다라는 측면에서 취지 공감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따릅니다. 다른 제도로 법적으로 강제화하는 것 자체가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 이런 게 이제 사실 기업들의 하소연입니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고 협상력이 다른데 시장에서 가격으로 결정되지 않고 이런 인위적인 제도로 강제로 접근할 경우에는 이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시장원리 측면에서 부작용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렇다면 현 정부의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정부 역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찬성인가요?
    <기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 시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시범운영이 목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에 따라 적용되는 표준계약서를 오는 8월까지, 중소벤처기업부는 상생협력법에 적용 가능한 표준계약서를 올해 여름 안에 만들어 공개한다는 계획입니다.
    표준계약서 적용은 현장에서 자율에 맡기되 이를 도입한 사업자에겐 혜택을 준다는 방침입니다.
    가이드라인으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납품단가 연동을 계약서에 자율적으로 담는 방안입니다. 업종이나 원자재의 성격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연동하는 게 좋은지 등을 표준계약서로 모범사례처럼 제시합니다.
    정부는 원사업자(원청)가 표준계약서를 수용한다고 할 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센티브로는 조달청을 통한 공공기관이나 관급 공사 입찰에서 표준계약서를 채택한 기업에 입찰 가점을 주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또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기업에 부여한 벌점을 감면해주거나, 매년 시상하는 동반성장 우수기업 선정에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사업자 측에서 인센티브로 세제 혜택을 요구하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입니다.
    <앵커>
    여야가 먼저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어 법안이 상정되기만 하면 빠른 국회통과가 예상됩니다.
    정부도 이번 경제방향에서 조정협의제도 개선,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자율적인 상생 문화 유도를 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법제화 이외의 제도개선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트브 해시태그는요
    <기자>
    제목은 `중기업계 14년 숙원 풀릴까`
    태그는 #정부여야 모처럼 한마음#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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