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 인하한다는데…투자자도 증권업계도 '난감'

김종학 기자

입력 2022-07-21 18:56   수정 2022-07-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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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뜯어보니 개미 과세"
    <앵커>
    정부가 예고한대로 주식투자에 붙는 세금도 크게 바꾸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금융투자소득세는 2년 미루고,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릴 예정입니다.

    이 내용은 취재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지난정부에서 추진해온 증권관련 세제와는 방향이 크게 다르군요?

    <기자>
    최근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어느 정도 예고가 됐던 부분이긴 합니다만,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온 증권관련 세제안에서 크게 바뀌는 부분은 3가지입니다.

    지난 정부가 도입하려던 금융투자소득세는 과세 시점을 2023년이 아닌 2025년으로 2년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분 1% 이상을 대주주로 분류하던 기준도 100억 이상 투자한 주주로 단일화해 고액주주에 대해 과세를 확대합니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이 매번 거래할 때 내야하는 증권거래세는 당초 내년 폐지를 추진해왔으나 단계적으로 인하해가는 안이 담겼습니다.

    <앵커>
    금융투자소득세는 결국 법 개정을 통해 미뤄지는 군요.

    <기자>

    금융투자소득세는 대주주가 아닌 일반 소액투자자라 하더라도 전체 금융투자상품 투자에서 5천만원 이상의 이득을 남겼다면 20%, 만일 3억원 이상 수익을 봤다면 25%까지 세금을 물리는 제도입니다.

    당초 투자자 단체 등이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기관들이 떠안아야할 세금을 개인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이라며 반대해왔었는데, 이같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주식 거래에 물리는 현행 양도세 부과 기준을 고액주주로 우선 좁혀두고, 2년 뒤엔 단계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로 일원화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그런데 금융투자소득세를 2년 미뤄주면 정말 개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겁니까?

    <기자>
    이번 결정으로 일반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보유자는 1,384만명, 이 가운데 절반은 삼성전자와 카카오, 현대차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만 해도 올해들어 20%이상 하락해 손실 구간에 있습니다.

    당초 도입할 계획이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이러한 투자자들 가운데 연간 수익이 5천만원까지는 비과세이고, 만약 손실이 났다면 그 이후 5년안에 수익을 내서 순수익이 5천만원이 될 때까지는 비과세란 얘깁니다.

    예를 들어 올해 주식과 펀드에서 1천만원 손실을 봤다고 한다면 내년에 6천만원 넘는 수익을 내면 그 때부터 세금을 낸다는 얘기입니다.

    당초 내년 도입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펀드, ELS 등 금융투자를 통해 5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 수익을 냈을 때 20% 양도세, 3억원 이상 수익에 25% 양도세를 내게끔 하고 있는데 전체 투자자의 0.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는 경우 이러한 손실분을 이월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실익을 얻기 힘든 제도가 됐습니다.

    <앵커>
    당초 없애겠다던 양도소득세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계속 부과한다는 겁니까?

    <기자>
    현재는 특정기업 주식 보유금액이 10억원 또는 지분율로 1%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대주주로 분류해 양도소득세를 떼는데,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투자한 경우로 한정해 부과합니다. 사실상 국내 주식에서 양도세를 없애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지금까지는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가족들이 각자 투자했었어도 이를 합산해서 대주주, 고액주주로 판정했던 것도 이번엔 본인이 투자한 부분만 인별 과세하는 것으로 혜택을 늘렸습니다.

    <앵커>
    이렇게 보면 일반 소액 투자자들은 큰 체감을 하기 힘든 제도 같은데 도움이 될 변화가 있습니까?

    <기자>
    당장 체감할 변화는 크기 않을 전망입니다.

    오히려 이번 세법개정으로 대부분의 투자자가 내야하는 증권거래세는 당초 폐지할 예정이던 것에서 세율은 낮추는 대신 내년에도 존치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현행 법에 따라 0.23%를 기준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작년에 부담한 증권거래세만 9조 9천억원, 거의 10조원에 달합니다

    다만 일각의 우려처럼 잦은 매매를 하지 않는 경우 금액 차이가 크지 않고, 알고리즘으로 거래하는 기관과 외국인의 세금만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앵커>
    개인들의 부담을 더 줄일 방법은 없던 겁니까? 본래 내년부터 거래세를 더 낮출 수 있었다고도 하는데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현행 세법에는 금융투자소득세를 고액 투자자에게 물리고, 내년부턴 거래세를 바로 줄여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이 양도세 개편과 맞물리면서 인하폭이 오히려 줄어든 꼴이 된 겁니다.

    올해 0.23%, 내년에 0.15%로 내리려던 구간을 2년간 미루게 되나보니까 따져보면 2년간 일반투자자는 안 내도 될 0.05% 포인트 가량의 세금을 더 내는 모양새가 되는 겁니다.

    <앵커>
    막상 기대하던 것보단 인하폭이 적은 셈이되는군요.

    또 하나, 세법이 바뀌면 세금을 계산하는 시스템도 바뀌어야 할텐데 증권사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기자>
    증권사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보고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바꾸기로 한대로 시스템을 구비하느라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개발비를 들여서 새롭게 만들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세법을 다시 바꾸기로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이번 세법 개정안대로 금융투자소득세를 미루고, 양도소득세를 없애려면 결국 국회 도움이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오늘(21일)까지 여야간 원구성 협상을 매듭짓겠다고 했지만 벌써 두 달가까이 힘겨루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표류하면서 향후 상임위 구성과 법안 통과 가능성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금융투자업계 핵심 관계자와 협회 등은 우선은 기존 법에 맞춰서 시스템을 준비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개정안이 최대한 빨리 마련되거나 불가피하다면 기존에 마련한 법에 맞춰 시행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나재철 / 금융투자협회 회장] (지난 12일 기자간담회)
    "(금융투자소득세는) 글로벌로 저희가 선진화된 시장으로 가기 위해 이러한 과세체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정부가 2년간 유예하기는 했지만 기왕 저희는 전산준비하는 마당에서 1월 1일 시행하면 좋지 않을까.."

    투자활성화와 개인투자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의 세법 개정안을 꺼내들었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폭은 적고, 이를 이용해 시장을 키워야 하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엉뚱한 비용을 낭비할 위험도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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