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먹통에 침수까지…투자자 보상은 막막

김종학 기자

입력 2022-08-09 19:13   수정 2022-08-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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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투증권 이번엔 전산 장애
    <앵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어제(8일), 서울 여의도 대형 증권사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전 전력공급이 끊겨 15시간 동안 주식거래가 막히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어제 오후 정규거래를 마감한 뒤 한국투자증권 앱 접속 화면입니다.

    로그인을 시도해도 입력정보를 인식하지 못하고, 홈페이지를 접속해도 먹통입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새벽까지 한국투자증권을 통한 코스피와 코스닥 시간외거래 주문를 비롯해
    오후 5시부터 거래할 수 있던 미국 주식 매매가 완전히 막혔습니다.

    이날 사고는 오후 2시40분경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지하 3층에 위치한 시스템 전원공급 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합선이 발생해 벌어졌습니다.

    증권사측은 즉시 보조전원(UPS)을 가동해가며 합선 원인을 해결하려 했지만 복구에 실패해, 오후 4시부터 오늘 새벽까지 전력공급을 완전히 끊은 채 사고를 수습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내린 폭우로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건물 6층에 위치한 야외 테라스에서 빗물이 넘쳐 본사 건물이 침수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본래 호텔로 사용하려던 건물 구조 상 야외 테라스를 타고 들어온 빗물이 5층 사무실과 아래층 3, 4층까지 흘러들어 직원들이 오늘 새벽까지 물을 퍼내야 했습니다.

    침수와 대형 전산사고를 겪은 한국투자증권은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오늘 정일문 대표이사 명의로 대고객 사과문을 게재하고 불편 사항을 접수받아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투자증권 / 관계자(익명)]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복구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 모든 고객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고객센터 및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해주시면 성실히 신속히 조치하고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전날 시스템 중단으로 문자 발송까지 막혀 상당수 투자자에게 사고 안내가 이뤄지지 못했고, 오늘 새벽에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고 내용을 밝히는 등 보상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12일까지 홈페이지와 모바일 등을 통해 피해 보상을 접수 받아, 매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거나, 이튿날 거래로 손실이 확정된 경우 보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출연] 투자자만 덤터기...전산사고 대응법은

    <앵커>
    취재기자와 조금 더 이어가보겠습니다.

    국내 대형증권사 중 하나인데, 어쩌다 이렇게 사고가 발생한 겁니까?

    <기자>
    한국투자증권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전원공급 장치에 합선이 발생한 게 원인입니다.

    당초 합선으로 주 전력에서 비상발전기(UPS)로 전한한 것이 어제 오후 2시 40분경, 그러니까 사고 직전 이미 임시로 시스템을 켜뒀던 겁니다.

    그런데 합선의 원인을 잡지 못한데다가 비상발전기도 장시간 가동이 어렵다보니까 정규 장을 끝낸 오후 4시경 모든 전원을 내리고 전산망을 복구하는데 집중했던 겁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 전원이 나가면서 문자를 통한 투자자 안내, 내부 전산에도 지장이 생겨 사고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겁니다.

    또 어제 시간당 10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일부 사무실이 침수되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수습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늘 아침 7시 15분, 정규 장이 개장하기 전에야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뒤늦게 대고객 사과문과 함께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이 접속을 하지 못했거나, 시간외 거래 중에 손해를 보았을 수도 있는데 다 보상이 이뤄지는 겁니까?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사고에 대해 정일문 대표 명의의 대고객 사과문을 냈습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불편사항을 접수하면 최대한 책임지고, 전산환경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보상을 받기까지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통상 전산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객관적인 주문기록이 있는 등 금융회사별 내부보상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상이뤄집니다.

    다시 말해 모든 투자자, 가입자가 보상을 받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도 IPO 주식 공모과정에서 접속 지연으로 전산장애가 발생한 사례를 보면 제때 매도하지 못해 입은 손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보상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사고도 350만명 정도의 이용자가 접속에 불편을 겪기는 했지만 시간외에 주문을 제때 내지 못해 손해를 입은 경우로 보상이 좁혀질 전망입니다.

    <앵커>
    이런 전산사고가 흔히 발생하는 겁니까?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는 어떻습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가 1,300만명을 넘겼는데, 거래규모가 늘어난 것을 대다수 증권사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에서 조사한 전산장애 건수를 보면 2019년 15건, 2020년 28건 수준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전산장애 피해로 민원을 제기한 건수를 보면 규모가 상당합니다.

    전산장애민원은 2019년 241건, 2020년 193건이던 것이 지난해에 천여 건을 넘겼고, 올해 상반기에만 6,139건에 달합니다.

    전산장애가 특히 늘어난 시기를 보면 작년 1분기와 3분기, 올해 1분기 등으로 볼 수 있는데, SKIET,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처럼 투자자들 관심도가 높았던 종목의 상장 시점과 연관이 깊습니다.

    증권사별로 청약 주식을 배정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덜 마련되는 건데, 올해 상반기에 하이투자증권이 5천여명의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앵커>
    한 번 발생하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게 자명한데도 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겁니까?

    <기자>
    통상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 전산망, 백업망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작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국내 금융사에 발생한 사고들을 보면 전문적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산사고와 전산장애를 구분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가령 2018년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유령주식 배당사고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전산사고 중 하나입니다. 이런 사고들은 증권사가 스스로 내부통제를 바꾸고, 금융당국의 제재를 통해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반면 이번에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전산시스템이 멈추는 등의 전산장애는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이렇다할 조치가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온라인 주식거래(MTS/HTS)로 투자자들이 50억원 이상 피해를 입은 경우 금감원을 통해 제재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사고로 2015년 7월에 당시 하나대투증권에서 발생한 6시간의 거래 중단사고가 있었는데, 금감원 특별검사를 받고서도 경징계를 받은 게 전부입니다.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에 장애가 생기더라도 24시간, 하루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한 큰 처벌은 없고 이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에야 기관 경고 등 징계가 강해집니다.

    이렇다보니 증권사들은 이런 사고 직후 사과문과 보상 접수를 올리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현재로선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겁니다.

    <앵커>
    증권사들의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해결 가능할텐데, 그 투자가 얼마나 적었던 겁니까?

    <기자>
    최근 3년간 전산장애 민원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한 키움증권,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전산장애 민원이 10건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반면 중견 증권사들의 전산장애가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매 분기 수 조원의 수탁 수수료를 올려왔습니다.. 올해 거래가 둔화되었음에도 수탁수수료가 1조 4천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하지만 전산설비를 확충하기 위한 투자 비중은 증권사 59개사 전체를 따져봐도 전산운용비 규모는 지난해 6천6백억원, 그러니까 분기마다 벌어들인 규모에 비해 전산에 투자한 비중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앵커>
    이런 현실에서 불가피하게 전산사고로 피해를 입게 됐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 겁니까?

    <기자>
    주식 매매 과정에서 전산 장애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가장 중요한 건 `증거`를 확보하고 다른 주문 수단을 활용해 손실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거래를 해야한다면 온라인 주문이 막히더라도 충분히 다른 주문 수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증권사의 고객센터에 유선으로 혹은 일과 중이라면 직접 방문해서라도 대체 주문을 낼 수 있고, 또 만일 고객센터에 연락을 한다면 의무적으로 통화기록을 녹음해 보관하기 때문에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일 주문을 아예 내지 못해 나는 사고라 하더라도 증거, 즉 주문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이때 거래시간, 주문, 종류, 종목, 수량, 가격을 제시해 손실 금액만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전산장애는 증권사가 충분한 서버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기업공개한 주식을 매도하려하거나 악재가 터진 주식을 팔려 투자자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30~40분씩 접속이 되지 않아 매매를 제때 못하는 사고가 나는 겁니다.

    따라서 정리하자면 되도록 시스템이 구축이 된 증권사를 이용하고, 계획한대로 주문을 내기 힘들다면 그 요청 사항을 전화상으로 남겨두거나, 접속하려던 로그기록 등을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도록 해야 만에 하나 입게될 손실을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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