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전과자 줄인다...주식 잘못 신고해도 '과태료'만 부과

전민정 기자

입력 2022-08-26 19:06   수정 2022-08-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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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정부가 과도한 경제형벌 규정 32개를 폐지하거나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미중 갈등, 경기침체 등의 대외변수로 전례없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제형벌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외국인투자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자세한 내용 세종시 전민정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첫번째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러한 경제 형벌규정 개선과 관련된 첫번째 과제가 발표됐다면서요?

    <기자>
    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공정거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부처 소관의 32개 경제형벌 조항에 대해 비범죄화,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앵커>
    경제형벌을 비범죄화, 합리화하겠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제형벌을 고치겠다는 겁니까?

    <기자>
    좀 쉽게 설명하자면, 먼저 비범죄화는 말그대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제활동과 관련해 비교적 가벼운 법 위반의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과 같은 형벌 대신, 과태료를 내게 하는 행정제재로 바꾸는 거죠.

    형사적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 재산형으로 벌금이 부과되기도 하는데요. 벌금을 내야할 경우 이젠 과태료만 내도 되는 겁니다.

    과태료도 법을 어긴 경우에 내지만, 질서 유지가 목적이라 벌금과는 다르게 형벌적인 성격을 띠지 않습니다. 즉,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형벌이 있을까요?

    <기자>
    공정거래법 상 단순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적용하던 형벌 규정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즉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지주회사 설립 또는 전환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또 지주회사 사업내용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마지막으로 주주의 주식소유 현황이나 채무보증 등 재무상황 등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해당되는데요.

    기존에는 이런 경우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총수 1억원 이하, 임직원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립니다.

    단순히 신고나 공시의무를 위반했다고 전과기록이 남는 일은 없어지는 거죠.

    <앵커>
    재계에선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누락해 검찰에 고발돼 재판까지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없었나요.

    <기자>
    네, 대기업 지정 자료 제출과 관련한 형벌 개선은 현재 기재부와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 TF에서 아직 논의 중입니다.

    사실상 이번에 개선 과제로 선정된 조항들은 기업과 기업인의 발목을 잡는 핵심 규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2016년과 2020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 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대기업 집단 지정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현황을 누락해 검찰에 고발됐는데요. 결국 수년간의 재판 끝에 `고의성`이 없다는 무죄처분을 받았지만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과거 5년간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적격심사를 통과할 수 없어 당시 김범수 의장은 계열사 누락으로 한때 인터넷은행 진출까지도 막힐 뻔 했고요.

    또 총수가 제출해야 할 친족 관련 자료 범위가 넓어 자료를 누락할 우려가 큼에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제재를 가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2015년 외손녀가 남편 회사에 수백만원을 투자한 사실을 신고 누락해 공정위 조사 뒤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대표적이죠.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총수가 수집해야 할 제출 대상과 직결된 친족 범위를 조정해주기로 했는데, 이 사안 역시 TF에서 추가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제형벌의 비범죄화는 알아봤고, 합리화한다는 건 뭐죠?

    <기자>
    경제형벌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행정제재를 먼저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형벌을 부과하는 겁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자가 납품업체에게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경우 현재는 무조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데요.

    앞으론 행정제재인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으로 처벌을 하고, 그래도 여전히 거래방해가 계속될 경우 형벌을 부과하게 됩니다.

    또 현재의 환경범죄단속법상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모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게 돼 있는데요.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처벌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다치게 한 경우는 무기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으로 낮춰주기로 했습니다.

    <앵커>
    경제형벌 완화는 법 개정사항일텐데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벌`을 여전히 개혁대상으로 보고 있는 만큼, 법안 개정에 있어 야당이 반대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1차 과제는 대부분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고, 정부는 올해 안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그러나 여당보다 야당 의원 수가 많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기업인에 대한 형벌을 약화하는 개정안에 대해 야당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때문에 정부는 기본적으로 정부 시행령을 고쳐야 되는 것은 시행령 개정으로 하고, 법률을 고쳐야 될 부분은 연말까지 정부가 입법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당초 재계의 요구가 많았던 공정위 현장조사 거부나 방해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낮추는 내용도 이번 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이는 야당에서 공정위 현장조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미 반대입장을 표명한 사안이라, 향후 TF에서 2차 개선과제로 논의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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