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4.4% 올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오르며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국제 유가 하락에 석유류 등의 오름폭이 둔화하면서 지난달 6% 대에서 5%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하지만 넉달 연속 5%대 이상 상승률이 유지되고 있는데다, 채소값이 28% 오르는 등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아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며 물가 상승 폭이 5%대를 보인 건 지난 5월(5.4%) 이후 3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6월과 7월에 물가상승률은 각각 6.0%, 6.3%를 기록해 외환위기 이래(1998년 10~11월) 처음 두 달 연속 6%대를 이어갔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이 8.4%, 석유류가 19.7% 각각 오르면서 전달보다 7.0% 상승했다.
기여도로 보면 전월 3.11%포인트에서 2.44%포인트로 하락했다.
석유류는 금융 여건 악화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유가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지며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 폭이 둔화했다. 상승률로는 지난 2월(19.4%) 이후 가장 낮다.
농축수산물은 7.0% 올라 전월(7.1%)보다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다. 축산물이 3.7%, 수산물이 3.2% 올라 전월보다 상승 폭이 둔화된 영향이다.
다만 채소류는 높은 기온과 잦은 작황 부진으로 27.9%나 급등해 지난 7월(25.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2020년 9월(31.8%)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파(48.9%) 등이 크게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15.7% 상승하며 전월(15.7%)과 같은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외식이 8.8%나 올랐는데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였다. 외식 품목 중에선 치킨(11.4%), 생선회(9.8%)가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8% 올랐다. 전월(7.9%)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졌다.
신선식품지수는 14.9% 올랐다. 신선채소(28.0%), 신선과실(9.6%) 등이 상승한 영향으로 지난해 3월(15.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4.4% 올라 전월(4.5%)보다 상승 폭이 소폭 둔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0% 상승했다. 2009년 2월(4.0%)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그러나 석유류 가격이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비교적 많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물가가 정점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 심의관은 "지난해 4분기 물가가 높았던 기저효과 작용으로 지금까지 흐름이 완전히 역전되지만 않는다면 7월(6.3%) 물가가 정점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서 "다만 국제유가 감산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등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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