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왕 추모한 홍콩 가수, 中 누리꾼 항의에 사과

입력 2022-09-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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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유명 월극(cantonese opera) 가수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사진과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16일 AFP 통신에 따르면 홍콩 월극계를 대표하는 가수 러카르잉(76) 씨는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에 마련된 엘리자베스 2세 조문록에 서명하기 위해 영사관 앞에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여왕의 통치 기간 홍콩은 축복받은 땅이었다"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은 중국에서 금지됐지만 그가 올린 내용은 중국 인터넷에 퍼져나가면서 현지 국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비판과 분노를 일으켰다.

결국 러씨는 1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자신이 경솔했다고 사과하며 해당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는 "내 원래 의도는 돌아가신 여왕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었다"며 "내가 말한 것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씨의 사과에도 많은 누리꾼은 "아내로부터 배워라"는 댓글을 다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러씨의 아내 리자 왕 역시 배우로, 20년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홍콩 대표단으로 활동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조용한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홍콩인들은 `보스 레이디`가 떠났다며 온라인에 애도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는 추모 헌화가 가득 쌓였고, 영사관이 마련한 조문록에 서명하려는 사람들이 기록적인 9월의 폭염 속에서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영국 총영사관은 애초 16일까지 받기로 했던 조문객을 19일에도 받는다고 공지했고 16일 조문 시간도 평소보다 3시간 연장했다.

또 마카오에서도 현지 주민의 요청에 14일과 15일 한 예배당에서 조문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홍콩의 뜨거운 추모 열기가 중국에 대한 반감을 반영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홍콩 친중 매체 대공보는 13일 논평에서 "반중 요소와 반중 매체들이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추모를 부추기면서 식민지 통치를 눈가림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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