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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장경제…언제쯤 재탄생할 수 있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9-19 13:40   수정 2022-09-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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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 경제학 원론 첫 페이지를 열면 처음 접하는 ‘자원의 희소성 법칙’이다. 이 법칙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경제학의 알파(α)이자 오메가(Ω)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시장신호에 의한 방법이다. 특정 재화에 대한 욕망이 높은 시장 참가자는 높은 가격을 써낼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재화를 배분하면 된다. 가장 간단하고 이상적인 방법으로 비춰진다. 이 때문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시장경제에 매력을 느낀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이상적이기 때문에 달성하기 힘들다. 완전경쟁은 아니더라도 시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 수요자 등 시장 참가자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제품의 질도 이질적이지 않아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

제품도 ‘경합성’과 ‘배제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이란 특정 재화를 차지하지하기 위한 시장 참가자 간 경쟁을, 배제성이란 가격을 지불한 시장 참가자만이 특정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전제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다.

<그림 1> 美 달러 가치 동향 (자료: 한국은행)



금융위기를 계기로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혼합경제나 아니면 국가자본주의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학을 조금만 접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최근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곳에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든 정부 개입이든 자원의 희소성 법칙을 해결하기 위한 주체인 인간은 ‘합리적’이어야 하고, 제품의 ‘가치’와 ‘가격’은 일치돼야 한다는 것이 양대 전제다.

시장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갖고자 하는 특정 재화의 제품의 가치와 가격으로 나타난다. 가치에 합당한 가격, 즉 돈을 지불하면 ‘합리적’, 그렇지 못할 경우 ‘비합리적’으로 판단된다. 다. 화폐의 3대 기능인 교환의 매개, 가치저장, 회계단위 중 가치저장기능이 가장 중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처럼 돈이 많이 풀리면 가치저장기능이 약화되면서 제품 가치와 가격 간 괴리가 발생한다. 이때는 특정 재화에 돈이 너무 많이 몰려 해당 재화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됨에 따라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인간의 전제가 시장에서는 깨진 것으로 비춰진다. 결과(pay-off)가 크게 차이가 나는 빅 게임 이론으로 보면 제품 가치에 비해 돈을 많이 번 기업가는 ‘대박’, 돈을 많이 지불한 소비자는 ‘쪽박’이 난 셈이다.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특정 재화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되는 경우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증강현실 시대가 가능해 짐에 따라 자원의 공간적 한계가 넓어지고 있다. 경제주체가 공간적 뉴프런티어 개척에 나서면서 ‘자원이 유한하다’는 또 하나 전제가 무너진 것처럼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림 2> 한국 인구구조 <그림 3> 한국 잠재성장률

(자료: UN Population Prospects) (자료: IMF)

상품의 공간도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화 진전과 인터넷 등의 발달로 각국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만성적인 공급과잉 시대가 도래됐다. 이때도 가격파괴 경쟁이 격화되면서 제품 가치와 괴리 현상이 발생한다. 빅 게임 이론 상 제품 가치에 비해 돈이 적게 번 기업가는 ‘쪽박’, 돈을 적게 지불한 소비자는 ‘대박’이 난 셈이다.

자원의 희소성 법칙의 양대 전제가 무너져 여건에서는 제3의 방안이 동원돼야 한다. 금융위기 직후 각국 중앙은행은 돈을 많이 풀어 경제주체에게 ‘화폐 환상’에 빠지게 해 자원을 인위적으로 배분해 왔다. 종전의 재원배분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여건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돈이 많이 푼 것에 따른 부작용도 의외로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우려해 왔던 물가가 오르지 않거나 떨어짐에 따라 각국이 ‘D’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시적으로 추진해야 할 비상대책인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각국 중앙은행이 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제품은 갖고 있는 ‘가치’대로 ‘가격’을 받아야 기업인은 창조적 파괴정신이 고취되고 소비자는 공짜 심리가 사라지면서 합리적인 소비행위가 정착될 수 있다. 법화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간적 뉴프런티어 시대에 맞게 시장조성 여건과 경제주체의 역할이 재조정돼야 ‘자원의 희소성 법칙‘의 본질이 살아나면서 시장경제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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