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해운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해운 운임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해운 시황이 다시 저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로 교역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단군이래 최대 실적을 썼던 해운 기업의 파티는 끝났다. 범위의 경제를 통한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편집자 주.》
Q. 코로나 시기 `글로벌 공급망 붕괴`부터 짚어보자. 공급망 붕괴의 이유는 어디서 비롯됐나.
"LA·롱비치 항만은 체선·체화가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곳이고, 노동자 파업을 자주있는 곳이다. 여기에 팬데믹이 겹치면서 입항을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미국이 호황을 겪으며 물류 인력의 몸값이 높아졌고, 인력 수급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코로나 감염과 항만 파업이 겹치면서 공급망이 깨진 거다.
세계에서 상품 수요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팬데믹 시기 집에서 소비하다 보니까 식품류와 소비재를 많이 구매했다. 대규모 수입 화주들인 월마트나 아마존, 홈 디포 같은 세계적 기업이 재고를 많이 쌓아두려고 주문을 많이 했다. 이례적으로 아시아에서 미국 가는 물량이 많아졌다. 물동량은 많은데 물류 흐름은 꽉 막혀있다보니 운임이 크게 오른 거다."
Q. 최근들어 해운 운임이 가파르게 내리고 있다. 이유는 어디에 있나.
"먼저는 공급망 이슈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해운 운임은 보통 SCFI를 보는데, 15개 항로의 컨테이너선 평균 운임이다. 1천p 정도면 손익 분기점으로 봤는데, 올해 초 5천p가 넘었다. 지금 2천p까지 밀렸다. 코로나가 진정되며 공급망이 해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은 금리인데,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을 단행했다.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건 상품 수요를 줄인다는 거다. 미국의 월마트, 아마존의 재고율이 굉장히 높다. 재고는 비용이라서 재고를 낮춰야 한다. 결국 재고를 줄이는 건 수입을 줄인다는 뜻이고, 물동량 감소를 불러오게 된다.
또, 우려되는 건 선박 공급 과잉이다. 전 세계의 컨테이너 선복량이 약 2,500만TEU였다. 코로나 시기에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약 701만TEU다. 기존 선복량의 약 28%다. 굉장히 무서운 거다. 수요는 주는데 공급은 28% 늘어난다. 발주해둔 선박은 2025년까지 인도가 될건데 앞으로가 더 문제인 셈이다."
Q. 해운 운임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한 셈인데, 선사와 화주의 갈등도 생길 것 같다.
"화주와 선사는 장기 운송 계약을 맺는다. 이거를 SC(서비스 컨트랙트)라고 부른다. 코로나 시기에 맺은 SC계약은 높은 가격에 돼 있다. 문제는 현물 운임, 스팟 운임이 굉장히 낮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운임이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과거에 맺은 장기 운송 계약 덕분에 이익이 많이 나고 있지만 결국에는 운임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글로벌 기업은 팬데믹이 오래갈 것으로 보고 SCFI가 5천, 4천일 때 장기 운송 계약을 맺어 놨다. 그런데 현물 운임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까 화주 기업들은 `재계약하자` `해운기업이 이익을 너무 많이 남기니까 재계약하자`고 압박을 할 수 있다. 결국 짐을 갖고 있는 것은 화주고, 물류 환경이 정상화되면 화주는 다시 갑의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기업들이 장기 계약 운임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러면 운임 지수의 하락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Q. 최근 해운기업인 시스팬(Seaspan)사가 케이조선에 발주한 선박 계약을 취소했다.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선주인 시스팬 사가 발주한 배를 취소했다. 앞으로 시황이 안 좋다는 것을 인식한 거다. `선박 공급이 늘어나는구나, 배가 늘어나면 선가가 내려가겠다, 앞으로 용선료가 내려가겠구나` 생각한거다. 해운의 다운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체의 문제가 있었다. 보통 선박 수주 계약을 하면 선수금을 받는데, 이번엔 선수금을 안 받았다. 그러다보니 너무 쉽게 계약이 깨졌다. 국내 조선업체가 너무 수주에 급급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Q. 해운 시황을 둘러싼 악재가 많은데, 해운 기업들이 추진해야할 사업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글로벌 해운 기업은 해운 사업만 하지 않는다. 컨테이너 터미널, 항공 화물, 내륙·철도 운송 등 종합 물류 사업을 영위한다. 사업 리스크를 헤지(hedge)하거나 분산시키는 경영을 한다. 머스크는 작년에 홍콩의 LF로지스틱스를 4조 9천억원에 인수했다. 머스크도 `해운만 해서는 안 되겠다` `공급 과잉, 치킨 게임, 파멸적 상황이 오겠다`고 예지한 거다.
해운만 하다가는 한진해운, STX팬오션, 현대상선 꼴이 날 수 있다. 사업을 다각화해서 위험을 줄여야 된다는게 글로벌 해운사의 방향이다. HMM이 15조원 투자한다지만 여전히 선박 발주, 터미널 지분 참여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해상 운송, Port-to-Port 이건 안 된다. 이제는 Door-to-Door나 End-to-End사업을 통해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다.
한진해운이 왜 파산했냐, 결국엔 위험을 감지 못했던 거다. 용선료 시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무리하게 10년 장기 용선 계약에 올인한 게 패착이 된 거다. 지금 시점이 중요하다. 국내 선사가 다시 100여개까지 늘어났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국적 선사인 HMM을 더 키우고, 중견 선사도 키워서 최소한 아시아 물류를 지배해야한다. 국내 선사가 사업 다각화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이뤄내야 장기적으로 롱런을 할 수 있다."
Q. 단기적인 운임 지수 전망과 중장기적인 해운 리스크를 제시한다면.
"운임 지수는 1천선까지는 내려간다. 선복량 701만TEU가 공급되면 무조건 내려간다. 물론 선사들은 임시결항, 감속 운항, 계선으로 운임을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결국 SCFI는 1천선으로 수렴하게 돼 있다. 물가는 높고, 소득은 낮고, 실업률이 늘어나서 불황이 온다, 이렇게 되면 소비는 줄어든다. 소비가 준다는 건 화물 운송이 줄어든다는 거다. 팬데믹 시기의 정반대로 가는 거다. 물량 나를 것도 없고, 배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세계의 소비자들은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미·중 무역 분쟁도 우려된다. `각자 도생`은 원거리에서 운송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바이든이 `니어쇼어링` 얘기 했지 않았나. 멀리서 가져오지 말라는건 무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세계 무역의 WTO는 끝났고, 이제 세계 경제는 블록주의로 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와, 중국의 대결은 블록주의를 강화시켜 세계 교역량을 줄인다.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봐도 이제 해상 운송 해상 사업은 이제 침체기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다. 여태까지 즐겼던 단군 이래의 초호황은 이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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