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방어' 명분 쌓은 푸틴, 핵 버튼에 손 올렸다

입력 2022-09-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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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와 합병 조약을 맺음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영토 합병 조약을 체결한 뒤 연설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이미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쓴 적이 있다는 전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러시아에 첫 동원령을 발령할 때도 서방이 러시아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으며 이는 "엄포가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핵 위협을 가해왔지만, 자국령이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러시아로서도 명분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자국령으로 주장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국 방어를 위한 전쟁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핵무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가능해졌다. 즉,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 `핵우산`을 씌움으로써 여차하면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위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전 세계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위험은 항상 있다"며 실제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함으로써 핵무기 사용과 같은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과 여러 차례 만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말하는 것은 허풍이 아니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길리언 키건 영국 외무부 장관도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령과 핵 위협 당시 "그가 통제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한 바 있다.

미국 CNN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아직 없고 실제 사용 가능성도 매우 낮지만, 전쟁 전보다는 훨씬 커진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다만 핵방호 능력이 발달한 현대전에서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가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서방의 직접 군사 개입과 자국의 완전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핵 사용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분석도 많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결국 핵 버튼을 누른다면 저위력 전술핵을 사용하거나 시위용으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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