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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 곳곳에 '적신호'…월가 "리먼 사태 재현 가능성 낮아" [GO WEST]

입력 2022-10-04 19:07   수정 2022-10-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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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오민지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전해주시나요?

    <기자>
    요즘 유럽에서 위기감이 심상치 않습니다.

    강달러 상황에 유럽 통화들도 맥을 못추면서 유럽 곳곳에서 위기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요.

    영국에서 추진하려던 감세안에 이어서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 이슈까지 유럽에서 터지는 문제 상황들을 오늘 짚어보려고 합니다.

    <앵커>
    영국에서 열흘전 대규모 감세안을 냈었다가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뤘죠?

    감세안 가운데 일부를 철회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제2의 대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리즈 트러스 신임 내각이 지난달 23일에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경제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철회 등을 통해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우리돈 약 70조원)를 감세한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입니다.

    이같은 감세 정책으로 국가채무 증가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30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여론이 좋지 않자 트러스 내각은 감세안 내용 가운데 가장 반발이 컸던 소득세율 45% 폐지안에 대해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 소득세율 45% 폐지안은 영국 인구의 1%인 50만명의 고소득층에만 적용되는 안이었는데요.

    거둬들이는 세금 규모가 60억 파운드로 약 9조 6천억원이었습니다.

    이번 감세안 부분 철회로 감세액 가운데 60억 파운드 가량 줄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부분 철회에도 불구하고 당초 발표했던 법인세와 인지세 등 감세는 계속 추진하기로 해 450억 파운드 가운데 85%가 넘는 감세 부담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유럽 경제의 큰 줄기인 영국에서 위기 상황이라면 정말 좀 심각하게 봐야 하는 상황이겠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어떤 문제인가요?

    <기자>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재무 건전성 악화로 신용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 주말에 제기됐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재정 악화 영향으로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었는데요.

    지난 3일에는 크레디트스위스 CEO가 재정 건전성 우려 해소를 위해 주요 투자자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 우려감이 커진 겁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직원들이 매일의 주가 변동에 동요하지 않을 줄로 믿는다”면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회사를 재편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장중 한때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크레디트스위스의 재정이 악화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지난해 월가를 강타했던 아케고스 사태 때 크레디트스위스가 막대한 피해를 봤기 때문인데요.

    아케고스캐피털은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황이 운용하는 회사로 외부 자금이 아닌 가족 단위 자산으로만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 구조입니다.

    아케고스는 당시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투자은행들을 통해 주식에 투자했고, 아케고스가 투자한 주식들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은행에서 마진콜이 들어간 겁니다.

    마진콜은 투자한 상품, 그러니까 이 사례에서는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 원금에 대한 손실이 나타날 때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라는 요구입니다.

    그런데 아케고스는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은행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식 가격이 폭락한 겁니다.

    이때 크레디트스위스나 노무라 등은 주식을 팔아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죠.

    <앵커>
    복잡한 구조네요.

    빌 황이 투자 손실을 봤는데 투자은행들은 왜 손실이 나는 거죠?

    <기자>
    그림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아케고스캐피털, 그러니까 빌 황이 운용하던 자산은 100억 달러, 약 10조원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파생상품을 통해 차입으로 불린 자산의 규모는 무려 5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5배의 레버리지를 투자은행을 통해 일으킨 겁니다.

    보시면 모간스탠리, 노무라증권, UBS, 크레디트스위스 등 다양한 투자기관을 끼고 중국의 기술주들에 많이 투자를 했습니다.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보유 주식을 다 팔아도 아케고스에 빌려준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됐고 UBS는 손실 금액이 8억 6,100만 달러, 모간스탠리는 9억 1,100만 달러, 노무라증권은 28억 5천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가 손실액이 55억 달러로 가장 컸습니다.

    지난 30일에는 크레디트스위스의 부도 확률을 보여주는 5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한때 355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연초 57bp 수준이던 부도 확률이 6배 넘게 올라가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제2의 리먼 브라더스’가 되는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앵커>
    그래서 특히나 아케고스 사태 때 크레디트스위스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거네요.

    영국 상황도 문제인데 유럽의 거대 투자 기관이 흔들리는 것도 큰 우려 포인트입니다.

    월가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기자>
    아직까지는 시장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월가의 주요 평가입니다.

    JP모간은 “크레디트스위스의 자본과 유동성 포지션 모두 건전한 상황”이라면서 “일각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고요.

    시티그룹은 “크레디트스위스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걱정은 할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의 은행들은 과거 리먼브라더스 파산 시기에 비해 훨씬 자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거물로 불리는 엘 에리언도 “크레디트스위스의 현재 사태가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실수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불안해 한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크레디트스위스로 인한 위기에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다는 거네요.

    이런 저런 상황을 봤을 때 여전히 투자하기 힘든 환경 같습니다.

    시장 상황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럽에서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고 글로벌 시장이 침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좀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에 있는 유엔무역개발기구에서는 “공급측면의 문제를 수요로 풀려고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면서 “고강도 금리인상이 저소득 국가에는 큰 충격을 주고 세계 경기 침체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의 경우 오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6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요.

    다만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던 금융시장의 예상치보다는 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등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환영할 소식인데요.

    증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준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30일에 나온 8월 개인 소비지출(PCE) 물가가 여전히 상승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연준 내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기 시작했지만 연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금리인상 기조가 여전함을 내비쳤습니다.

    연준 입장이 이런 만큼 월가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증시가 매혹적으로 보이더라도 금융시장은 시장 바닥을 보여주는 투자자들의 완전한 항복이 나오지 않았다"며 단기 반등을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완전한 바닥이 왔을 때는 이미 늦다면서 지금을 저점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월가 강세론자 주장도 함께 나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 당장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UBS는 “에너지주, 원자재주, 헬스케어주 등 방어주”에, HSBC는 “강달러 시대의 탈세계화 수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내비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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