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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싸게 해줄테니 바꾸세요"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2-10-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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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4세대 전환 주의보
"병원이용 많을 경우 무작정 갈아타면 손해"


"8만원대 비싼 실손보험료, 1만원대로 낮춰드립니다"

제2의 국민의료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최근 이 실손보험료를 `깎아주겠다`는 권유전화가 많이 옵니다. 월 5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 가량 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왜 갑자기 보험사에서 느닷없이 보험료를 깎아주겠다고 하는 걸까요? 보험사 말만 믿고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최근 보험업권의 화두로 떠오른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4세대 실손, 보험료 저렴한 대신 자기부담금↑

보험사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값싼 실손보험은 바로 `4세대 실손보험`입니다. 과거 판매됐던 실손보험들을 1세대부터 2세대, 3세대로 구분짓는데요. 먼저 각 보험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을 1세대(구실손)로 칭합니다.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보험`이 2세대(신실손),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이 3세대입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실손보험이 4세대인데, `보험료 차등제`를 접목한 것이 특징입니다.

매번 바뀌는 실손보험들, 세대별로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비급여 진료에 대해 자기부담금을 얼마나 들여야 하느냐가 포인트입니다. 가장 오래된 1세대 실손의 경우 자기부담금 비율이 0~10% 수준인 것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질병과 상해 보장과 더불어 각종 진단금 특약들이 탑재돼 있어 보장범위가 큰 것이 특징입니다.

2세대는 자기부담금 비율이 10~20%, 3세대부터는 주계약과 특약이 분리되면서 주계약 자기부담금 비율은 10~20%, 특약은 30%로 늘어납니다. 4세대 실손은 주계약(급여) 자기부담금 비율이 20%, 특약(비급여)의 경우 30%로 보다 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뒤늦게 실손에 가입한 경우엔 비급여 진료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비중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다만 4세대 실손보험은 보장 한도가 적은대신 보험료가 1·2·3세대보다 최대 70% 가량 저렴합니다.



◆ 섣불리 갈아타면 오히려 손해

그렇다면, 당장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4세대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까요?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무턱대고 갈아탔다가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보험을 `갈아탄다`는 것은 이전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한다는 의미입니다. 보험이란 상품은 계약을 해지할 경우 기존 상품에 탑재된 담보에 대한 보장 역시 종료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만약 자기부담금 0%에 다양한 특약까지 더한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탄다면, 자기부담금 비율은 늘어나고 다양한 비급여 보장이나 진단금 혜택도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만약 해당 가입자가 병원 이용이 잦은 중장년층이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그간 4세대 실손보험보단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부담해왔지만 정작 병원에 더 자주 가는 노년기에 들어섰을 때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 이용이 없을 경우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병원에 갈 일이 많은 경우 보험료가 오르는 형태라 초기 가입단계에만 보험료가 저렴하고 이후 보장을 받을수록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 실손보험 적자 구조…보험사 숙원과제

다시 보험사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다고 느끼는 4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왜 부추기는 걸까요. 현재 실손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적자` 상품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액은 2조8,602억 원으로 전년(2조5,009억 원)보다 3,593억 원 늘었습니다. 적자가 난다는 것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보험사들은 그 원인을 과잉진료로 꼽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백내장 수술과 더불어 각종 한방진료, 경미한 사고에 대한 과도한 입원치료 등 일부 과잉진료가 실손보험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험사들이 최근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높은 과거 상품보다는 가입자의 자기부담율을 높인, 그리고 보장 여부에 따라 보험료 할인·할증이 붙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일부 보험사들은 아예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병원에 갈 일이 많지 않은 청년층의 경우에는 보험료 부담을 낮춘 4세대 실손보험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지만, 이미 오랜 기간 보험료를 부담해온 과거 실손 가입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 많은 만큼, 향후 병원 이용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슬기로운 TIP

가입자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큰 부분은 보험료 갱신입니다. 실손보험의 경우 1~5년마다 보험료가 다시 책정되는데, 손해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다보니 당장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4세대 전환을 고려하는 가입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계약 전환을 고려하는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실손보험 계약전환 간편계산기`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연간 의료 이용량 등의 정보를 입력해 실손보험 전환이 유리한 지,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지 등을 판단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보험료 부담이 크다면 각 협회 홈페이지에서 간편계산기 서비스를 통해 미리 따져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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