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에 희망 준 구조견 '마루'…7년 활동 마침표

입력 2022-11-09 17:14  


험준한 강원도 산악지역을 누비며 7년 가까이 혁혁한 공을 세운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마루(10)는 자신의 오랜 소임을 마치고 제2의 견(犬)생을 준비 중이다.
마루는 2015년 12월 23일 강원도소방본부 소속으로 `인명구조견`이 적힌 가슴 줄을 달고 현장에 179회 출동, 생존자 6명을 구조하고 5명의 망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어엿한 구조대원이다.
탁월한 후각 능력과 강인한 체력, 특유의 세심함을 갖춘 마루는 전국에서 활약 중인 구조견 34마리 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상을 펼쳤다.
마루와 6년 11개월 동안 동고동락해온 핸들러 최헌(47) 소방장은 이런 마루의 능력 덕분에 단 한 번도 요구조자를 놓친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마루가 요구조자를 지나친 적이 없기 때문에 수색 구역에서 요구조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자신 있게 `없다`고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 구조대원들이 다른 구역으로 옮겨 수색을 이어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 몰라요."
인명구조견은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과 40배 이상 발달한 청각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사람의 세포가 분열될 때 나오는 미세한 냄새 등 일반적으로 맡을 수 없는 냄새까지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마루는 그 능력이 매우 뛰어나 도내에서 발생한 각종 수색·구조 현장에서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7년 8월 화천군 상서면 구운리 만산동 계곡에서 약초를 채취하다 실종된 4명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고, 2020년 9월 횡성군 둔내면에서는 벌초 후 산속에서 길을 잃은 80대 노인을 수색 1시간 40분 만에 찾아냈다.
마루는 험한 수색 현장에서 한 번도 뒷걸음친 적 없을 정도로 용감하고 강인했다.
수풀이 우거지고 바위가 많아 험하면 우회할 법도 하지만 "가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서든 뚫고 나가는 심지가 굳은 구조견이었다.
최 소방장은 "구조견일지라도 얼굴 구조상 가장 앞에 있는 코에 이물질이 닿으면 거부감이 생겨 주춤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도 뒤로 빠진 적 없이 찾으라고 명령하면 다 뚫고 극복했다"고 치켜세웠다.
이런 기량을 인정받아 제9회 전국 119 구조견 경진대회에서 단체전 3위를, 제11회 경진대회에서는 개인 부문 1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거친 현장을 누빈 마루는 이제 인명구조견 임무를 마치고 최 소방장이 사는 강릉시 옥계면에서 `반려견`으로서 새로운 삶에 첫발을 내디딘다.
인명구조견은 대게 8세 전후로 은퇴한다. 각종 산악·붕괴 지형에서의 거친 현장 활동이 근골격계의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켜 8세 이전에 인명구조견 타이틀을 내려놓는 일도 적지 않다.
은퇴 시점에 크고 작은 신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가슴 아픈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일이 잦지만, 마루는 특유의 세심하고 주의 깊은 성격을 바탕으로 더 오래 활동하면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소명을 다하게 됐다.
"건강하긴 하지만 구조견으로 활동하기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수색에 나서면 절대 먼저 쉬는 법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먼저 앉거나 엎드리는 등 `쉬어가자`는 몸짓을 하더라고요."
마루는 지난 10월 4일 속초시 설악동에서 80대 실종자를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돌려보낸 일을 끝으로 활동을 마쳤다.
마루는 소방의날 다음날인 오는 10일 인명구조견 센터가 자리한 양양항공대 격납고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후임 인명구조견에 배턴을 넘긴다.
은퇴 뒤에도 함께 생활할 최 소방장은 "마루와 함께 한 모든 현장이 잊히지 않는다. 작년에 은퇴했어야 하는 데 1년 늦어져 미안하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집 앞 백사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서핑도 하면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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