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이춘재에 살해된 초등생 아버지, 손배소 선고 앞두고 사망

입력 2022-11-15 15:16  


33년 전 경기 화성시 일대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김용복(69) 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지난 9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의 가족은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지연됐다"며 2020년 3월 수원지법에 정부를 상대로 2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존엄, 인격권을 도외시한 수사 편의와 성과주의로 기본 윤리 의식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정부) 소속 경찰관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원고들의 분노와 울분 등 정신적 고통은 심해졌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김씨의 딸 김(당시 8세) 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께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이 사건은 30여년 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2019년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자백과 함께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다.
수사본부는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김양 실종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경찰이 김용복 씨와 김양의 사촌 언니 참고인 조사에서 김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것이 확인되고, 사건 발생 5개월 뒤 인근에서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혐의가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A씨 등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딸이 범죄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용복 씨는 경찰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그는 2020년 7월 딸의 책가방 등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 화성시 한 근린공원을 찾아 헌화한 뒤 취재진에게 "30년 동안 (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며 "(이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했다.
김용복 씨의 아내는 2년 전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김양의 부모가 모두 숨지면서 김씨 부부의 아들이자 김양의 오빠가 홀로 소송을 맡게 됐다.
김씨 가족 변호인은 "부모로서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등) 마지막 희망까지 무너지니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손해배상 금액을 기존 2억5천만원보다 많은 4억원으로 변경했다.
변호인은 "신체 건강하고 충분한 기대 수명이 남아있던 김양의 부모는 경찰의 위법 행위가 밝혀진 지 불과 2∼3년 안에 모두 사망했다"며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행위의 영향이 결코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 대한민국의 소송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객관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부득이 가출 사건으로 처리됐던 것"이라며 "이 사건은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폭력 내지 인권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어 "피고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더라도 당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경찰 이외 다른 경찰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점, 이춘재의 자백이 나온 후 대규모 수사본부를 편성해 사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일은 오는 17일이다. 소가 제기된 지 2년 8개월 만에 국가 책임 인정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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