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조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이어서 미 증시도 살펴보죠. 간밤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죠.
<기자>
네, 시장을 긴장시키는 연준 위원들의 강경 발언, 매파적 발언이 나왔습니다.
CPI에 이어 PPI까지 인플레이션이 일단은 정점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언론은 물론이고 월가와 투자자들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변화 가능성을 묻기 시작했거든요.
시장에서 `피벗(Pivot)`, 연준의 정책전환이 자꾸 화두에 오르니까, 연준 인사들이 "앞서 나가지마"하며 일종의 경고에 나선 겁니다.
결정적인 한 방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최종 금리, 7%가 될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이었습니다.
<앵커>
제임스 불러드 하면 미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지 않습니까.
7%면 시장이 깜짝 놀랄 수준인데, 진짜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기자>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7%는 불러드 총재가 제시한 시나리오 중 가장 보수적으로 매파적인 경우를 택한 것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발표에 나섰는데요.
"현재 기준금리는 충분히 제한적인 영역에 아직 들어가있지 않다"면서 "비둘기적인 가정에서도 최소 5~5.25%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과거 불러드 총재가 이야기했던 4.75~5%에서 좀 더 높아진 것이죠.
여기에 불러드 총재가 직접 제시한 PPT 자료를 보면 7%의 상한선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제목에 있는 `충분히 제한적인(sufficiently restrictive)` 용어는 제롬 파월 의장이 먼저 언급했던 것인데요.
부제목을 보면 테일러 준칙에 의거한 기준금리 수준인데요. 보이는 이 파란선이 실제 기준금리이고, 노란 점선과 그 사이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테일러 준칙에 따른 금리 수준입니다.
비둘기적으로 보았을때 하한선이 5%, 매파적으로 보았을때 상한선은 7%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인데요.
불러드 총재는 "1970년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금리를 더 높게 가져가야한다"며 "2년째 인플레이션이라는 걸 잊지 마라. 최종 금리는 오로지 인플레이션만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금융시장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여기서 활용된 테일러 준칙이 뭔지 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중앙은행 금리 결정 공식으로 불리죠.
<기자>
테일러 준칙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감안해서 적정한 정책 기준금리 수준을 산정하는 공식입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통화정책 준칙인데, 언뜻보면 복잡해 보여도 손으로 직접 계산을 해 볼 수가 있어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1993년 발표 이후 여러가지 변형된 모델이 있지만, 기본 모델을 보면 균형 실질이자율에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 갭과 국내총생산 갭의 각 50%를 더한 것입니다.
(적정 기준금리=균형 실질이자율+물가상승률+0.5×(인플레이션 갭)+0.5×(국내총생산 갭))
여기서 인플레이션 갭은 실제 물가상승률에서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고, GDP갭은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입니다. 0.5는 물가와 경기를 균형있게 고려해 금리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주어진 계수입니다.
균형 실질이자율은 당시에는 2%로 제시됐는데, 성장률 하락세를 감안해 1%로 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현재 데이터를 대입해보면 5~7%가 나오는데, 실제 테일러 교수도 최근 한 공식 석상에서 "연준은 6%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상당히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테일러 준칙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균형 실질이자율이나 인플레이션과 GDP 갭에 부여하는 가중치도 다 추정치이죠.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QE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적극 활용하면서 적정금리 산출의 기준으로는 한계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은 물가와 성장률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가가 뛴다고 기준금리도 그에 맞춰 널뛰면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겠죠.
테일러 준칙이 갖고 있는 한계는 연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통화정책 보고서에 언급한 바 있고요.
<앵커>
그러니까 "테일러 준칙에 따른 5~7% 기준금리가 절대적이다"라기 보다는 참고의 의미가 있겠다 하겠군요.
자, 불러드 총재 외 다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은 어땠나요?
<기자>
구체적인 최종 금리 수준을 숫자로 언급했던 위원은 앞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정도인데요. 최종금리 수준을 4.75~5.25%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총재 역시 이날 피봇 가능성을 묻는 인터뷰에 "금리인상 중단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며 가능성을 일축 시켰고, 속도를 늦추는 것은 조금 더 데이터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지표를 통해 "12월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데 마음이 편해졌다"고 언급했는데요. 역시 더 많은 지표를 볼 때까지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구요.
필립 제퍼슨 이사 역시 인플레 억제가 강력한 경제를 보장하는 최선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최근 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내려올 때까지 긴축 기조 이어가야 한다"는 매파적 입장을 더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CPI 지표 이후 바로 나왔던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비둘기적 발언 이후 주 후반이 갈수록 매파적 입장이 우세한 모습입니다.
연준이 주식시장의 과열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 보이죠. 금융여건 완화되면 인플레이션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군요.
월가에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시장에서도 불라드 총재가 시사한 7%는 시장의 기대를 누르는 `엄포`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는 있습니다.
다만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다소 상향하는 추세인데요.
골드만삭스는 5.0%에서 5.25%로 올렸고, 울프리서치는 최대 6%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피델리티는 `피벗은 죽었다`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은 이어질 것이며,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주식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입니다.
보고서를 낸 피델리티의 살만 아흐메드 전략가는 "미 국채나 투자등급의 회사채가 단기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구요.
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연준의 통화정책이 미 경제를 더 큰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하워드 막스는 "증시가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텐데, 이는 곧 조만간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매수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막스 회장은 "연준의 최종 금리는 연 5% 안팎에서 5~10년간 머물 것"이라며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 크게 베팅하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뉴욕증시는 아무래도 개별 기업들의 호재가 영향력을 갖는 장이 되겠군요.
<기자>
월가의 분석도 기업 실적의 영향력이 커지는 실적장세를 전망하고 있는데요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지난 1년은 `금리`가 지배했다면 내년은 기업 실적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수익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기업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같은 업종 내에서도 상반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그에 따라 주식이 급격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백화점체인 메이시스는 고소득층 고급의류와 뷰티용품 소비 증가 따른 호실적에 15% 강세를 보였고, 목용용품 소매업체 배스앤드바디웍스 역시 시장 예상치 두 배 웃도는 주당순이익에 25% 넘게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실적을 내놓았던 대형소매업체 타겟과 월마트는 상반된 성적표를 내놓으며 주가도 반대로 움직였는데요. 월가에서는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쇼핑시즌에 자동차와 의류, 가전제품 등 임의소비재는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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