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배신한 베컴에…게이들 '뿔났다'

입력 2022-11-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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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지지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의상을 입은 영국 코미디언 조 라이셋이 카메라 앞에 놓인 현금 뭉텅이를 들고 분쇄기 앞에 선다.
곧이어 라이셋이 돈뭉치를 차례로 분쇄기에 집어넣자, 지폐들은 가루가 되어 공중에 흩날린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전날 라이셋은 이 같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전직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향해 비난의 메시지를 보냈다.
베컴은 한때 성소수자 사이에서 팬층이 두터웠으나, 1억5천만파운드(약2천400억원)에 2022 카타르 월드컵 홍보 모델로 나서면서 반발을 샀다.
카타르는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나라로 적발 시 최대 사형에 처할 뿐 아니라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가혹 행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셋은 베컴의 `변절`에 항의하며 베컴이 홍보 모델 자리를 포기한다면 성소수자 후원단체에 1만파운드(약 1천6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베컴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라이셋은 기부하려던 돈을 갈아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어떤 이들은 1만파운드 이상의 홍보 효과를 냈다며 지지를 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차라리 그 돈을 기부하는 게 더 의미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라이셋은 이에 영상을 올린 직후 "분쇄기에 들어간 건 진짜 돈이 맞지만, 갈려 나온 돈은 가짜"라며 "진짜 돈은 훼손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1만파운드(약 1천600만원)를 성소수자 후원단체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컴을 향해 "당신에게서 답변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적 없다"며 "사람들을 논의의 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고안된 공허한 위협이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퍼포먼스가 "많은 면에서 당신과 카타르의 계약과 닮았다"며 "시작부터 `엉터리`였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최대 게이 잡지 에디터로 일했던 맷 케인은 "베컴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건 굉장히 혁신적이었다"며 "지금 그는 우리를 고문하고 죽이는 체제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그의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광고대행사 하바스 관계자는 베컴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후원을 받는 사람"이라며 "세상은 그를 용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PR 전문가 마크 보르코프스키도 "베컴은 더는 개인이 아닌 하나의 회사"라며 "그는 돈을 만드는 기계"라고 지적했다.
베컴은 이날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가 있던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성소수자들의 비판에 대해선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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