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들었다.
민생과 직결한 휘발유 공급 차질이 가시화하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정유업계로 확대하는 검토에 들어갔다.
경제의 `혈관`인 물류가 여드레째 막히면서 건설·산업 현장 곳곳에 스며든 피해는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 주유 대란 가시화…추가 업무개시명령 불가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로 전국에서 품절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가 전날보다 10곳 증가한 33개소로 파악했다.
품절 주유소는 서울 15개, 경기 11개, 인천 1개 등 수도권이 27곳이다. 충남 4개, 강원과 전북 각 1개 등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도권 주유소 재고가 2∼3일 남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선 주유소 휘발유 수급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만큼 시멘트 운송 기사에 이어 유조차(탱크로리) 운송 기사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상대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정유 4사, 대한석유협회, 주유소협회, 석유공사와 정유업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실무준비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민생 경제에 직결되는 휘발유와 등유 등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군용 탱크로리 5대, 농·수협 탱크로리 29대 등 대체 운송수단 긴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 `재료가 바닥`…제조업 피해도 현실화
금호타이어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들면서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이 회사 광주공장은 하루 생산량을 3만3천본에서 2만본으로, 곡성공장은 3만2천본에서 2만7천본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긴급 타이어를 제외하곤 사실상 제품 출하가 어려운데다 야적도 한계가 있어 우선 7일까지 생산량을 조정하며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경북 도내 중소기업들이 겪는 피해 또한 물류비 상승과 수출 불가에 따라 날로 커진다.
대다수가 식품 업종인 기업들은 유통기한 내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업종 기업들도 물류비 상승 속에 운송 차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부담이 가중된다.
철강업에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제품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포항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은 지금까지 6만7천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
포항철강공단은 출하하지 못한 제품을 야적하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어 파업이 길어지면 공장 가동 중단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 건설 현장 셧다운, 전국 곳곳으로 확산
화물연대 운송 거부가 8일째 이어지면서 전국 관급공사 현장도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부산에서는 46개 관급공사 현장 가운데 5곳에서 일정이 틀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이날 접수됐다.
만덕∼센텀 도시고속화 현장은 토사 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덕 3터널, 신평·장림 산업단지 개방형 체육관 건립 현장은 레미콘 반입이 안 돼 일부 공정이 멈추어 서거나 대체 공사에 들어갔다.
충남에서는 대한건설협회 충남세종지회가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 7건을 파악 중이다.
지역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수급이 중단돼 건설에 차질을 빚는 현장이 여러 곳이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도시철도 2호선, 광주천 정비, 무등야구장 리모델링 등 관급공사 현장이 콘크리트 타설을 멈추고 다른 공정으로 대체하고 있다.
시멘트 반출에 발이 묶이면서 각지의 공급처도 갈증에 허덕이는 현장과 마찬가지로 일손을 놓고 있다.
전남 시멘트 생산 업체 5곳은 하루 평균 2만6천t을 생산했으나 파업 이후 출하가 안 되다 보니 저장 공간이 부족해 가동을 멈췄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도내 132개 레미콘 공장 중 80.3%인 106곳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
제주에서는 24개 레미콘 제조사가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지난달 28일을 기해 모두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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