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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수술실 CCTV 시행규칙 곧 나와…설치 초안은?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김수진 기자

입력 2022-12-10 08:00   수정 2022-12-11 15:48



"녹음기를 통해 대화 내용을 모두 들었어요. 이런 일이 어떻게 나한테 일어나는지…." 과거 강남 유명 성형외과 성형수술 중 의료진에게 성희롱을 당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환자의 증언이다.

"일하는 모습을 항상 CCTV가 기록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거부감이 들죠. 일부 성형외과나 정형외과에서 사고가 생긴 게 주된 이유였는데 암 수술 등 중대한 수술을 하거나 수술실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병원까지 CCTV를 달아야 한다니…." 한 대학병원 외과 의사의 토로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의료법 개정에 따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시행된다. 이는 세계 최초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촬영의 범위라던가 예외적으로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 예상 설치 견적 등 내용 발표가 아직 남아있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내용들이다.

●환자 단체-의료계 의견 달라 16차례 회의

해당 내용을 두고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보니, 정부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CCTV 설치방안과 의료법 시행규칙안 관련 연구용역까지 발주했다. 정부는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규칙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경제TV는 최근 해당 연구의 보고서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입수, 내용을 취재했다. 보고서는 대외비라 공개가 불가능하지만,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들었다(보고서 내용은 시행규칙 초안의 토대일 뿐, 정부에서 시행규칙을 다르게 발표할 수 있다).

`환자안전 확보를 위한 수술실 CCTV 설치 방안 및 의료법 시행규칙안 연구` 책임자인 장성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각 단체 자문단의 의견 수렴을 위해 16번의 회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의료계, 환자·시민·소비자단체, 보안업계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의료계와 환자단체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고, 생각보다 쟁점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어디까지 촬영하나…의료진이 거부 가능한 사유 있어

큰 쟁점 중 하나는 CCTV 촬영 범위와 촬영거부 사유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할 때 촬영하며,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녹음 기능을 사용하려면 환자와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료진은 ▲수술이 지체되면 생명이 위험한 응급 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수술 등에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장성인 교수는 "응급 수술은 한시가 급한데 행정·서류 처리 등으로 시간이 늘어지면 환자에게 손해"라며 "위험도가 높은 수술, 즉 중증 고난도 수술은 현대 의학에서도 어려운 수준의 수술일 수 있는데 이를 모두 기록하겠다고 하면 의사들이 고난도 수술 자체를 기피하게 될 위험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 저해는 많은 대학병원 의사들이 걱정한 부분이다.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대학병원은 의사를 교육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라며 "환자들은 모든 수술 과정을 숙련된 교수 한 사람이 해야한다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려면 의사를 가르칠 수 없는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항목이 들어갔다.

CCTV 촬영 범위는 수술 세부 부위가 드러날 정도는 아니고, 환자 방치나 의료진 성추행 등 특정 행동이 보이는 수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병원당 2~3천만 원 이상 들어…설치·운영비용 문제도

수술실 CCTV 제도의 확립에는 `비용 보전`이란 문제도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신마취 수술실을 갖춘 국내 의료기관은 총 1,842개다.

장성인 교수는 "CCTV 업체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한 기관당 설치비가 2,800~3,000만 원 이상 들어간다"며 "기관에 1,000만 원 씩만 지원한다 해도 180억 원이 필요한 셈인데,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필요한게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CCTV 카메라보다 영상을 반출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가격이 비싸며, 영상이 유출되면 안 되니 로그 관리나 마스킹 등 개인정보보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최근 낸 의견에 따르면 CCTV 설치비 예산안은 61억 원 수준이다. 비용 충당 계획은 국비 40%, 지자체 40%, 의료기관 자부담 20%이며 지원 대상은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 1,436개에 불과하다.

해당 예산은 실제 들어가는 비용과 차이가 큰 데다, 설치비만 포함됐고 운영비는 없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지자체가 예산을 댄다는 장담도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 보전을 위해 설치비와 별도로 운영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거나, CCTV 열람을 요청한 환자에게 소정의 비용을 받거나, 수술실 수가에 CCTV 촬영 비용을 반영하는 정도가 가장 현실적"이라며 "설치·운영비가 부족하다며 보안에 취약한 특정 저가 CCTV를 사용하면 여기에 따른 정보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비용 문제 해결이 일순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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