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40원대까지 올랐지만 결국 1,260원대에서 마감하는 등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영향으로 올해 9∼10월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으나, 연말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높아지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율이 급격히 안정됐다.
지난해 종가와 비교하면 75.7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올해 환율 변동 폭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하면서 내년 환율이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1,264.5원 마감…올해 환율 변동 폭 2009년 이후 최대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5원 내린 달러당 1,26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1,188.8원)와 비교하면 75.7원 올랐다.
올해 환율의 변동 폭(최고-최저)은 258.6원이었다. 환율 변동 폭은 지난 2009년(447.3원) 이후 가장 컸다.
올해 최저가는 1월 14일 기록한 1,185.6원이었다.
이주열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인상한 뒤,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입장을 밝혔다.
환율은 미국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뛰었다.
환율은 6월 23일 1,300원, 9월 22일 1,400원을 각각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며 10월 25일 장중 1,444.2원까지 올랐다.
지난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후 미국의 10·11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기대를 밑돌자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20일 수익률곡선 통제정책의 금리 변동 폭을 확대한 것도 환율 진정에 도움을 줬다.
종가 기준 환율 연저점은 1월 14일의 1,187.3원, 연고점은 9월 28일의 1,439.9원이었다.
◇ 내년 환율 `상고하저`…긴축 경계 완화에 1,200∼1,300원대
내년 환율은 상·하반기 평균 1,200∼1,300원대에서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환율(평균)이 상반기 1,390원·하반기 1,330원으로, 연간으로는 1,360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전환 등으로 달러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겠지만, 인플레이션 정점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협요인이 현실화하면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경영연구원은 내년 환율 전망치를 상반기 1,325원·하반기 1,295원, 연간 기준 1,310원을 제시했다.
LG경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흐름을 반영해 상고하저의 흐름을 따르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감소세가 연중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원자재 등 수입단가 하락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국내외 금리차가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확산할 4분기 이후에야 원화 가치 회복세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내년 환율 수준을 상반기 1,300원, 하반기 1,260원으로 예상했다.
문 연구원은 "12월 환율이 기대 심리 때문에 많이 내리기는 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고 국내외 경기 문제 등 펀더멘탈(기초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반기 평균 1,300원에서 거래되다가 하반기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오면 40∼50원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