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껴봤자 요금은 더 나와"... 난방료 폭탄에 폐업 고민

입력 2023-02-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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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난방비 폭탄`을 맞은 일반 가정, 농가,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시름하는 가운데 이달 큰 폭의 전기료 인상도 예고돼 고충이 이어질 전망이다.

세종시 다정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유모(30)씨는 관리비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난방비와 전기세를 포함한 요금이 한 달 새 2배로 늘어난 29만8천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유씨는 "난방을 틀지 않고 겨울용 패딩점퍼를 입고 잠이 들었다가 감기에 걸렸다"며 "남편도 매일 하던 목욕을 포기할 정도로 난방을 아끼고 있는데 다음 달에 관리비가 또 얼마나 나올지 벌써 걱정"이라며 하소연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목욕탕 업주는 탕 7개 규모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12월 1천840만원의 전기요금을 받아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1천550만원보다 18.7% 오른 금액이다.

업주는 "폐수의 열원을 이용하는 `폐수 히트 펌프`, 탕의 온수를 덥히는 `에너지 절감 전기보일러` 등 각종 시설 투자를 해 이 기간 전기 사용량을 8천kWh나 절약했는데, 오히려 전기료는 더 나왔다"며 "1년에도 몇 번씩 오르는 전기료 탓에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가스요금, 수도 요금도 함께 올라 목욕탕 이용료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전 서구에서 24시 찜질방을 운영하는 상모(60)씨도 수도세와 가스비를 포함한 찜질방 운영관리비가 작년 평균 1천700만원에서 이번 달에 3천만원을 넘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중에서도 가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인데 1천500만원이던 가스비 요금이 이번 달 2천800만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상씨는 "5년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계속 힘들었다가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더니, 이번엔 가스비가 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면서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데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이제는 정말 더는 대책이 없다"며 막막해했다.
경기도 고양시 화훼농가들도 훌쩍 뛴 전기세와 농업용 면세유 가격에 울상이다. 5천㎡ 규모 하우스 13동에서 분화를 키우는 권기현(61)씨의 농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와 비교해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는 "전기와 면세유 기름으로 하우스 난방을 하는데, 지난 1월 전기세와 기름값으로 1천100만원이나 들었다"면서 "작년 1월과 비교했을 때 1.5배에서 2배 가까이 난방비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고지서에 전기세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어 걱정이다"며 "경기 불황에 전기료와 난방비가 너무 올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용인에서 2천㎡ 규모의 화훼농장을 운영 중인 조모(60)씨는 올겨울 전기요금이 작년보다 20%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조씨는 "다육 식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빨리 키워서 판매하려면 실내 온도를 20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전기를 덜 썼는데도 요금이 더 많이 나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최구홍(60)씨도 난방비 상승과 한파가 겹치면서 비용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정산한 12월 사용 전기료와 등윳값은 200만원으로 작년보다 약 30% 치솟았다.
또다시 인상된 1월 사용 전기료는 청구되지 않았지만, 실내 온도를 7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딸기 농사 특성상, 연이은 한파로 난방기 가동 시간이 늘어나기까지 해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질 `폭탄`에 걱정이 크다.
가스비와 전기요금 상승은 중소기업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에 있는 한 에폭시수지 제조업체는 지난달 스팀 사용료(가스비)가 1억원 정도 나왔다. 6개월 전 7천만∼8천만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오른 것이다.
전기요금은 6천만원 정도 부과됐는데, 역시 6개월 전보다 20%가량 올랐다. 업체로서는 에너지 비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싶지만,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업체 대표는 "일단은 이윤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지만, 에너지 비용이 계속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폭등은 제품,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시 서민에게 직격탄으로 돌아온다. 중·소규모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에 떠밀려 가격 인상 또는 폐업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대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경빈(39)씨도 지난해 12월 전기료 110만원, 1월 전기료 210만원이 찍힌 고지서를 내보이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김씨는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며 "최근에 안 오른 게 없다고는 하지만 헬스장 사장 입장에서 헬스 이용요금을 갑자기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부산 금정구 선두구동의 공공목욕탕인 `선두구동 목욕탕` 업주 허모씨도 이용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허씨는 "전기, 수도, 경유 요금이 줄줄이 오르면서 과거와 비교해 60%가량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며 "10년 동안 3천 원 요금을 한 번도 인상한 적이 없는데 목욕탕 경영이 너무 어려워 구청에 요금 인상을 건의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20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이씨 역시 시간당 이용 요금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1월에 1시간당 요금 100원을 올렸는데 한 번 더 올려야 하나 싶다"며 "매출은 오르지 않았는데 인건비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전기료까지 오르니 다른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달 전기료만 370만원을 냈다. 한 달 사이에 100만원을 더 냈다"며 "여기서 더 얼마나 오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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