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적자' 롯데케미칼…'배터리'가 살 길

이지효 기자

입력 2023-02-09 19:11   수정 2023-02-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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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12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처음 낸 적자입니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를 키워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이 기자, 롯데케미칼의 실적 어땠습니까?

    <기자>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22조 2,761억원, 영업적자 7,5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매출 20조를 처음으로 돌파했지만, 이러고도 적자를 낸 건데요. 증권가의 전망치보다 더 큰 폭의 손실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호남석유화학에서 지금의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당기순이익은 411억원으로 전년 보다 97% 감소했지만, 순손실은 막아냈습니다.

    실적 악화는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인데요.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같은 기초 소재입니다.

    나프타를 수입한 이후에 이를 열분해(NCC)해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제품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겁니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 즉 에틸렌 스프레드를 보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지난해 말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주력인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떨어지니까 신사업에 뛰어든다는 거군요?

    <기자>

    석유화학은 `사이클` 산업입니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재료 가격에 따라 업황이 결정됩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수요 변동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중국의 리오프닝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반등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케미칼은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 소재`에 명운을 걸었습니다.

    일찌감치 태양광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던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실적을 개선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2030 비전·성장전략`에서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거두겠다고 밝혔는데요.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60%인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2030년까지 7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앵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 현실성이 있는 얘기입니까?

    <기자>

    올해 배터리 소재 부문 매출이 1조원 수준인데, 7배 가량 더 높이겠다는 겁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분리막과 양극박, 동박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소재 부문을 키우기 위해 미국 내 최초로 양극박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고요.

    국내 동박 생산 1위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2월에 관련 절차가 모두 끝납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에 추가될 전망인데요.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581억, 영업이익 696억 정도를 냈습니다. 당장의 존재감은 크지 않지만 성장성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약 6만톤의 동박 생산 능력을 갖췄고요. 전력비 등이 낮은 말레이시아 3·4공장 증설이 끝난 만큼 올해부터 수익성이 확대될 겁니다.

    롯데케미칼은 기존에 있던 배터리 소재 외에도 전해액으로 밸류체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인데요.

    대선석유화학단지에 건설 중인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 공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됩니다.

    전해액 핵심 소재인 유기용매는 현재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롯데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생산에 나선다면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건데요. 투자하려면 돈이 들지 않습니까? 최근 자금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은데요.

    <기자>

    기존 석유화학에서 배터리 소재로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겠죠.

    롯데케미칼이 앞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웠던 데는 2021년까지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자금을 확보해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로 돈이 나갈 곳은 늘었지만 들어오는 건 줄어든 상황인데요.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는 이달 중 마련해야 하는 2조 7,000억원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이죠.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 등 내부에서 조달한 1조 4,000억원을 활용할 예정이고요.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차입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은 5조 6,244억원인데 1조 3,000억원을 더하면 이 규모가 7조원에 달하게 됩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외에도 굵직한 투자 계획이 많은 상황이라 자금 확보가 시급한데요.

    최근 파키스탄 소재 자회사 `LCPL`도 매각해 약 1,924억원을 마련했고. 곧 최대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앵커>

    자금 문제만 해결하면 성장성은 있다는 건데요. 롯데케미칼은 올해 실적, 어떻게 전망합니까?

    <기자>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죠.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번 영업이익으로부터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인데요. 1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 기업으로 봅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만 해도 17.5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4.02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됐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급등했던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 추세에 있는 만큼 이미 바닥을 통과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바닥을 친 석유화학 사업이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올해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는 건데요.

    석유화학 업황 회복을 기반으로 신사업 투자를 지속하면서 성장성을 증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약 1,000만대 수준인데요. 2025년 2,200만대, 2030년 5,9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배터리 소재의 성장성, 나쁘지 않습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도 헬스케어, 모빌리티, 수소·전지소재 등을 미래 신사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지금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지도 주목해 볼 부분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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