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사라지고 메마른 알프스…난데없는 '선인장' 무성

입력 2023-02-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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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눈, 여름에는 에델바이스가 뒤덮어 장관을 이뤘던 스위스 발레주의 알프스 산비탈에 난데없는 선인장이 무성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가 갈수록 따뜻해지는 기후변화 때문인데 이 선인장의 급격한 증식으로 기존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발레주 곳곳에서는 `부채선인장`이 증식하고 있다. 주도인 시옹에서는 부채선인장이 낮은 초목 지표층의 23∼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주 자연보호국의 생물학자 얀 트리포네스는 "일부 지역에서는 선인장이 식물 서식이 가능한 지표면의 3분의 1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도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부채선인장은 발레주뿐 아니라 인접한 티치노주, 그리종(그라우뷘덴)주 등 다른 스위스 알프스 지역과 발레다오스타주, 롬바르디아주 발텔리나 등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발레주 퓔리시는 지난해 12월 말 선인장 근절 캠페인에 나서면서 "뜨겁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이 외래종 식물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초원 지대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트리포네스는 "발레는 스위스의 생물다양성 핫스폿 중 하나"라며 "이 선인장들이 있으면 다른 것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에 북미종인 부채선인장이 유입된 것은 늦어도 18세기 말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알프스 지역의 기후가 점점 더 따뜻해지면서 눈 덮인 표면이 줄어들고 식생 서식 기간이 더 길어져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의 선인장 식생을 오랫동안 연구한 지리학자인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는 "이 종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영하 10도, 영하 15도도 견디지만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가 악화하면서 알프스에서 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올겨울 알프스 스키장들은 눈이 없어 애를 먹을 정도로 산 저지대에는 눈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스위스의 해발 800m 미만의 강설 일수는 1970년 이후로 반 토막이 났다.

또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연중 눈이 알프스를 덮는 기간이 역대 평균보다 한 달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보고서는 이를 "지난 6세기간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움가르트너는 "기후변화 보고서들을 보면 스위스의 (기온 상승) 곡선은 거의 북극만큼이나 가파르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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