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역할 커지나…위탁사 불러모은 국민연금 [심층분석]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2-13 19:12   수정 2023-02-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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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김 세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조짐
    해외는 연기금 운용권한 독립..."평소에도 ESG 협의"
    <앵커>
    은행계 금융지주와 KT, 포스코 등 이른바 `주인없는 기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지분을 10% 안팎 보유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부 취재기자와 이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주인없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 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위탁운용사들까지 불러모았다면서요?

    <기자>
    국민연금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오늘(13일) 국내 주식 위탁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 30여곳을 모아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임받아 장기간 운영해온 기관들인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주행동 등과 연관된 기관 투자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오는 16일과 17일에는 상장사협의회와 의안 분석 자문기관을 만나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과 사례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국민연금은 이번 설명회를 통상적인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절차로 설명하고 있지만 단순 권고가 아닌데다, 그 시점도 절묘합니다.

    우선 국민연금 안팎에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관 투자자의 책임투자를 명시한 `스튜어드십(Stewardshop)` 강화에 대한 요구가 예년보다 부쩍 커졌다는 겁니다.

    또 KT&G와 에스엠 등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상대로 한 행동주의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표 대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민연금 주주권의 무게감도 달라졌습니다.

    국내 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본격적으로 강화한 건 2018년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책임을 명시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부터입니다.

    국민연금은 이후 2020년 11월부터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사에 관련 운용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의결권 행사 방침을 따르도록 권고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책임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86%, 위탁운용사는 13% 수준인데 주주행동 움직임 강화에 따라 이러한 비율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은 정부와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동 적용 대상으로 삼은 `소유 분산기업`입니다. 이른 바 주인없는 기업이라고도 하는데 국민연금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
    `소유 분산기업`은 그룹 총수가 있는 일반 대기업과 달리 지배적인 주주가 없이 외국인, 국내 기관 등으로 지분이 분산되어 있는 기업들을 말합니다.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 가운데 지분율 5% 이상이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업만 1월 말 기준 모두 287곳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CEO 재공모에 들어간 KT(9.95%)를 비롯해 POSCO홀딩스(8.72%), KT&G(8.03%), 신한금융(8.76%), 우리금융(7.86%) 등이 대표적입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지난해말 10% 가량 보유하고 있던 KT지분을 최근 9.95%로 낮췄습니다.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도록한 10%룰이 완화됐음에도 주주권 행사를 의식해 비중을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기업들도 이러한 주주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상장사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데, 이렇게 지분보유 목적을 강화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만 해도 29곳입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까지 더해져 올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앵커>
    `소유분산 기업`, 주인없는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요구가 지나친 경영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보다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해온 글로벌 연기금 CPPIB, ABP 등을 비롯해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주주총회에 임박해 주주행동에 나선 우리나라 연기금, 행동주의 펀드들와 달리 투자 대상 기업과 지속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6가지 책임투자 원칙을 명시한 PRI에 따라 주주활동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실제 주주행동에 나서기까지 주주서한과 면담이 수시로 진행하면서 기업 가치를 지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국내 의결권 행사 양상을 보면, 상장사들과 대화가 충분하지 않은 단계이다보니 외국계 혹은 전문운용사들의 주주권 행사 반대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책임투자 기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이들 외국계 기관의 의안 반대율이 7.8%로 전체 기관 투자자 4.2%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해외 연기금들은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갖고서 주주 행동을 나선다는 겁니다.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상당히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의 제1원칙으로 삼고있는 수익성 원칙을 지키고 투자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해결해나가야 할 대목으로 꼽힙니다.

    올해 이러한 논란 속에 주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주주권 행사는 도입 5년차 여전히 초기단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대상 기업수가 2020년 109곳에서 2021년 145건으로 늘었고, 주주서한과 면담 등 293차례 주주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한계도 여전하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 간섭이라는 우려를 덜기 위해 수탁자책임위원회 등의 역할을 키우고, 공정한 주주활동을 위해 마련한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주활동을 전개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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