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CATL, 우회 동맹…IRA 뚫었다
포드 배터리 파트너 SK온 '곤혹'
포드 배터리 파트너 SK온 '곤혹'
<앵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CATL과 손을 잡았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건데요.
IRA 수혜로 미국 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K-배터리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됩니다.
특히 포드의 배터리 파트너인 SK온은 겹악재를 맞았다는 평가인데요.
이 기자, 일단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미국 미시간 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습니다.
포드는 미국 자동차 2위 업체고, 중국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죠.
특히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데요.
중국와 유럽 등에서 13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포드는 35억 달러, 우리돈 약 4조 5,000억원을 투자하는데요.
연간 40만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포드 전기차 4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앵커>
미국은 IRA라는 법까지 만들어 중국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겁니까?
<기자>
아시는 것처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죠.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들여온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합니다.
궁금한 건 이런 강력한 미국의 IRA를 중국이 어떻게 뚫었냐, 이 부분이겠죠.
이번 공장 설립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미국 완성차 업체와 택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기술 라이선스 방식`인데요. 그러니까 포드가 CATL에 별도의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공장 지분은 100% 포드가 소유합니다.
그래서 투자액 35억 달러 전부를 포드가 부담하는 겁니다.
CATL 기술을 가져오되 외관은 미국 기업의 형태를 취해서 IRA를 피하겠다, 이런 의도인데요.
중국 기술로 만든 배터리라도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이 IRA 수혜를 기대했는데, 이 법안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긴가요?
<기자>
IRA 법안이 나올 때부터 과연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이번 포드의 선택으로 이 의구심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IRA는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이나 광물을 쓴 전기차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었죠.
그런데 지난해 12월 나온 IRA 백서에는 `북미 또는 미국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중국산을 써도 미국 공장에서 만들면 IRA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주 정부에서는 일자리 확보 등 경제 활성화를 우선으로 합니다.
실제로 이번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이 들어설 미시간 주의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는 "IRA는 정치적 결정이다"고 비판하며 공장 유치를 위해 노력했죠.
다음달에는 IRA 세부 규정이 나오는데, 다양한 예외 규정과 단서 조항 등으로 중국 배제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포드 역시 이번 중국 CATL과의 합작공장으로 IRA 세제 혜택을 온전히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배터리 기업들 당혹스러울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취재해 보니 당혹감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포드가 CATL과 손을 잡을 지는 몰랐다"는 거죠.
IRA로 미국에서 중국을 제치고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실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죠.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에 3개의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1공장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3개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요.
그런데 이번 포드 사태, 배터리 3사가 받는 충격은 정도가 다를 전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데요.
포드가 만들겠다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한 완성차 업체가 아직까지 적고, 그간 북미 합작공장도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였던 SK온은 상황이 어렵게 됐습니다.
오늘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급락한 것만 봐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포드가 SK온에서 CATL로 갈아탔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기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포드가 우회 전략까지 쓰면서 중국 업체와 합작하려는 이유는 저렴한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포드는 점유율 65%를 차지한 테슬라에 이어 2위(7.6%)를 기록했죠.
테슬라에 대항하려면 일단 생산비를 절감한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중국이 만드는 LFP 배터리를 쓰려는 거고, 지난해부터 LFP 배터리 북미 생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LFP 배터리는 CATL, BYD 등 중국 업체의 주력 제품입니다.
포드가 기존에 사용했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저렴한데요. NCM 배터리는 국내 업체의 주력으로, 이걸 SK온에서 받아 썼습니다.
포드가 SK온과 북미에서 만드는 배터리 규모가 150GWh 정도인데,
이번에 CATL과 만드는 LFP 배터리 공장은 40GWh 수준입니다. 이 정도만 만들어서 저가형 전기차에 보급하겠다는 거죠.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LFP 배터리나 NCM 배터리나 사용량은 비슷합니다.
저가 이외의 차량에 공급되는 건 NCM 배터리인 만큼 당장에 영향은 미미하지만, SK온이 겹악재를 맞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포드와의 합작공장에서 만든 배터리 문제로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SK온이 포드와 함께 짓기로 한 튀르키예 합작법인도 수율 문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죠.
업계 후발 주자인 만큼 배터리를 생산할 때 결함이 없는 합격품이 생산되는 비율, 즉 수율 안정화가 되지 않고 있는 건데요.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나아가 제품력에서도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SK온이 올해 안에 수율을 90%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고 밝힌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CATL과 손을 잡았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건데요.
IRA 수혜로 미국 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K-배터리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됩니다.
특히 포드의 배터리 파트너인 SK온은 겹악재를 맞았다는 평가인데요.
이 기자, 일단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미국 미시간 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습니다.
포드는 미국 자동차 2위 업체고, 중국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죠.
특히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데요.
중국와 유럽 등에서 13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포드는 35억 달러, 우리돈 약 4조 5,000억원을 투자하는데요.
연간 40만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포드 전기차 4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앵커>
미국은 IRA라는 법까지 만들어 중국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겁니까?
<기자>
아시는 것처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죠.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들여온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합니다.
궁금한 건 이런 강력한 미국의 IRA를 중국이 어떻게 뚫었냐, 이 부분이겠죠.
이번 공장 설립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미국 완성차 업체와 택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기술 라이선스 방식`인데요. 그러니까 포드가 CATL에 별도의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공장 지분은 100% 포드가 소유합니다.
그래서 투자액 35억 달러 전부를 포드가 부담하는 겁니다.
CATL 기술을 가져오되 외관은 미국 기업의 형태를 취해서 IRA를 피하겠다, 이런 의도인데요.
중국 기술로 만든 배터리라도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이 IRA 수혜를 기대했는데, 이 법안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긴가요?
<기자>
IRA 법안이 나올 때부터 과연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이번 포드의 선택으로 이 의구심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IRA는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이나 광물을 쓴 전기차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었죠.
그런데 지난해 12월 나온 IRA 백서에는 `북미 또는 미국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중국산을 써도 미국 공장에서 만들면 IRA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주 정부에서는 일자리 확보 등 경제 활성화를 우선으로 합니다.
실제로 이번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이 들어설 미시간 주의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는 "IRA는 정치적 결정이다"고 비판하며 공장 유치를 위해 노력했죠.
다음달에는 IRA 세부 규정이 나오는데, 다양한 예외 규정과 단서 조항 등으로 중국 배제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포드 역시 이번 중국 CATL과의 합작공장으로 IRA 세제 혜택을 온전히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배터리 기업들 당혹스러울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취재해 보니 당혹감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포드가 CATL과 손을 잡을 지는 몰랐다"는 거죠.
IRA로 미국에서 중국을 제치고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실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죠.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에 3개의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1공장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3개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요.
그런데 이번 포드 사태, 배터리 3사가 받는 충격은 정도가 다를 전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데요.
포드가 만들겠다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한 완성차 업체가 아직까지 적고, 그간 북미 합작공장도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였던 SK온은 상황이 어렵게 됐습니다.
오늘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급락한 것만 봐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포드가 SK온에서 CATL로 갈아탔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기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포드가 우회 전략까지 쓰면서 중국 업체와 합작하려는 이유는 저렴한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포드는 점유율 65%를 차지한 테슬라에 이어 2위(7.6%)를 기록했죠.
테슬라에 대항하려면 일단 생산비를 절감한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중국이 만드는 LFP 배터리를 쓰려는 거고, 지난해부터 LFP 배터리 북미 생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LFP 배터리는 CATL, BYD 등 중국 업체의 주력 제품입니다.
포드가 기존에 사용했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저렴한데요. NCM 배터리는 국내 업체의 주력으로, 이걸 SK온에서 받아 썼습니다.
포드가 SK온과 북미에서 만드는 배터리 규모가 150GWh 정도인데,
이번에 CATL과 만드는 LFP 배터리 공장은 40GWh 수준입니다. 이 정도만 만들어서 저가형 전기차에 보급하겠다는 거죠.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LFP 배터리나 NCM 배터리나 사용량은 비슷합니다.
저가 이외의 차량에 공급되는 건 NCM 배터리인 만큼 당장에 영향은 미미하지만, SK온이 겹악재를 맞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포드와의 합작공장에서 만든 배터리 문제로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SK온이 포드와 함께 짓기로 한 튀르키예 합작법인도 수율 문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죠.
업계 후발 주자인 만큼 배터리를 생산할 때 결함이 없는 합격품이 생산되는 비율, 즉 수율 안정화가 되지 않고 있는 건데요.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나아가 제품력에서도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SK온이 올해 안에 수율을 90%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고 밝힌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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