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가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약 `코카인`을 건축 자재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자료를 종합하면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정부는 자국에서 적발해 압수한 코카인을 건축 재료와 섞어 재처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카인을 시멘트 등과 특별한 비율로 혼합하는 `캡슐화`라는 작업이 핵심이다. 장비를 사용해 코카인을 완전히 미세한 알갱이(분말) 형태로 분쇄한 뒤 시멘트, 물, 화학 촉진제 등과 섞으면 끈적끈적한 질감의 슬러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 혼합물을 틀에 부어 콘크리트 슬래브로 성형(몰드)한 다음 몇 시간 건조하면 완전히 굳어 단단해진다고 한다.
에드문도 메라 에콰도르 내무부 마약단속차관은 "최종 상태의 고체 블록에서는 코카인을 다시 추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이런 처리 방식은 UNODC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UNODC는 `캡슐화`에 대해 신속하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 처리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캡슐화 관련 설명 자료를 낸 UNODC는 "경화(굳어짐) 과정에서의 화학 반응을 통해 안정적이고 침투 불가능한 구조망도 형성된다"며 "코카인이 땅에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압수한 코카인을 폐기처분을 할 때는 소각 처리 방식을 택하는데, 배기가스 방지와 타고 남은 물질 제거 등을 위해 매우 특수한 소각로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10t의 코카인을 소각하려면 최대 2주가 걸리는데, 캡슐화를 도입하면 같은 양을 하루 만에 안전하게 폐기할 수 있다고 UNODC는 부연했다.
메라 에콰도르 마약단속차관은 "소각하기 전 코카인은 일반적으로 창고에 보관하는데, 소각까지 시간이 지체되면 관리 비용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며 "캡슐화를 통해 빠르게 폐기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정부 당국은 캡슐화를 거친 혼합물을 한 공장 창고 건물 공사에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50t의 코카인이 캡슐화 과정을 통해 처리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코카인을 건축 자재로 재활용하는 사례는 에콰도르가 세계 처음이다.
UNODC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와도 캡슐화를 통한 코카인의 안전한 폐기 기술 전수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에는 대규모 마약 생산지는 없지만, 태평양을 낀 서부 항구도시가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마약 밀수 주요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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