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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4단 고음, 어디까지 올라갈까 [전효성의 유통인싸]

전효성 기자

입력 2023-03-10 08:22   수정 2023-03-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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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틈날 때마다 '신세계 유니버스'를 강조한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고객의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을 신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소비자를 신세계 생태계 안에 묶어두는 이른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간 기능적 결합과 분리 등 사업조정을 통해 정 부회장의 신세계 유니버스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고, 완성 이후 신세계 위상엔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짚어본다.

● 1단: "계열사 인상 지워라"…SSG닷컴의 등장

신세계 유니버스의 핵심은 통합이다. 백화점, 마트, SSM, 온라인, 면세점, 홈쇼핑 등 신세계의 여러 유통망을 하나의 창구로 통합하는 것이 첫 단계다. 그 창구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온라인부문이 합쳐져 탄생한 SSG닷컴이 맡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성장 과정에서 계열사의 인상을 최대한 지우는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SG닷컴에서 제품을 고르다 보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신세계몰 등 각각의 계열사 정보는 최소한으로 노출된다.

백화점이 판매하는 핸드백, 마트가 판매하는 식자재지만 이걸 구매할 때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드러나는게 아닌 SSG 플랫폼이 도드라지는 형태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쌓은 이미지보다 온라인에서 SSG로 훨씬 더 강한 인상을 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SSG닷컴은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 속에서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닷컴의 지난해 순매출액은 1조 7,447억원으로 직전해보다 16.8% 증가했다. 순매출액은 유통업체가 실제로 가져가는 매출액(유통 수수료 등)인데, 이커머스 업체가 성장 지표로 주로 활용하는 총거래액(GMV)보다 실적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지표다.

지난해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1,112억원으로 직전해(1,079억)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에 집중한 결과, 4분기 적자폭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402억→219억). SSG닷컴 관계자는 "수익성을 저해하는 할인과 프로모션을 줄이는 과정에서 GMV는 영업 손실폭도 줄일 수 있었다"며 "핵심 서비스인 장보기 이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 2단: 온라인 통합…400만 'SSG마켓'

신세계 유니버스를 일구기 위한 1단계 통합이 SSG닷컴을 통합 창구로 내세우는 것이었다면, 2단계 통합은 온라인 상에서의 '화학적 결합'에 가깝다.

신세계는 2021년 G마켓·옥션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글로벌)를 3조 4,404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신세계그룹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신세계가 이커머스에 높은 관심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이커머스 동종업체인 G마켓과 SSG닷컴은 유료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으로 결합에 시동을 걸었다. 해당 서비스를 구독하면 G마켓, SSG닷컴, 옥션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어떤 채널에서 구매하더라도 추가 적립 포인트를 주는 형태다.

스마일클럽을 통해 G마켓-SSG닷컴-옥션의 고객을 하나로 묶고, 이를 통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채널의 규모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일부 상품은 스마일클럽 회원만 구매 가능하도록 해 멤버십 서비스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도 활용 중이다. 현재까지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약 33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콘텐츠적으로도 SSG닷컴과 G마켓은 결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장보기 제휴 서비스 스마일프레시가 대표적이다. 이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을 축으로 삼아 SSG닷컴과 G마켓의 접점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G마켓은 셀러·이용고객은 많지만 신선식품·물류·배송 역량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SSG닷컴은 이용 고객은 적지만 새벽배송, 지정시간 배송(쓱배송)을 위한 물류망을 갖춰뒀다. 스마일프레시를 통하면 이마트의 신선식품을 G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고, SSG닷컴의 물류망을 활용해 새벽배송과 쓱배송이 가능하다. 여기에 노브랜드·피코크 등 이마트 주력 PB상품까지 투입하며 온라인+이마트+물류망의 결합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SSG닷컴 측에 따르면 스마일프레시 론칭 이후 4개월 간(2022년 8~12월) G마켓에서의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약 13%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G마켓과 SSG닷컴의 협력으로 등장한 스마일프레시. 이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을 G마켓에서 구매 가능하고, 배송은 SSG닷컴의 물류망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이다.
● 3단: 통합 멤버십 예고…LOCK-IN의 끝판왕

올해 신세계그룹의 사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이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SSG닷컴, G마켓,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6개 계열사를 관통하는 멤버십이 등장하는 것이다.

통합 유료 멤버십은 올해 6~7월 중 공식 런칭할 예정이다. 현재 멤버십 이름은 사내 공모 중으로, 스마일클럽 이름을 그대로 쓰며 여러 계열사로 혜택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통합 멤버십을 만드는 게 간단히 보일 수 있지만, 의외로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가령, 마트에서 포인트를 쌓고 백화점이나 온라인에서 사용한다면 그 비용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는 업체별 실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계열사간 대승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과정도 변수다. 신세계그룹 유통 계열사들은 이미 자체 적립 서비스를 갖고 있다. 통합 유료 멤버십이 등장한다면 기존 계열사 적립을 넘어서는 혜택을 줘야 하는데, 체감되는 혜택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비용도 더 투입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후발 서비스가 자리잡으려면 고객을 유인할 뚜렷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과정만 봐도 소비자들이 얼마나 계산이 빨라졌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신세계가 통합 멤버십에 힘을 싣는 건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로 이탈을 막고 신세계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현재 신세계는 대형마트(순매출액 15.4조), 백화점(7.8조), SSM(1.35조)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캐리백 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업계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 중이다. 유통·소비 분야의 대형 공룡인 신세계가 통합으로 한번 더 뭉친다면 이른바 유통업계 생태계 교란종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4단: 유니버스 완성은 콘텐츠와 체험

"향후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 (2016년 고양 스타필드)
"신세계그룹은 고객의 시간·공간을 점유하는 기업이 되고 있다" (2023년 스타벅스 더북한산점)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 유니버스는 장차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체험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소비 공간을 즐길 거리로 채워 고객의 시간을 점유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신세계는 문화·엔터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앱에서는 골프, 영화, 음악, 매거진, NFT 등을 제공한다. 앱을 즐길 거리로 채워 조금이라도 더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콘텐츠 회사 마인드마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취지다. 마인드마크는 신세계의 100% 자회사로, 현재 출자한 금액은 700억원이 넘는다. 업계에선 쿠팡의 쿠팡플레이처럼 신세계도 OTT 사업을 시작할 거란 분석도 내놓는다.

신세계가 엔터·콘텐츠·OTT에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개별화 마케팅에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데이터가 연령, 성별, 지역, 구매상품 등에 그치고 있다면, 이를 개개인의 생활패턴과 취향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가령, 30대 남성 고객은 주말에 어떤 콘텐츠를 주로 보고, 이런 취향의 고객은 몇시에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를 파악해 개인 최적화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 행동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유통업체의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다. 개별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해 최적화하는지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8일 스타벅스 매장(더북한산점)을 방문했다.
온라인 분야가 콘텐츠에 방점이 찍혔다면, 오프라인 공간은 경험·체험을 강조한다. 가격 경쟁력과 구매 편의성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이커머스를 따라가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신세계는 기존 오프라인 공간을 고객 체험 공간으로 채워 이커머스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한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을 찾아 "신세계그룹은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게 아닌 고객의 시간·공간을 점유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객 경험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오프라인 체험형 공간의 시작은 스타필드였다. 스타필드가 성공궤도에 오르며 '복합 쇼핑몰'은 수년간 국내 유통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기존 이마트 매장을 미래형 점포인 더타운 몰로 리뉴얼 해 마트에서의 체험을 늘려갈 계획이다.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해 브런치카페, 유명 맛집, 문화복합공간, 유아 놀이터 등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미래 마트는 장보기 공간을 넘어 '놀이 공간'이 돼야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월계점에서 첫 선을 보인 이마트 더타운몰은 최근에는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달 말 연수점을 시작으로 점차 매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이마트 더타운몰 월계점. 기존 매장보다 임차 비율을 높이고 체험 공간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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