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 회수하고, 가스공사 지분 공개매수 하라"

이지효 기자

입력 2023-02-27 19:03   수정 2023-02-27 19:03

    가스공사 소액주주, 24일 '무배당' 결정에 연대
    주주총회 결집…사상 초유 '회계소송' 예고
    <앵커>

    한국경제TV가 지난 6일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수백억 원 대 배당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가스공사가 결국 재무 구조 개선을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소액 주주들이 반발하며 집단 소송에 나서기로 했는데,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가스공사 소액 주주들의 요구는 어떤 겁니까?

    <기자>

    소액 주주들은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원에 달하는 데도 `무배당`을 결정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는 공사가 삼천리 등 도시가스 소매 업체를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말해서 그동안 쌓인 미수금을 받아서 배당을 지급하라는 주장입니다.

    소액 주주들의 이런 집단 행동은 공사가 창립된 이후 처음인데요. 가스공사는 그동안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들에게 배당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조 4,634억원, 1조 4,97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9%, 55%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가스를 팔고도 돈을 받지 못한, 미수금이 8조 6,000억원으로 1년 새 5배 가량 급증했는데요.

    미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 올해 1분기에는 12조원까지 늘 것으로 가스공사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기자가 이달 초 보도할 당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문제가 될 거라고 했는데 결국 터진 거군요.

    <기자>

    소액 주주들은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스공사는 미수금, 그러니까 `아직 받지 못한 돈`을 자산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액화천연가스(LNG)를 100원에 구입해서 그 절반인 50원에 판다면 50원의 손실을 낸 거죠. 그런데 이를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보는 겁니다.

    이런 이상한 회계 처리 때문에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8조원을 넘어선 자본 잠식인데도, 영업이익은 2조원 이상 났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 받을 대상이 명확하다는 거죠. 언제라도 미수금을 회수하려면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본다는 건데요.

    소액 주주들은 이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만큼 미수금을 제대로 회수해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라는 요구입니다.

    <앵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깁니다. 가스공사는 왜 이렇게 큰 규모의 미수금을 회수하지 않나요?

    <기자>

    가스공사에 외상을 달아 놓은 곳은 다름 아닌 정부입니다.

    가격을 낮게 정하는 대신 가스공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미수금이라는 일종의 외상 장부를 만든 거죠.

    실제로 지금의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독점으로 LNG를 사들여 도시가스 사업자, 발전사 등에게 팔 때, 이 도매 가격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을 통제 했고, 이에 따른 손실과 일정 수준의 마진을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죠.

    미수금이 자산이 아닌 부채로 인식되면 가스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해외 사업이나 자금 조달 등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했던 겁니다.

    <앵커>

    결국에는 국민이 원금은 물론, 이자 비용까지 보태서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는 말인가요?

    <기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안 준 돈을 줘야 해결된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사업에 대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40~50% 정부가 보전해 주는데, 가스공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결국에는 요금으로 다 돌려 받는다"며 "가스공사가 손실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소비자에게서 요금이 들어오면 미수금이 해결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가스 요금을 큰 폭 인상한 것도, 앞으로 더 올려야 하는 한다고 주장도 바로 이 미수금을 요금으로 전액 충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손실 보전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에 반해 에너지 가격은 공공재의 특성상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자본 잠식인데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 나고,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인데도 배당을 못 하는 이상한 구조인데요.

    결국 소비자들과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떠안는 셈입니다.

    소액 주주들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소액 주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소매 업체를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 둘째 정부가 공사 지분을 공개 매입해 비상장사로 운영하라는 것.

    끝으로 이 모든 문제를 만든 미수금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을 바꾸라는 겁니다.

    우선 미수금 반환 소송은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데다, 이겨도 신속하게 보상받기 힘듭니다.

    여기에 소매 업체가 미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 소매 업체의 의사가 아니라 정부가 통제한 결과이기 때문에 승소할 확률도 낮습니다.

    지분 공개 매수도 당장은 현실성이 없는데요. 장부 가치가 주당 10만 3,000원에 달하기 때문에 정부가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수금 처리 방식인데요. 법조계를 취재해 본 결과, 회계 처리가 이상하긴 하지만 반드시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시각입니다.

    미수금이 불량이지만, 불량이라도 자산으로 분류하는 게 위법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투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가 져야하는 만큼 회사 측의 위법 행위가 없었다면 소액 주주들의 승소 확률은 높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소액 주주들은 최근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소액주주는 6만 5,979명입니다. 지분율도 전체의 31.5%에 달하는 만큼 높은 편이죠.

    이들은 단순히 배당을 받지 못해서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한 번 들어 보시죠.

    [이현수 / 가스공사 소액주주 대표: 너무들 분노하고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이분들도 다 서민이에요. 배당이라도 받자고 인내했는데…우리는 상장이 됐으면 영업이익 등을 믿고 투자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분식회계를 해놓은 거죠.]

    지난 24일 무배당 결정 이후 소액 주주들이 조직화하기 시작해 지금은 100여 명이 모였습니다.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까지 더 많은 주주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은 가스 요금 폭탄에 고통 받고, 요금 인상에 제동이 걸리자 가스공사 주가는 떨어졌죠.

    결국 소액 주주들이 배당을 못 받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스공사가 회계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이번 가스공사 난맥상은 정부의 가격 통제가 초래한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결국 소비자와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전망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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