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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SVB 파산 후폭풍 전 세계 '촉각' [GO WEST]

입력 2023-03-13 18:57   수정 2023-03-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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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후폭풍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대대적인 조치에 나섰지만, 이번 여파가 어떻게 흘러갈지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오민지 기자와 SVB 사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오 기자. 미 정부가 우선 예금자들을 구제하는 조치와 은행 유동성 지원안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볼까요?

    <기자>
    일단 고객들이 맡긴 돈에 대해서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100% 보증해주겠다고 미국 정부가 나섰는데요.

    당장 13일 은행 문을 열면 돈을 빼겠다는 고객들이 SVB뿐 아니라 중소 은행권 전체로 몰릴 수 있어서 대대적인 '뱅크런'을 막기 위해 신속히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2일) 미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인 FDIC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 따르면, 25만달러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한 고객들까지 모두 전액 보증하기로 했습니다.

    연방예금보험법 중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리스크를 초래할 경우'라는 조항에 연준과 FDIC 모두 동의한 것입니다.

    SVB뿐 아니라 주말 추가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뉴욕 시그니처은행 역시 모든 예금주를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한 재원도 은행 업계가 낸 수수료로 조성된 예금보험기금에서 나가는 만큼 '혈세 낭비'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전망입니다.

    또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을 위해 연준은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BTFP)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SVB 사례처럼 담보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해 은행들이 손실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입니다.

    일단 미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에 글로벌 증시는 한 숨 돌렸습니다.

    뉴욕증시 선물시장은 1% 올랐고, 아시아 증시는 우려보다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앵커>
    항상 버블은 가장 성장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 터지기 마련이죠.

    팬데믹 기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커온 SVB가 연준의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 아닙니까?

    앞으로 SVB 은행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미 FDIC에서 바로 SVB 은행의 매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만, 아직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 SVB 매각에 미국 10대 은행인 PNC파이낸셜과 캐나다 은행 RBC에서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발을 뺐습니다.

    그 외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US뱅크, 트루이스트, 캐피털원 등의 움직임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SVB를 놓고 "(디지털은행으로의 전환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도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앵커>
    가장 시장이 주목하는 건 추가 후폭풍이 없이 이대로 진화되겠느냐 입니다.

    SVB가 세계 각국의 지점도 있지 않았습니까?

    특히 영국과 캐나다가 급히 후폭풍 차단을 위해 움직였는데, 영국 법인의 경우 인수자를 찾았다고요?

    <기자>
    네, SVB 영국 법인은 HSBC가 인수하기로 했는데요.

    노엘 퀸 HSBC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 HSBC의 기업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영국의 혁신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SVB 영국법인 인수전에는 런던은행 컨소시엄과 UAE 아부다비 왕가가 소유한 투자회사 로열그룹, 소프트뱅크 투자사인 오크노스 등이 뛰어들었는데, 여기서 HSBC가 선정된 것입니다.

    인수가격은 단돈 1파운드였습니다. 백기사의 상징적 의미로 낸 가격입니다. SVB 영국법인의 예금은 67억파운드(10조6천억원), 대출은 55억파운드(8조7천억원)이고, 유형자산은 14억파운드(2조여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영국 법인은 한 고비 넘겼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우려감이 큽니다.

    SVB는 미국과 영국 외에도 캐나다와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 스타트업이 확산된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어 연쇄 도산의 우려가 클 수 밖에 없었는데요.

    SVB의 중국 합작회사인 SPD 실리콘밸리 은행은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운영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인출 자제를 요청했고, 캐나다도 토론토 지점 자산을 동결하며 추후 대책안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월가에서 주목하고 있는 SVB의 여파는 바로 연준의 스탠스죠.

    이렇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잘나가던 지방 은행이 문을 닫았는데 금리 인상을 과연 강하게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관측입니다.

    <앵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긴축을 더 길고 강하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으로선 이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기자>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진 건 확실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의 불씨도 결국 연준이었다는 지적이 높으니까요.

    현지 언론에서는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가 결국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를 쏟았냈는데요.

    월가 베테랑으로 불리는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금융위기가 즉각적으로 긴축을 멈추기도 한다"면서 “이번 사태가 연준의 긴축 속도를 늦추게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3월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습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서 전문가들의 93.7%가 베이비스텝을 전망했고 6.3%가 동결을 예상했습니다.

    빅스텝 전망은 0%입니다.

    <앵커>
    SVB의 주요 고객이 스타트업이다보니 벤처 시장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스타트업 시장에는 어떤 의견들이 나오나요?

    <기자>
    VC 등 업계 반응은 자금 경색 끝에 올 것이 왔다는 겁니다.

    보시는 자료는 미국 VC 시장의 펀드 결성 규모인데요.

    지난해 말에 상당히 펀드 규모가 줄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죠.

    이렇게 벤처 캐피탈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스타트업 자금 경색이 심각해졌고 SVB와 같은 은행이 유동성 경색 기간을 못버티고 파산해버린 거죠.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벤처투자자인 데이비드 삭스는 SVB와 유사한 지방 은행들이 줄줄이 뱅크런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미 거액의 자금을 인출한 고객들부터 인출을 준비하고 있는 고객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거죠.

    삭스는 “연준은 대형 은행이 곤경에 처한다면 무슨 수를 써도 지원을 해서 살릴 것”이라면서 “고객들이 작은 은행에서 예금을 빼서 대형 은행으로 돈을 옮기는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SVB 사태가 어디까지 퍼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정말 면밀하게 미국 당국의 대응, 시장의 반응까지 지켜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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