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 개혁 강행…정년 62→64세

입력 2023-03-1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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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스 정부가 관련 법안의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하기로 했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정부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됐을 때 각료 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오후 하원에서 정부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BFM 방송,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보른 총리는 정부가 지난 1월 하원에 제출한 원안이 아니라 지난 두 달 동안 여러 정당이 함께 만든 수정안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른 총리가 연설하는 동안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은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보른 총리의 발언을 방해했다.
 
일부 의원들은 '64세는 안 된다'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며 야유를 보냈고, 총리의 연설을 듣던 중 자리를 박차고 떠난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마크롱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취임한 보른 총리는 의회 절차를 건너뛰는 헌법 49조 3항을 11번째 사용했다.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24시간 안에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다. 과반수 찬성을 얻는다면 법안은 취소되고,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반대로 불신임안이 부결되면 그 법안은 입법을 완료한 것으로 간주한다. 불신임안이 통과하려면 하원 의원 577명 중 과반에 해당하는 289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 좌파 연합 뉘프 등이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우파 공화당이 여기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현재로서는 내각이 살아남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는 이날 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다른 야당이 제출하는 내각 불신임을 지지해 혼란을 가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오티 대표는 당내 의원 다수가 이 방침에 동의한다고 전했으나, 당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몇몇 의원들은 불신임안에 찬성할 가능성도 있다.
 
하원에서는 집권당이 250석, 공화당이 61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이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다른 야당들은 과반 동의를 확보할 수 없다.
 
상원은 이날 오전 양원 동수 위원회가 마련한 연금 개혁 법안을 찬성 193표, 반대 114표, 기권 38표로 가결했으나, 하원에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우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하원에서는 공화당 의원들끼리 견해가 달랐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하원 표결을 앞두고 보른 총리 등과 함께 대책 회의를 하고 나서 표결을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양원 동수 위원회가 도출한 최종안에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연장한다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반영됐다.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그대로 담겼다.
 
근로 기간을 늘리는 대신 올해 9월부터 최저 연금 상한을 최저 임금의 85%로 10%포인트 인상한다는 조항도 유지됐다.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면 조기 퇴직을 할 수 있고, '워킹맘'에게 최대 5% 연금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공화당의 제안들도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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