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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비 100만원인데 실손보험은 300만원 청구?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3-03-31 16:40   수정 2023-03-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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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1조원 넘기며 역대 최대
허위진료비 영수증으로 보험금 편취
알선 수수료 받는 브로커 개입도


실제 수술비는 100만 원, 실손보험 청구는 300만 원으로?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가능합니다만, 엄연한 보험사기입니다. 병원과 환자가 '짜고 치는' 보험사기가 최근 크게 늘면서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습니다. 대부분 진료비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 보험금을 과도하게 받아내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는 알선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도 껴 있습니다. 영화에서만 봤을 법한 이런 보험사기 수법은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선량한 가입자들의 실손보험료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수법들 때문에 우리의 실손보험료가 오르고 있는 지, 알아봤습니다.

◆ 1조원 넘은 보험사기…사상 최대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기 적발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1조818억 원, 적발인원은 10만2,679명입니다. 적발금액도 전년보다 1,384억 원이나 증가했고 적발인원도 5,050명이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 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습니다. 경기가 악화되고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지면서 보험사기 유혹에 넘어가는 가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보험사기별 유형을 보면, 사고내용 조작이 61.8%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진단서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수술비를 과다청구하는 유형이 전년보다 633억 원이나 증가했습니다. 위 사례처럼 실제 수술비는 100만 원 나왔는데 진단서를 위조해 실손보험 청구를 300만 원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난 것처럼 꾸미는 허위사고도 17.7%, 보험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러 사고를 내는 고의사고 유형도 14.4%나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연령층이 보험사기에 가장 많이 가담했을까요. 지난해에는 50대의 적발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50대의 보험사기 적발 비중은 24.0%로 2만4,000여명에 달했고 60대 이상의 고령층 보험사기도 19.8%에서 22.2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보험사기 적발자의 직업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는 겁니다. 직업이 없거나 일용직, 전업주부나 학생보다도 회사원이 보험사기에 가장 많이 가담하고 있었습니다.

◆ "보험금 더 많이 받게 해줄테니 수수료 줘"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보험사기를 저질렀을까요. 한 병원은 실제 수술비를 초과한 금액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려서 허위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주다가 적발됐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허위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준 것은 아닙니다.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시술비로 약 300만 원 상당의 허위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지급보험금 중 200만 원을 병원 관계자에게 이체하도록 제안합니다. 말그대로 '수수료'를 편취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병원에 환자를 소개해준 뒤 알선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으로 공모하고,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병원에 데려갑니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썩었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의 경우에도 수술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돼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브로커가 백내장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들까지 대거 모아 병원에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편취하는 사례입니다.

병원 못지 않게 보험사와 갈등을 빚는 곳이 있는데, 바로 한의원입니다. 한 한의원은 실손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보신제 등을 환자에게 처방하고,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치료제로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다 적발됐습니다. 한의원에도 '브로커'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실제 금감원에 적발된 브로커들은 한의원에 환자를 소개하고 매출액의 일부 또는 매월 수천만 원을 알선수수료로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다수의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받게 되는데, 이는 보험금 부당 편취로 분류돼 보험사기에 해당됩니다.

◆ 손보업계 vs 의료업계…"과잉진료 막아야"

이 같은 보험사기가 지속적으로 늘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일까요. 지난해 보험사기 전체 적발금액의 94.6%는 손해보험에서 발생했습니다. 허위입원이나 허위진단 등 상해나 질병 보험상품 관련 사기가 크게 증가하면서 손해보험, 특히 대다수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보험 손해율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겠죠. 실손보험 구조 상 일부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많이 받게 되면 전체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험사뿐만 아니라 선량한 가입자들의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손해보험사들과 의료계의 분쟁은 끊이질 않습니다. 최근에는 한방 과잉진료를 놓고 손해보험업계와 한의사업계가 맞붙었습니다. 현재 정부는 한의원에서 교통사고 경상환자에 대한 첩약 처방일수를 기존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과거 2013년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분쟁심의회에서 논의돼왔던 사안인데,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5일분으로 줄여 과도한 처방을 막고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도 낮추기 위한 목적입니다.

하지만 한의사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처방일수 축소는 결국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현재 두 업계는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환자의 적정 진료를 위한 제도개선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실제 자동차보험을 통해 환자에게 지급된 첩약 진료비는 2015년 약 1,000억 원에서 2022년 2,8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한의계뿐만은 아닐 겁니다.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지나치고 과도한 것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 슬기로운 TIP

보험사기를 신고하면 포상금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제보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 최대 10억 원이었던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이 최대 20억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보험사기 사례를 확인한 경우에는 금감원의 보험사기 전담부서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가 가능하고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서도 보험사기신고센터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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