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 워' 표절 논란…"승자는 카카오게임즈뿐"

박해린 기자

입력 2023-04-10 19:03   수정 2023-04-10 19:03

    <앵커>

    최근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내놓은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의 대표작 리니지2M을 표절했다는 건데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어 법적 공방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업계에선 이번 사안의 핵심은 '권리'가 아니라 '돈'이라며 유일한 승자는 카카오게임즈라고 말합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기자, 아키에이지 워, 표절 한 겁니까? 안 한 겁니까?

    <기자>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를 비교하며 표절 문제를 제기한 사진들입니다.

    왼쪽이 리니지2M,오른쪽이 아키에이지 워인데, 시스템뿐 아니라 아이템 순서나 옵션 순서 등 인터페이스까지 비슷한 모습이죠.

    엔씨 측이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자 카카오게임즈는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표절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앵커>
    눈으로 보기에도 엇비슷한데 표절 입증 왜 어려운 겁니까?


    <기자>
    카카오게임즈 측의 발언인 '동종 장르', '일반적'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게임들 순위 보여드리겠습니다.

    1위는 리니지M, 2위는 이번에 문제가 된 아키에이지 워가 차지하고 있고 3위 오딘, 5위와 6위도 각각 리니지2M과 W가 자리하고 있죠.

    3위 오딘은 출시 당시 리니지와 세계관만 다른 '북유럽 리니지'라는 비판을 받은 게임이고, 4위 프라시아전기 역시 리니지라이크에서 자유로운 게임은 아닙니다.

    소위 말해 잘 팔리는 게임은 리니지거나 리니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거죠.

    게임업계에서는 모방과 도용과 복제가 거듭되면서 많은 유사한 게임이 그간 탄생해왔고, 모방이나 표절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다고 말합니다.

    즉 법원이 이번에 저작권 침해를 인정할 경우 자칫 MMORPG라는 장르에 대해 엔씨의 독점권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엔씨의 손을 들어주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겁니다.

    <앵커>
    이길 가능성도 크지 않고 업계 관행상 다 비슷하다면 그럼 엔씨는 이번에 왜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겁니까?

    <기자>
    앞서 보여드린 자료에 답이 있습니다.

    결국 매출인 거죠.

    오늘은 2위지만 출시 초반에는 아키에이지 워가 1위를 하기도 했고, 지금도 리니지2M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있잖아요.

    엔씨로선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전문가들은 엔씨가 소송의 결과와 과정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카카오게임즈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유저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위정현 /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아키에이지 워가) 1등을 해버렸잖아요. 이건 내버려 둘 수 없는 거예요. 유저가 빠졌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아키에이지 워의 매출이 자기의 매출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기업의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이건 화가 나는 거죠.]

    실제로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 77% 급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좀 나아지는 2분기 역시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죠.

    이에 더해 아키에이지 워로 유저들이 많이 옮겨간다면 더 큰 실적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즉 웬만해선 업계 관례상 두고 볼 만도 한데 엔씨가 소송까지 건 것은 실적 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고요.

    업계에선 이번 소송으로 엔씨가 아키에이지 워로의 유저 이동을 막고, 추후 소송 과정에서 양사간 화해 및 합의에 이르며 손해를 일정 부분 보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앵커>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 불 보듯 뻔히 보이니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경고의 의미로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군요.

    박 기자, 그렇다면 카카오게임즈는 어떻습니까.

    <기자>
    주가로 보여드리죠.

    아키에이지 워가 출시된 21일을 기점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고,

    엔씨가 소송을 접수한 이달 5일 조금 출렁이긴 했지만 4만원대의 주가를 다시금 회복한 모습입니다.

    즉, 타격이 크게 없죠.

    또 앞서 보셨듯 리니지를 위협할 정도로 매출이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증권가에선 카카오게임즈의 2분기 실적 반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이번 논란의 승자는 퍼블리싱 업체인 카카오게임즈뿐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아키에이지 워의 개발사는 엑스엘게임즈고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싱 업체인데요.

    이번 논란이 더 크게 이슈가 된 건 이 게임을 만든 엑스엘게임즈의 대표가 리니지 개발 주역인, 이른바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라는 점 때문입니다.

    표절 의혹으로 송재경 대표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소송을 걸었다는 점에서 엔씨 역시도 업계 평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매출 신장과 홍보 효과까지 누리고 있단 분석입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투자자들은 도덕적 논란은 따지지 않아요. 소송을 들어가면 대략 한 짧아도 5년이에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돈을 다 그대로 버는 거예요. 엔씨도 아마 고민을 많이 했을 거예요. 성재경씨와의 관계도 그렇고...그리고 이번 논란을 통해 많은 게이머들이 알게 됐잖아요. 그럼 광고 효과는요.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적, 도덕적 이슈하고 전혀 다른 거예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볼 때 카카오게임즈는 대성공이에요. ]

    <앵커>
    박 기자, 최근엔 하나의 IP로 게임사들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비슷한 사례의 갈등이 계속 늘어날 것 같은데, 저작권을 인정받는 게 이렇게 어렵다면 하루빨리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게임업계 내부에선 참조와 모방은 경계가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가 자정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업계에서 매장되거나 지탄을 받는 게 사실상 제일 크리티컬하다는 거고요.

    법조계에선 게임사들이 표절의 기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준을 세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련해서 임상혁 변호사 인터뷰 듣고 오시죠.

    [임상혁 /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대법원에서) 게임도 보호는 된다고 판결을 냈는데 그 판결은 어떤 원칙을 얘기했을 뿐이고 그럼 그게 어느 정도 갔을 때 같은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런 판례들이 계속 만들어져서 보충 해가야 되는 시점인 거죠. 업계에서 먼저 표절의 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그걸 지키려는 모습을 보일 때 제3자인 법원에서도 그걸 존중해 주고 업계 전체적으로 표절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저작권 보호원 등 저작권 관련 기관을 지원해 제도화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앵커>

    이번 엔씨의 소송이 업계의 관행을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

    박해린 산업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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